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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중계

해외연수 생각

아까 전 한 언론사 기자와 해외연수에 관한 인터뷰를 했습니다. 곧 연수 일정이 다가오는데 제가 불참했기 때문에 견해를 물으러 전화하신 것 같습니다. 해외연수에는 의원 일인당 연180만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해외연수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공무수행과 의정 발전에 꼭 필요한 연수다." "관광성이 농후한 외유다." 그리고 비판적 시선에도 해외연수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경우와 예산을 들여 연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엇갈려 있습니다.

저는 해외연수 자체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임기 중 한두번쯤은 가볼 만하다고 여깁니다. 외국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워 의정활동에 십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굳이 가볼 만한 국가 및 지역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번의 행선지는 두 갈래로 일본과 몽골입니다. 처음 의원들 사이에서는 최근 부상하는 복지담론 탓인지 "유럽행"이 곧잘 논의되었습니다. 그러나 관광경비를 산출한 결과 원래의 예산은 훨씬 초과하더군요. 그래서 인당 180만원 이내의 경비를 감안, 일본이나 몽골을 택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다른 의원 분들이 일본과 몽골에 가는 것에 이견이 없습니다. 다만 제가 구태여 갈 필요가 없었고, 또 이렇다 하게 정리된 것도 없었던 거지요.

해외연수 추진 이후 근래까지 제가 정리해본 해외연수의 원칙은 얼추 이렇습니다. 첫째, 저의 정책과 관련있는 지역으로 간다. 꼽아보니 협동교육의 전범인 핀란드와 사회적 경제의 표본인 이탈리아 볼로냐가 있습니다. 둘째, 철저히 정책과 관련되어 있는 일정(관계자 면담, 관련 시설만 시찰, 자매결연 추진 등)을 짜고 관광성 일정은 지양한다. 유럽 연수에서 많은 비용이 나왔던 것은 여러 나라를 여러 날 돌기 때문인데, 특정 지역만 3박 이하의 일정으로 돌면 비용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요?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이 초과된다면, 자부담을 하거나 가지 않을 수 있다. 넷째, 의원이 추구하는 바에 걸맞은 연수는, 의원 혼자만의 연수일 수도 있고, 비슷한 노선의 다른 지역 의원들과의 공동 연수일 수도 있다. 다섯째, 어떤 지역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꼭 그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다. 집행부 공무원들이 방문을 할 경우, 그분들에게 배워왔으면 하는 사항들을 메모해드린 뒤 나 자신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원칙에 의거해서 구체적인 계획을 짠 것도 아니고, 올해 당장 가야겠다는 의사도 없기에 이번 해외연수는 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동료의원 분들 중에도 일부 불참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연수를 외유성이라고 보시고, 어떤 분은 취수장 문제나 KEC파업 등 지역에 비상 현안이 산적한 마당에 외국에 나갔다 오기가 부담스럽다 하셨습니다.

어쨌든 해외연수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졌으면 합니다. 이번에 일본과 몽골에 갔다오실 동료 의원 분들이 "선진문물을 배워오겠다"는 애초의 각오대로 잘 소화하셨으면 하고,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를 공개하여 시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