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의회 중계

전쟁유공자 명예수당, 연령제한 폐지

오늘 있었던 조례 심사에 <구미시 참전유공자 지원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 올라왔습니다. 기존 월2만원이던 참전자 수당을 3만원으로 인상하고, 고엽제유공자와 상이군경에 대해서도 수당을 지급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에 "유공자 수당은 노령수당이 아니니, 만65세 이상이라는 단서조항을 폐지하자"고 말했습니다. 상임위에서는 이 의견이 받아들여졌고, 주민생활지원국장과 주민생활지원과장도 동의하였습니다. 오늘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수정가결된 조례가 23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65세 미만의 베트남전쟁 유공자들에게도 함께 수당을 지급하게 됩니다. 별도로 국비나 도비 지원이 없어서 작은 금액이지만 상징적 의미는 있습니다.

저는 베트남전쟁이 잘못된 전쟁이라고 단언합니다. 전쟁을 일으킨 미국에서도 이를 인정합니다. 클린턴 대통령이나 존 케리 전 대통령 후보 등은 반전세력 출신이죠. 특히 케리는 참전용사 출신의 반전운동가였습니다. 

베트남전쟁의 본질은 간단합니다. 베트남 독립을 쟁취하려는 민족해방세력과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외세와의 싸움입니다. 우리가 베트콩이라 부르는 이들은 일제시대 만주에서 투쟁하던 무장세력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동조하여 식민지 해방을 저지하려고 했던 가해자입니다. 저는 베트남 참전용사 역시 '자유의 수호자'라고 보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군이 현지에서 자행한 민간인학살은 미국과 견주어도 상당한 수준으로 여전히 '한국'이라는 말에 치를 떠는 베트남인들이 존재할 정도입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의 참전용사들은 반전주의적 입장이 매우 미약합니다. 제가 하는 이야기들을 싫어하시는 참전용사들이 많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이 싫어하거나 말거나, 저는 베트남전쟁에 비판적이며, 그러면서도 전쟁유공자 명예수당은 보편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베트남전쟁의 최대 피해자들이 베트남 민간인들이고, 최대 가해자가 미국 정부라고 한다면, 한국의 참전용사들은 양자의 성격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고엽제 피해나 상이군경은 특히나 그렇습니다. 예전에 <유리구슬>이라는 특집드라마가 방영된 적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지역이었던 노근리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월남전에 뛰어들어 민간인학살의 죄책감을 안게 되었고, 부유하면서도 타락한 삶 끝에 고엽제 후유증이 도져 죽어간다는 내용입니다. 탤런트 정은표 씨가 주연을 훌륭히 소화해냈습니다.

참전유공자들도 피해자인 것입니다. 그들에게 수당을 지급한다면, 그러한 관점에서 지급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연히 연령 제한은 불필요한 것입니다. 미국은 한국과 베트남에게, 한국 정부는 베트남과 한국 국민에게, 한국 국민은 베트남에게 사과해야 합니다. 지나간 오욕의 역사를 청산하는 건 이만큼 거대합니다. 다만 제가 시의원으로서 지자체가 참전용사들에게 취할 태도가 무엇인지 제시할 수는 있었습니다.

참전용사 분들 중 몇분이 돌아가실 때까지 "옳은 전쟁이었다"고 믿으실지, 혹은 다르게 생각하실지 저는 잘 모릅니다. 또 앞으로 '사회단체 보조금' 등에 관한 심사에서 전쟁유공자 단체와 불편한 관계에 서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얼마 전 본예산 심사에서 저는 전적지 순례 등 전쟁유공자단체의 각종 순례 예산의 반액 삭감을 요망한 바도 있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전쟁유공자'에게 지급한다는 수당이 나이를 가릴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더욱이 베트남전쟁 막바지에 스무살이었던 사람도 지금 벌써 57세입니다. 통계로도 65세 미만은 65세 이상보다 훨씬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