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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중계

'수구꼴통' 매도 사실무근... 경북 도의회 성명발표는 망신

경상북도 도의회는 권영길, 김상희 국회의원이 대구 국감 도중 대구경북을 '수구꼴통'이라고 매도했다며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 며칠동안 지역언론은 이 사태를 대문짝만하게 실었습니다.

그러나 공개된 속기록을 보아하니 아예 처음부터 사실무근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권영길 의원은 "수구꼴통 본산"이라는 이야기가 "억울하지 않"느냐고 대구와 경북의 교육감에게 물었고 억울한 감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대구경북이 이 나라의 민주화의 요람", "대구경북 지역이 이 땅의 불평등을 바꾸는 그런 곳"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 근거로 대구에서 일어난 10월항쟁과 3.15의거를 들었으며,
우동기 대구교육감이 수긍하였습니다.

권영길 의원이 대구경북민을 수구꼴통으로 매도했다면,
우동기 이영우 교육감은 여기에 맞장구를 치며 같이 매도했다는 것인지?

정확한 회의상황도 모른 채 규탄 성명을 발표한 경북 도의회.
당사자들의 잡아떼기와 지역언론의 우격다짐으로 이 사태를 덮고 넘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요.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에도 반사적으로 나서는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하지만 한두사람도 아니고
도의원 63명 전원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집단지성이나 다중지성이다 하지만 이 63명이 잘못된 것을 교정하지 못한 채
그대로 흘러가게 된 이유는 뭘까요? 

많은 실험 결과들이 패거리보다 개인이 더 윤리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길을 가다가 서류 뭉치를 떨어트렸을 때, 일행이 있는 사람들은
몇번 쳐다보다가 다같이 발걸음을 옮기고 말지만
혼자 있는 사람이나, 여럿 중에서 도움을 요청받은 특정한 사람은
주저없이 서류 뭉치를 줍게 된다는군요.
저도 EBS 다큐멘타리로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집단주의 내지 전체주의에는 양심과 지성이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에서 또 한번 깨닫습니다. 
아마 한분 한분이 사실을 수집하고 판단을 내리고
그 다음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토론을 거쳐 의견을 도출하는 구조와 문화
였다면
사건 전개는 전혀 달랐을 것입니다. 

또한 사과를 표명할 적에도, 양상은 달라지기 십상입니다. 
잘못도 여럿이 함께 저질렀을 때는 사죄는 물론 스스로 인정하기가 어렵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