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 선거운동

첫 선거운동으로 농촌동네 신동을 다녀왔습니다.

돈 없고 빽 없는 후보는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4월 1일에 예비후보등록을 했으니 빨리 나선 셈도 아니지요.
추가로 더 준비할 것을 갖추고 난 다음, 오늘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첫 선거운동 지역으로 정한 곳은 인동동 관할의 '신동'입니다.
인동, 진미는 구미의 신도심, 신번화가입니다.
그러나 구미가 농도복합도시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신동은 칠곡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농촌 동네입니다.

image

처음 제가 뵙게 된 유권자들은 할머님들이셨습니다.
모이셔서 함께 노시다가 저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한동안 같이 앉아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불편하신 것이 뭐냐고 여쭈어 보았습니다.
역시나 '교통' 문제가 나오더군요.

저도 신동 지역에서 버스를 탄 적이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10분만에 버스에 오를 수 있었지만,
함께 정류장에 서 있던 분은 "40분을 기다렸다"며 매우 지루해 하셨습니다.

두번째로 나온 불편 사항은 '보건의료'였습니다. 보건소에서 노인정을 방문하는데
시기가 일정하지 않다고 할머님들이 토로하셨습니다.

이 보건의료와 교통 불편은 뭉쳐져서 더 큰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이나 보건소를 들러야 할 할머님들께서 차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시는 겁니다.
친환경마을버스, 반드시 해야겠다는 다짐이 들었습니다.

여러 분들께 인사를 드리느라 미처 사진을 많이 찍지는 못했지만
신동 곳곳에는 꽃이 피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길을 산책하듯 여행하듯 다니면서, 어르신, 농민 유권자들과 대화하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만난 할아버님은 제가 만난 첫 남성 유권자셨습니다.
그분은 제게 "무소속인데, 당선되면 어느 당으로 들어갈 겁니까?"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순간적으로 '한나라당에 들어가야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저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무소속이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주민 분들하고 함께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해 드렸죠.

그런데 그랬더니 할아버님이 하시는 말씀이 이랬습니다.
"나는 평생동안 한번도 한나라당을 찍은 적이 없다.
지방자치를 한지가 몇년인데 정권이 바뀌지 않고
해먹던 사람이 또 해먹느냐."
아... 이 할아버님은 저의 의지와 노선을 떠보셨던 겁니다.
경북 시골 지역에서 이렇게 개혁적인 성향의 어르신을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많이들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었고, 처음 만난 할아버님을 통해 그 예상이 틀린 게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번째 만난 할아버님도 제게 고무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분 역시 아까 할아버님처럼 일을 하고 계셨습니다.
두분 다 일을 하고 계셔서 제가 참 죄송스러웠지만, 두분 모두 장갑을 벗으시며 명함을 받아가셨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두번째 할아버님은 제가 비혼이고 20대라는 게 오히려 더 잘됐다고 말씀하십니다.
"군대는 갔다 왔죠? 그럼 됐어.
아들 있고 손자 있는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더 소신 있고 깨끗하게 할 수 있거든."

이 할아버님은 세금공무원 생활을 하시다가 수십년동안 LA에서 사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좀 영어 억양이 섞여 있었습니다.
"한나라당에 나이든 사람들,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는 것보다
무소속 젊은 사람이 훨씬 낫소. 잘 한번 해보이소.

내가 교회 장로인데 우리 교회 사람들한테도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거요.
요기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되지요? 내가 선거사무실에도 함 놀러가겠소."

할아버님은 여든 하나라는 춘추가 믿기 힘들 만큼 정정한 모습으로 다시 쟁기를 잡으셨습니다.


신동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할아버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여가 참 좋은 동네라요. 오이소. 반갑게 맞이할 낀데. 요기도 방이 빈 데도 있고 한데 돈 거의 안 받을 걸?"
하셨습니다.

이렇게 오늘 만난 어르신들은, 오히려 중년층보다 더 큰 기대를 청년들에게 갖고 있음을
제게 표현해 주셨습니다.
처음 보는 젊은이에게 "낯이 익다, 낯이 익어"하시며 반가워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군복무 도중 농촌치안현장에도 오래 있었습니다. 그때 뵈었던 어르신, 농민들이 떠올랐습니다.
당시는 전의경으로서 치안서비스를 했지만 이제 지방자치에 나서는 사람으로서 더 크고 많은
문제들을 꼼꼼이 살펴야 하는 입장이 됐습니다.


그외에도 신동을 돌아다니면서 몇몇 분들을 더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신동에서 마지막으로 뵌 분은 동네 입구로 걸어오시는
젊은 어머님과 여덟살짜리 딸이었습니다. 제 주요공약인 협동교육네트워크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드리려 했는데
아이가 좀 피곤한지 아이를 업고 계셔서 '교육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일단 말씀드렸습니다.

신동은 인동동에서 외곽지에 있고 시골마을이라 선거과정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는 곳입니다.
시간이 나면 또다시 찾아뵙고 주민들의 불편을 접수하며 정책을 알릴 것입니다.
오늘 꿈결 같은 길을 거닐며 행복했던 기억 때문에라도 반드시 재차 방문할 것이며
당선되면 꼭 제 일처럼 챙기며 교통 불편과 보건 문제를 꼭 해결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사진도 많이 찍어서 신동의 아름다운 풍경을 많이 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