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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선거운동

구미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거부한다

서울에 잠시 왔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겹쳐서 상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제 정책특보들을 만나 조언도 듣고, 예전 저를 만나고 싶어했던 분들도 만났습니다.
친구 병문안도 가야 합니다.

어떤 분들이 출마 사실을 모르셨을 때 제게 굉장한 일을 제안하시려고 했는데
일단 말씀만 듣고 서로 인사 나누었습니다.
선거끝나고 그 일에 어떻게든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구미에서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이분들은 지역구 현황을 곰곰이 들으시더니 잘될 수 있겠다고 응원해주셨습니다.
미처 알지 못하셨던 구미의 면모에 놀라시기도 했습니다.

반면, 구미에 대해서, 제 선거에 대해서 함부로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구미를 향한 철저한 오해와 오인에 기댄 주먹구구식 분석으로 말이지요.

'오리엔탈리즘'이란 원래 서양과 동양을 구분짓고 서양이 동양을
신비화하는 동시에 무시하면서 특정한 이미지에 가두는 태도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태도는 무수한 곳에서 발견됩니다. 도시가 농촌에게, 수도권이 지방에게,
부유층이 서민에게, 강자가 약자에게... 여러 방향으로 말이죠.

소위 지식인이란 사람들이 영남 지역에 보내는 시선에도 그런 게 있습니다.

"거기 20대는 선거에 관심 없을 거 아니냐." ('공돌이'라는 비하가 담겨져 있지요.)
"거기 중년 상인층은 다른 후보에 줄댈 거 아니냐."
(21세기판 '사농공상' 논리입니까? 그러시는 본인들은 '士'라는 거겠죠?)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그것은 그들이 짜놓은 편견('구미는 보수 도시') 때문이 아니라
유권자와 저와의 궁합에 따른 것일 뿐입니다.

또 한가지 첨언하자면 저는 선거운동을 하며 훌륭한 유권자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깨어 있는 시민은 많은데
그동안 조직된 힘이 부족했을 뿐입니다.

정치비평가, 시민운동 참여자로서 제가 반성할 일입니다.
그뿐입니다. 구미 시민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을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고향의 시민운동 선배들이 말씀하시더군요.
"서울에서 활동하다 여기 오면 갑갑할 텐데..."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수도권 사람들이 더 보수적입니다. 투표 경향만 달랐을 뿐이죠. 사회경제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물론 수도권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영남에도 있고 호남에도 있듯이 말이죠.

한국사회의 '이 모양 이 꼴'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사람의 살이도 고만고만하지, 특정한 지역에 책임이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지식에 걸맞지 않은 편견을 가진 분들부터 각성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