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이 근로자를 봉으로 삼았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세법개정안의 핵심 문제는 대기업 과세가 빠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비판하는 건 옳다.
소득세 개편에 시비를 거는 건 적절치 않다.
4000만~7000만원 구간의 증세액이 연 1만~16만원에 불과하고
실효세율 인상도 0.1~0.3%포인트다.
대신 8000만원 초과자부터 실효세율 인상폭이 0.5~1.4%포인트에 이르고,
증세액도 연 98만원, 3억원 초과자는 865만원으로 더 크다.
누진적 증세이고 가장 증세 부담이 커진 대상은 상위계층이다.
4000만~7000만원 계층에게 월 약 1만원의 증세가 세금폭탄인가.
소득세 개편에서 누가 감세 효과를 보는가.
신설되는 자녀장려세제까지 감안하면 4000만원 이하자다.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세금을 더 내고
나머지 3분의 2는 세금이 줄거나 자녀장려세제 지원을 받는다."
- 오건호
세금폭탄론 2.0
- 중상층 '개혁' 시민들의 잇속과 허위 의식
월급쟁이들이 가진 '유리 지갑'이라는
피해의식은 뿌리 깊으므로 세제 개편안에 대해
아우성이 나오리라는 것은 예상가능했고
이해할 만도 할 일이다.
그러나 '세금폭탄론' 따위를 꺼내들면서
판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걸 보면...
이게 혹시 정부여당의 목표였나 싶어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그래? 그럼, 누가 집권하든
증세는 없는 거야, 알았지?"라는
컨센서스가 확립될 수도 있다.
요 며칠간 특히 중상층 정도의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고
소득 정도에 맞추어 누진적으로 증세하는,
이번 안이 그나마 담은 합리성 앞에서도
피해의식을 멈추지 않으며,
대정부투쟁의 일환인 마냥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번 안의 나쁜점은 대기업 법인세나
금융소득과세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인데,
세금폭탄론 2.0은 이점만으로 세재개편을
중산층과 서민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쩌면 부유층 증세를 볼모로 잡아두고
"내 위로만 세금 내!"라는 잇속과
"내 밑(서민)으로는 내가 보호한다"는
허위의식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싶다.
참여정부의 종부세 도입 당시 터진 게
세금폭탄론 1.0이었던 셈인데
부유층 증세에 대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터라
중장기적으로 세폭1.0은 큰 파워를 발휘하기 어려운 반면,
이번 세폭2.0은 부유층 증세의 방패를 들고
근로소득자 전반이 포퓰리즘적 저항을 하고 있으니
세제 담론 자체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고약한 측면이 있다.
때마침 국정원 게이트로 든 촛불의
빛을 빌려 숭고의 미학까지 펼치고 있으니..
만일 민주당 정부에서 이번과 같은
개편안을 실행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들 중상층 '개혁' 시민들은
"똑같은 '그것'이라도 새누리당의 그것과
민주당의 그것은 다르다" 특유의 괴이한
발언을 일삼을까 아니면
당파성의 가면 따위 매몰차게 벗어던지고
제 욕망을 드러낼까.
박근혜 정권 세제개편안에
한국사회는 허를 찔렸다.
'부자 증세' 방패 뒤 적잖은 시민들이
'부자(만) 증세'라는 속내를 들켰다.
한국이 복지국가가 되기 어려웠던
근본적 이유는 사회연대의식 부족이다.
국가가 미약해서도 아니고
경제성장률이 낮아서는 더더욱 아니다.
"풍족하지 않은 우리가 한 되 더 낼 테니
부유한 너네는 한 말 더 내라!"
"만일 너희가 안 내면 우리끼리라도
십시일반해서 꾸려가겠다!"
지금 한국인들은 이렇게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건 연대의식과 공동행동 없인
불가능하다.
한국사회에서는 복지를 향한 열망조차
(개인주의도 아닌) 사인주의를 좇아왔으며,
(사회나 공동체를 제끼고) 국가주의에 기대고 있었다.
"니가 안 내면 나도 안 낸다."
"위에서 좀 알아서 잘 해주라."
나도,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듯,
부자나 대기업부터 증세하고
다음으로 중산층, 그 다음 서민이
증세하는 전략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번을 계기로 마음이 바뀌었다.
지금 분위기대로라면, 부자 증세를 해도
그걸로 재정확충 방안은 끝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박근혜 정권이
대중 설득 전략을 잘못 짰기에 나왔겠지만,
본의 아니게 이 사회의 약점을 찔러버렸다.
이런 사회에서 부자 증세해봤자
뭐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이건희 세금 많이 낸다고 존경 받고,
그 재정은 4대강공사 같은 데로나 새겠지.
결코 낮은 장벽이 아니다.
이제 벽의 뿌리를 돌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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