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친구들과 함께 마석모란공원을 찾았습니다.
허세욱 열사의 묘앞에서 다짐했습니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최선을 다해 싸우자.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실책이었던
한미FTA를 폐기시킨다!
요즘 한국과 미국 모두에서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 FTA재협상론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한미FTA의 가장 큰 해악은 지방자치 훼손에 있습니다.
지난 선거 무렵에 제가 써둔 글을 다시 올립니다.
2006년 초반 가장 뜨거운 정치이슈는 한미FTA였습니다.
경제발전의 장밋빛 청사진이 제출된 가운데, 방송PD들이 미국식 FTA의 폐해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공방이 점증하였습니다.
그 와중에 허세욱이라는 시민이, 4년 전 오늘 목숨을 던졌습니다.
이런 죽음이 안타깝지만, 살아남은자로서 함부로 입을 열기가 매우 두려운 일입니다..
한미FTA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설문을 하면 대부분 '농업 피해'를 듭니다.
물론 그것도 맞지요. 하지만 농업의 피해는 빙산의 일각입니다.
한미FTA 찬성측에서는 "쌀개방을 막았다"라고 선전하였지만
실상 쌀개방은 WTO 다자협상에서 이미 하기로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달리 말해, 한미FTA 아니라도 농민과 농업을 억압하는 조치는 숱하다는 거지요.
FTA는 자유무역협정의 준말이지요. 자유롭게 무역을 하도록 협정을 맺는 일.
그러나 FTA에도 세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 단순한 물품교역.
둘째, 개방할 항목을 정해두고 하는 것.
셋째, 개방하지 말 것만 빼고 모두 개방하는 것.
미국식 FTA는 세번째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논란이 엄청나게 커졌던 겁니다.
미국식 FTA에는 래칫(역진방지), 현재유보 등의 독소 조항이 있습니다.
한번 개방을 해버리면 조금도 되돌릴 수 없고 앞으로 더 개방할 여지만 남겨놓는 거지요.
사람이든 국가든 하다 보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건데 '교정'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조항입니다.
문제는 유럽연합과의 FTA에도 이 조항이 들어갔다는 건데, 미국과 FTA협상을 한 당사자들이
유럽과의 FTA도 주도했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했을 터이고,
유럽이 미국식을 따라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몇 안 됩니다. 경제규모가 큰 나라 중에서는 아주 희귀합니다.
일본도 아직은 미국과 FTA를 맺으려 하지 않지요.
멕시코는 미국과 FTA를 맺고 나서 급격하게 삶의 질이 나빠졌습니다.
스위스는 국민투표로 미국과의 FTA를 부결시켰습니다. LMO(유전자변형식품)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한미FTA 추진 당시 광우병 문제가 불거졌었죠.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의 본내용이 아니라, 먼저 이뤄야 할 조건으로 이뤄진 겁니다. 같은 사안으로 스크린쿼터 축소가 꼽힙니다.
그렇다면 호주는 왜 미국과 FTA를 체결했을까?
미국식 FTA에 있는 가장 나쁜 조항을 빼버린 조건이 있었던 겁니다.
그것은 바로 미국식 FTA에는 있지만 유럽식 FTA에는 없는
ISD, 투자자-국가 직접 제소제입니다.
이 제도는 FTA나 투자협정을 맺은 당사자국 사이에서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게 하는 행위입니다. 이것만 보면 별 게 없습니다만.
첫째, 투자자는 국가를 제소하지만 그 거꾸로는 불가능합니다.
둘째, 어디서 재판을 하는 게 아니라 투자자측, 국가측, 중재측, 이렇게 국제변호사 세 명이 모여 합의를 봅니다.
그 합의는 현실적으로 투자자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투자자는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무엇무엇을 해야 되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어떤 제도가 우리를 방해하고 있다, 그것을 풀어달라"는 이유만으로도
상대 국가를 제소할 수 있습니다.
1)
1997년 민영화된 볼리비아의 상수도를 미국 ‘베텔’사가 경영하기 시작하면서 수도요금이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올랐다. 그래서 가난한 볼리비아 국민들은 빗물을 받아먹는 기계에 의존하게 되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베텔은 볼리비아 정부를 압박하여 ‘하늘의 수도꼭지’까지 잠그려 하였고, 이에 항의한 국민들은 거센 데모를 벌였다. 정부는 계엄령까지 내렸으나 시위대가 사망하는 지경에 이르자 결국 2001년 도로 상수도를 공영화했다. 그러나 베텔이 볼리비아 정부를 제소하면서 제2의 사태가 시작된다. 미국과 볼리비아는 FTA나 BIT를 맺지 않았는데 어떻게 ISD가 가능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베텔은 볼리비아와 BIT를 맺은 네덜란드에 ‘껍데기 회사’를 두고 있었고, 네덜란드라는 거점을 통해 ISD를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2)
멕시코의 한 지방정부가 환경파괴와 환자급증을 이유로 쓰레기매립장을 폐쇄했을 때, 운영회사이던 미국의 매탈클래드사가 ISD를 통해 멕시코법률과 환경보호의 책무를 무력화시켰다.
미국 투자자는 한국 정부가 보호하거나 관장하고 있는 영역과 충돌할 때 이를 불공정경쟁으로 규정하고
상대 국가의 멱살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때 한국 정부가 소송에 응하지 않고 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죠.
1) 해당 부문을 정리하거나
2) 자신을 제소한 민간 회사에게도 똑같은 지원을 하거나,
3) 아예 그 사업을 민영화하는 것.
자연히 공공성과 복지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죠.
원래 복지가 미비한 한국으로서는 재앙에 가까운 일입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되지 않을까?”하는 질문이 나올 법도 합니다.
그러나 ISD는 초국적 자본의 이익이 관철되는 냉혹한 공간에서 이뤄집니다.
기적적으로 이기더라도 피해는 있습니다. 소송비용이 크거든요.
혹자는 1990년대 이래 소송 건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2000년이 지나서 건수가 급증했음을
고려해야 합니다. 알려져 있는 소송건수는 260여건이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주목해야하죠.
원칙상 분쟁 상황은 비공개가 보장되니까요.
전례를 뒤져보면 대개 판정액(배상액)은 1~3억불의 수준이고요. 한 외국 투자사가 러시아 정부에
330억불을 청구한 적도 있습니다.
경제평론가 정태인 씨는 한국 정부의 피해규모에 대해 최대배상액은 33조원이며,
ISD 때문에 GDP가 1% 하락하리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미FTA 찬성측은 ‘환경’이나 ‘부동산’에 관한 사안은 제외된다고 변명했으나 ISD의 문제점을 다룬 서적.
투자자를 ‘내국민대우’하게 되는 한,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환경, 부동산 부문에서 정부를 제소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한미FTA는 개방의 문제가 아닙니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굉장히 크게 개방되었지요.
이 상황에서 개방을 한다는 건 담을 튼지 오래되어 마당에서 투기꾼들이 날뛰는데
현관문, 안방문까지 열겠다는 말에 다름 아닙니다.
한미FTA에서 성공한 협상이라는 자동차 부문, 섬유 부문도 실상은 한국의 패배입니다.
(이 문제는 이 자리에서 바로 거론하기는 좀 길고 기초의원 후보자로서 당장에
대답하고 안내하기는 좀 그런데..^^ 혹시 질문을 올려주시면
다시 답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미FTA는 ISD를 통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와 경제 행위를 훼방하게 됩니다.
저는 농촌과 도시의 조화를 위해 지역의 농산물을 학교와 관청의 급식으로 공급하겠다고,
소상인층의 권익을 위해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규제하고 대형마트로의 집중을 조절하겠다고
공약을 낸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미FTA는 이러한 정책에 커다란 걸림돌이 됩니다.
몇달 전 술집에서 만난 한 미국인은 제게 한미FTA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극소수 부유층에게만 유리하고, 못사는 사람은 더 못살게 된다."
그게 정답입니다. 그래서 미국도 노조의 지원을 받은 오바마 민주당 정부가
FTA체결에 소극적이게 된 것입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미FTA에 반하지만 주민들의 복지에 충실한 정책들이 대두되고
적어도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는 이 문제가 확실히 매듭 지어졌으면 합니다.
외국인 거대 투자자의 과잉권리 때문에 지방자치의 복지와 경제가 훼손되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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