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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로

구미시, 새마을문고만 작은도서관이다?

 

제1호 작은도서관.hwp

구미새로고침 정책 공방

1호 작은도서관

 

구미시의 작은도서관 지원 사업이 새마을문고 지원 사업으로 귀결되었음이 드러났다. 구미시가 작은도서관을 자치운동의 일환으로 보기는커녕 새마을문고가 아닌 작은도서관을 철저히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한 작은도서관의 취지인 '걸어서 10(또는 5) 안에'는 절대 구현될 수 없을 것이다.

 

구미새로고침이 구미시에 청구해 받은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구미시에는 2개의 시립 작은도서관과 29개의 민간 작은도서관이 등록되어 있다. 한편 새마을문고는 36개소로 작은도서관으로 등록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로 나뉜다.

 

구미시가 직접 건립한 도서관은 원평으뜸작은도서관(금오시장로 9)과 해평누리작은도서관(해평초등학교 내) 2개뿐이다. 양쪽 모두 시비 1억원, 국비 5천만원을 들여 건립되었다. 2015년 예산도 똑같다. 인건비 15995천원, 자료구입비 500만원, 운영비 13215천원 등 3421만원이 투입되었다.

 

시립작은도서관의 수가 적은 만큼 민간에서 자치적으로 건립된 작은도서관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러나 현재 민간작은도서관이 29개소라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얼핏 봐도 나타나는 문제가 상당하다.

 

29개 민간작은도서관 중 새마을문고가 무려 27개를 차지한다. 나머지 2개는 인동동(법정동으로는 구평동)의 등대작은도서관과 공단동의 파라디아 작은도서관이다. 그런데 이 두 곳은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1] 참조)

 

현재 작은도서관으로서 지원을 받는 새마을문고들도 사실상 작은도서관으로서 지원받는 게 아니라 새마을문고로서 지원을 받는 것이다. 구미시는 2015년에 총 6060만원의 새마을문고 지원 예산을 편성해놓았다. 2014년 구미의 새마을문고들은 4개소를 제외하면 각각 866150원 내지 6335950원의 예산을 지원 받았다.

 

구미시에서 실질적으로 민간작은도서관 지원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201387일 구미시의회에 의해 제정된 '구미시 작은도서관 설치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사문화의 길을 걷고 있다. 예전부터 있었던 새마을문고 지원 사업만 존재한다. 이것이 작은도서관 사업의 오늘과 미래에 던지는 메시지는 결국 이런 것이다. "지원을 받고 싶으면 새마을회의 품으로 들어와 새마을문고로 편입되어라."

 

이러한 차별 사례는 현재 새마을문고인 늘솔길 새마을작은도서관에서 극명히 드러난다. 늘솔길 새마을도서관은 원래 부영3단지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운영하고 있던 시설이다. 하지만 새마을문고 이외 민간작은도서관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는 구미시의 행정 덕택에(?) 끝내 새마을문고로 편입되는 길을 택했다.

 

새마을문고와 새마을문고 아닌 작은도서관이 상생해야 한다. 새마을운동은 관변운동인 동시에 귄위주의 시대에 비해서는 민간운동의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다른 자치운동과 어우러지거나 당당하게 경합해야 할 한 운동일 따름이다. 구미시는 새마을문고 이외 작은도서관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

 

작은도서관의 법적 요건은 1,000권 이상의 장서, 매년 신규자료 추가확보, 6석 이상의 열람석, 33제곱미터 이상의 건물면적(현관, 휴게실, 복도, 화장실 및 식당 등의 면적 제외) 확보 등이다. 구미시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차별적 태도를 보인다면, 저런 요건을 충족한 도서관이라도 등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구미시는 조례 '9(지원) 시장은 작은도서관이 원활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자료구입, 운영비 등의 일부를 예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다.'는 조항부터 준수해야 한다. 조례에는 새마을문고만 혹은 새마을문고부터 지원한다는 부분이 없다.

 

물론 모든 민간작은도서관을 동등하게 지원할 수는 없다. 전혀 운영이 되지 않는 곳에는 지원 자체가 부적합할 것이고, 자료구입비만 지급하는 곳부터 인건비까지 지원하는 곳까지 지원 수준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 기준은 단연 도서관의 활성화 정도이며 도서관의 운영시간, 프로그램 운영 실적, 주민 접근성 등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볼 수 있는 가까운 장소'가 아니다. 시민이 '사인(私人)'들로 파편화된 이기적이고 기계적인 현대사회를 극복할 수 있는 공동체적인 공간이다. 그렇다면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인색하거나 편중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미시 행정이나 지역 정치권 주류가 풀뿌리 자치공동체가 창출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아니라면, 재정을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