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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으로 자라난 길

4년이면 충분하다

당선 직후 어느 자리에 갔을 때 일이다. 지역에서 은근히 기침깨나 한다는 인사가 내게 그런 말을 했다.
"한나라당 입당이나 당에 들어가는 거는 함부로 하지 말고 상황 봐가면서 해."

그때 내가 든 생각은 "이 사람 제정신인가?"였다.

진보신당 강경파로 불려지다 끝내 탈당까지 선택한 내가
나와 아무 관계 없는 한나라당 입당 여부 따위의 이야기나 듣고 있어야 하나?
그래도 참아야 하는 것이 소위 '공인'의 임무인가?
그후로도 나는 가당치도 않은 주문과 조언 같잖은 조언을 들어야 했다.
4개월이 지났다. 이제 그자들은 자신의 말이 들어먹히지 않는 인간이 나라는 것을 알 것이다.
아직까지도 몰랐다면 앞으로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다.

예컨대 나는 솔직히 박정희를 찬양하는 사람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독일에서 헌법수호청을 운영하듯 그런 자들은 공직으로 진출하는 경로를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며,
이 나라가 정녕 정상적인 국가라면 추모제든 탄신제든 숨어서 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 예산은 들이지 마라. 민간에서 하라'는 것은
나로서는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타협이었다.

우스운 인간들이다. 그 정도 수위의 발언에도 호떡집에 불난 듯 찧고 까부는 행태를 보면서,
저들이 그동안 좁은 지역사회에서 기득권을 나눠먹고 끼리끼리 히히덕거리면서 살아왔을
그 풍경을 떠올리니 수치스럽고 분노가 치민다.

불관용세력에게는 관용이 필요없다는 것만을 확인한다.

루쉰이 한 말대로 "물에 빠진 개도 끝까지 두들겨 패야 한다."

분명히 말해두건대
내가 힘이 없어 뭔가를 새로 만들 순 없을지라도
나쁜일을 '안되게 해줄 수는' 있다.
설령 그대로 되더라도 삐꺼덕거리게 만들어줄 수는 있다.

4년이면 충분하다.
시의원이라는 권력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게는 큰 권력이다.

두번 세번 할 필요 없다.
그 한줌의 권력이 손안에 있는 4년동안
최선을 다해 기만과 술수의 무리들에게
모멸감을 안겨줄 것이다.

임기가 끝나면 끝나는대로 가면 그만이다.
내게는 잃을 것이 없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위해서,
시의원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 해먹으려고
서른도 되기 전에 출마했을 것 같나?

놈들은 꿈에도 몰랐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인생 구석에 몰려 있었고
10년동안의 활동을 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였다.
당락을 떠나 출마 자체로 지역기득권을 불쾌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그러나 놈들은 "나중에 정치하려고 하는 이색 후보"로 지레짐작했고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주민 여론에게 일침을 당했다.

선거기간 한나라당 선거운동원으로 보이는 어느 사람이 내게 다가와
"이번에는 얼굴 알리려고 나왔고, 다음을 내다보고 나온 것 같은데... 뭐 나중에 국회의원도 하고 그럴 수 있는 거죠"라고 했다.

나는 그의 악수를 받으며 정면으로 얼굴을 보며 말했다.

"국회의원 줘도 안합니다." 

 
나는 내 수중에 아무런 권력도 없을 때
'4년임기'와도 같은 시간도 없을 때
방우영 조선일보 고문의 연세대 재단이사장직 퇴진을
연세대 학생사회에서 홀로 촉구했다.
놈들은 그때 침묵으로 당랑거철을 피해갔지만
이제 더이상 최소 4년간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4년이면 충분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을 때 거의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갔던 것 같다.
그는 미적거렸기 때문이다.
다음 권력을 누구한테 넘겨주든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본인이 퇴임 후에 한 말대로 색연필 듣고 쭉쭉 긋고 올려버렸어야 했다. 

4년이면 철저하게 날려버릴 것은 얼마든 날려버릴 수 있고,
날아간 것들이 다시 복귀하더라도 상처투성이의 몰골로 등장하도록 하는
시간은 된다.

그 이상의 일을 누군가 공직에서 해야 한다면
그건 다음에 올 사람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