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나누기

창조적 공무원

서울 마포구의 오진아 구의원께서 트위터에 이러한 글을 올리셨습니다.

내가 추진하려는 조례를 이미 입안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공무원을 만났다. 위에서 시킨 것도 아닌데 일하다보니 이런 조례가 너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하고 있단다. 짝짝짝^^

이러한 일은 지방의원 입장에서는 매우 반가운 현상입니다. 아무래도 혼자 추진하는 것보다는 여럿이서 고민하는 게 낫고, 집행부에서 고민을 함께한다면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니까요. 또 예상지 못한 곳에서 자신과 뜻을 공유하는 사람을 접하는 순간의 기쁨도 상당합니다.

오 의원의 트윗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집행부의 여러 공무원들께서도 아이디어가 많으실 것입니다. 혹은 많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시의원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계시리라고 봅니다. 의욕에 차 여러가지 방안을 짜내기도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관료주의적 장벽에 막혀 좌절하실 때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에이 이건 이러저러해서 안될 거야'라고 스스로 눌러 앉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에 속한 저도 그러한 생각에 곧잘 빠지니까요. 제도권에 들어왔오면서 정작 느끼는 것은 추진과정을 내다보며 갖는 '심리적인 걸림돌'이었습니다.

젊은 공무원은 그 젊은 아이디어가 꺾이지 않게, 완숙한 공무원은 접어두었던 생각, 묵히고 익혀두었던 생각을 다시 펼 수 있는 그런 문화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군복무를 경찰로 하면서, 또 일선치안현장의 순찰지구대에서 일하면서 공무원사회를 가까이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가장 큰 문제가 '사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안에서 겪는 피로감과 무력함, 밖에서 들려오는 '철밥통'이라는 손가락질 등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도 보통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한국사회에 공무원의 수는 적습니다. 복지 선진국에 비하면 현저하지요. "적다고? 더 줄여야 돼"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더 늘리는 게 맞습니다.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이 좀 더 높아지는 게 국가경제에 이롭기도 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이 커지는 국가가 된다면 그에 걸맞는 공무원 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꺾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도 능히 시민사회나 시장에 못지 않은 집단지성의 한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일상나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벗과의 인터뷰 1편 (8.29)  (0) 2010.09.02
의회 vs. 집행부 체육대회  (0) 2010.08.26
신동 방문  (1) 2010.08.23
안타깝고 슬픈 소식  (0) 2010.08.09
어르신과 노동  (4) 2010.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