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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으로 자라난 길

노회찬, 임종인 전 의원과의 인연

얼마 전 한 지지자 분께서 저에 대한 지지 선언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위치가 낯설기도 합니다. 지지 선언을 써보기는 했어도 받아보기는 처음입니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을 업고 수많은 초선의원들이 국회에 진출했습니다. 그 가운데 돋보였던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임종인 변호사였습니다. 시종일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견지했고, 평화주의, 노동자 배려도 남달랐습니다. 비록 자신의 정당 내에서는 철저한 비주류로 머물렀지만 '국회의원은 여러번하는 게 아니라, 한번에 저렇게 하는 거'라는 본보기를 보여줬습니다. 그분이 위기에 처할 때면 저는 지지 칼럼을 쓰고는 했습니다. 그래서 임종인 의원 쪽에서도 저를 잘 알고 있었고, 홍보에 필요할 때마다 제 칼럼을 가져다 쓰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지간하면 정치인과 직접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번도 인사를 드린 적이 없습니다. 어느 토론회장에서 바로 앞에 임종인 변호사가 있었음에도 그냥 지나칠 정도였습니다. 어차피 그분이 제 얼굴은 모르니까요. 제 성격 알 만하죠? ^^


제가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을 맺은 정치인은 노회찬 전 의원입니다. 노회찬 의원이 2007년 대선 시즌, 당내 경선을 치를 때 제가 선거캠프에 결합했었습니다. 매우 힘든 선거였습니다. 권영길, 심상정 의원의 조직세가 대단히 강한 데 비해, 노회찬 후보는 내부에서의 약세를 대중적인 인기로 만회해야 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3위로 패배하고 말았습니다. 당시 저는 캠프에서 정세분석, 상황, 흑색선전에 대한 역공 등을 맡고 있었습니다.

낙선하던 날 노회찬 당시 의원은 제게 마음의 빚을 표현하셨고 주변의 측근 참모들에게 "김수민 꼭 잡아라"라고 일러두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 여의도로 올 일은 없다"고 다짐합니다. 중앙정치라는 것이 제게 생리적으로 잘 맞지 않고, 저도 정치 말고 하고픈 일이 대단히 많기 때문입니다.

2007년 여름, 여의도의 노회찬 경선캠프에서. 이명박 후보와 같은 빌딩을 썼습니다. 사무실 책상에서 일을 보는데 옆에 노회찬 전 의원이 이 복장을 하고 와 계시더군요.



지금 노회찬 전 의원은 진보신당 후보로 서울시장선거에 출전하셨고, 저는 고향에 와서 무소속 시민 후보로 나섰습니다. 정당정치에서 제가 노 의원과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은, 지난 몇년부터 지금까지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나 독자적 정체성을 세우는 데 철저히 실패했고 일관성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누차 제가 경고를 했었지만 받아들여지는 법이 없었는데, 현재 또는 나중에도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정신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 한, 저는 영원한 무소속일 수밖에 없습니다.  

노회찬 대표는 몇달 전 제게 호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선일보 행사장에 가서 축배를 들고 나서였습니다. 세상에는 의견이 꽤 다르지만 잘 지내야 할 대상도 있고, 과감히 선을 긋고 타협해서는 안될 대상도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왜 전자가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노 대표는 노사모나 국민참여당 분들한테 호된 비판을 받았는데, 저는 "안되겠다. 맞아도 나한테 맞는 게 낫겠다"고 생각을 하고 비판했습니다.

노 대표는 예전에 제게 "자네가 선거에 나갈 날이 오면, 내가 선대본부장을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내 인생에 선거 출마란 없다'던 저는 속으로 '나갈 일도 없는데 도움은 못 받겠군'이라고 생각했죠. 사람 일이 참 알 수 없습니다. 저도 기초의원에 출마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노 대표도 당시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습니다. 그분은 서울시장선거에서 저는 구미시의원 선거에서 각자의 승부를 펼치게 됩니다. 

제가 가진 몇가지 강점이 있다면, 그중 하나가 제가 존경했던 분에게도 비판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건 무슨 특별한 용기나 지성이 필요한 게 아니라, 자유롭고 떳떳하고자 하는 사람이 갖출 수밖에 없는 면모입니다. 최근 몇년동안처럼 앞으로도 제가 노회찬 대표를 비판할 일이 있을지 모르지요. 그러나 복지사회의 이상은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분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

지역구 한쪽에서는 저를 '사실상 민주노동당 사람'이라고 보고 있더군요. (지방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차이를 모르시는 분이 많습니다.) 사실 제가 민주노동당보다 좀 더 앞서나가려고 하는 측면도 있는데.. ^^ 아무튼 그런 마당이니 노회찬 대표와의 인연을 밝혀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실제로 선거기획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노회찬 대표와 함께 일했다는 걸 강조하라고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그러지 않은 것은 노 대표를 팔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가 자라온 길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렇게 블로그에 올립니다. 아마 주민 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이러한 이력들도 소개드리게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