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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Columnist

단순한 반MB연합을 넘어서

제 선거에 바빠 다른 선거에 관심 쏟기가 힘듭니다. 아마 전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선거가
서울시장 선거겠죠?
민주당에서는 이계안 전 의원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패했습니다.
저는 민주당을 기성보수정당으로 규정하지만 이 전 의원은 참 존경스러운 분이고 그래서 아깝습니다.
그는 대기업 CEO 출신이지만 시장논리에 잠식당하지 않고 나름의 정치 원리를 써나갔던 분입니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일단 유시민(국민참여당)-김진표(민주당)의 후보단일화에 관심이 쏠립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와 민주당 이종걸 후보에게 관심이 있었는데
한분은 지지율이 아직 저조하고 이 후보는 중도하차를 했습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서 안타깝게 여기는 것은 '반MB' 담론에 너무 무게가 쏠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뜩이나 천안함 사태로 선거 무드가 가라앉은 차이고
학교친환경무상급식이 여러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경향신문> 이대근 에디터의 말마따나
이 열망을 받아안을 정치세력이 없습니다.

저는 MB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지방선거가 정권 심판에 기대서 진행될 경우
결국 지금의 이 모양 이 꼴로 돌아오리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역대 모든 지방선거가, 9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권 심판론이 득세했었지만
지방자치는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음을 똑똑히 기억합니다.

저는 지역구에서 범야권 단일 후보로 불려집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일 후보겠지요.
무소속 후보가 한분 더 계시지만 그분은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에 있었던 현역 시의원이고요.
다른 야당에서는 후보를 내지 않았(못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단순히 반MB, 반한나라당의 기치를 걸고 선거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건 그들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MB연합론은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궁극적인 부조리들을 묻어둔 채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논리에 의지해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세종시 변질과 낙동강 파헤치기 그리고 수도권규제완화를
구미시민과 공단의 3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반대만을 외치려고 했다면 출마가 아니라 낙선운동을 벌였겠지요.

현재 지역에서 여러 야당의 지지자 분들이 제게 지지 의사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한나라당이 아니니까 일단 찍어줘야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단지 한나라당의 당선을 막기 위한 카드로 그치고 싶지 않습니다.

한나라당이 짓밟은 것은 물론 민주당도 같이 짓밟거나 혹은 그대로 놔뒀던
가치들을 복원하고 새로 세우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떡고물 흘려주듯 시행된 시혜적 복지를 보편적 복지로 고치고 싶습니다.

3불이냐 아니냐에 그쳤던 교육담론은 협동교육 쪽으로 돌려놓고 싶습니다.

기성 엘리트와 신진 엘리트 사이를 오가는 권력을
주민들의 직접 참여로 바꿔놓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러한 의지는 '반MB연합'이라는 협소한 틀에는 담을 수 없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야권에서 패권주의를 행사하고 있고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은 아직은 민주당과의 정책적 차별화가 미진하며
민주노동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고
진보신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래도 구미에 계시는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당원들은 
믿을 만한, 믿고도 남을 분들이라 다행입니다. 중앙 및 서울에서 좀 보고 배우시길.)

이러한 상황에서 오로지 '이게 다 이명박 때문'이라는 말에 의지하게 된다면
50은 자동적으로 한나라당에 헌납하고 나머지 50을 두고
야권이 아웅다웅 다투는 현상은 끊이지 않을 겁니다.

지방선거는 총선, 대선과 달라서 정책적 협의가 훨씬 수월합니다.
특히나 기초의원 선거는 그렇습니다.
제 정책 가운데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당원들이 반대할 만한 게 없으며
심지어 예전에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을 찍었지만 보편적 복지의 실현에 찬성하시는 다른 주민들도
이해하시고 지지해주실 만한 게 많습니다.

그렇다면 '남의 오류와 잘못'에 의지하지 않고
동네에서부터 새로운 기획을 써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넘어서려고 하는 모든 시민들과
다른 지역, 다른 선거에 출마한 야권 및 무소속 시민후보들께 당부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선거에서 단지 '한나라당을 심판하기 위해 김수민을 찍는' 주민들이 많더라도,
당선 후 저는 그것까지도 넘어서는 길로 가겠다고 약속드립니다.

포크레인이 난리굿을 해도 낙동강은 흐릅니다.
'포크레인 반대'에 그치지 않고 바다를 향해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