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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Columnist

영호남 지역주의, '만들어진 현실'

"왜 그렇게 힘든 지역에 무소속 시민후보로 출마를 하셨어요?"
"지역주의를 꼭 돌파해 주세요."

이런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

김영삼씨가 이끄는 상도동계, 김대중씨가 이끄는 동교동계가 있었습니다.
상도동과 동교동이 어디에 있는 동네입니까? 부산과 광주에 있습니까?
서울에 있죠.

김영삼씨가 부산시장한 적 있습니까? 김대중씨가 광주시장한 적 있습니까?
둘이 서로 지역에 틀어앉아 예산 갖고 가겠다면서 싸운 게 아니라
서울에서 대통령 자리를 놓고 싸운 겁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경상도 훌리건, 전라도 훌리건이 싸운 게 아니라
선수들은 서울에서 싸우고
경상도, 전라도는 TV보면서 응원한 것밖에 없습니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에는 '지역주의'가 없습니다.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영남인과 호남인은 서로를 가깝게 여겼습니다.
농촌 사람이 여당을, 도시 사람이 야당을 찍기는 했어도 영호남 갈등은 1960년대까지 표면화되지 않습니다.
전라도 사람들도 박정희를 많이 찍었고,
부산과 대구 사람들도 김대중을 많이 찍었습니다.

화개장터에서 영남 사람, 호남 사람이 서로 패싸움 벌이는 거 봤습니까?
섬진강 유역에서 영호남 사람들은 친하게 지냅니다. 거기서는 '영호남'이 의미가 없습니다.

현존하는 것은 지역주의도 아니고
지역감정도 아닙니다.

분명한 것은 '지역독점'이지요.

현재 구미시의회 의원 23명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이 22명입니다. 95.7%죠. 
그렇다고 해서 구미시민 중 95.7%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일전에도 말씀드렸지만, 4년 전 지방선거 때 인동동에서
한나라당 후보 2명이 거둔 득표율은 45%에 불과했습니다.

승자독식 위주의 선거구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때문에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독점, 광주전남은 민주당 독점이 됐을 뿐이란 겁니다.

나이든 친지들 중에는 "한나라당 공천 받지 그랬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그럴 사람이 전혀 아니기도 하지만
한나라당이 아니라고 해서 당선확률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구미 지역에도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상당수의 시민들이 있고
무당층, 중간층에서 기웃거리는 분들도 꽤 많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더라도 변화를 위해 한번쯤은 선택을 바꿀 만한 분들이 있습니다.
위의 세 부류를 합치면 한나라당 적극 지지층을 압도하고도 남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였느냐.
어설픈 지방분권과 정당공천제도, 그리고 승자독식 선거구조로 인해
시의회를 일당이 독점하게 되었고
시의회에 진출하지 못한 나머지 정치세력들이 패배에 지쳐서 점점 더 한나라당을 대적하지 못하게 됐을 뿐입니다.

구미에서 반-한나라, 또는 비-한나라 유권자 비율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것을 대변할 정치세력, 정치인이 없어서 한나라당의 독주가 지속되었을 뿐입니다.

이번 선거에 제가 나왔습니다. 저도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깊었고,
출마를 결심하고도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예비후보등록이 늦었습니다.
그런 제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더 많은 혁신적 후보들이 나올 것입니다.

한편 광주전남에서는 민주당이 '한나라당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도 저와 같은 혁신 성향의 후보, 의원들이 조금씩이라도 나온다면
언젠가 영남과 호남의 일당독점구도는 박살이 날 것이고
영남과 호남간의 지역대결구도도 누그러질 것입니다.

지역주의의 산지처럼 보였던 영남과 호남이
오히려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든든한 젖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