본문 바로가기

일상나누기

오랫만에 찾은 단골 민속주점

7월 27, 28, 29일 폭우가 내리던 서울에 있었지요.
28일 저녁 벗들과 함께 단골 민속주점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신촌, 제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지요.

동학농민운동 지도자들의 모습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제 마음은 정말 안락했습니다. 이 술집에 드나들던 때 가운데 가장 말입니다.

돌아보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된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을 정도죠.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질까요?
글쎄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술집에서 동지들과 함께 썩어가던 속을 달래었습니다.
수구보수 기득권세력과 진보진영 내에서 반목하던 상대 주류 정파에 대한 분노를
가까스로 웃음과 풍자로 달래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세상과 삶 자체를 헐뜯지 아니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같습니다.

앞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낙담과 절망, 환멸, 체념을 술기운으로 씻어내고
인내와 명랑으로 취하려고 안간힘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전 몇줌의 권력을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냉정히 말해 기간제인 불안정노동자라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 그 시절만큼 막막하고 아프지는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함께할 사람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날 저와 함께 들른 친구들은 서울에서 사귄 동지들이 아니라
고향의 벗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마음으로 마시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서울의 친구들이 구미에 들러서 저를 만날 때 또한 각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지난날의 많은 울화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이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지요.
덕분에 제가 옛날보다는 조금 덜 다치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벗들과 동지들과
좋은 곳에서 술잔 기울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