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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Columnist

길잃은 박순이 실장의 논설

제5대 의회 때 박순이 의원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직접 대화를 나눈 적도 없고 잘 아는 분은 아닙니다. 다만 전해들은 이야기는 많습니다. "지난 의회에서 가장 열심히 활동하셨다"는 평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의회에서 뵙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그러나 열의를 인정받으셨기에 <경북문화신문>의 논설실장으로서 또다른 출발을 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 올라온 박순이 논설실장의 칼럼은, 그의 '논리정연한 의정활동을 했다'는 전언을 무색케하고 있습니다.
 
<구미시 시의원!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외견상 박정희 기념예산에 관한 구미시의회의 논쟁을 나무란 것 같지만, 박 실장의 견해를 보면 저를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K모의원'으로 저는 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의회내에서의 논쟁은 길지 않았습니다. 일전에 한 언론보도의 잘못된 점을 제가 지적했듯, 이것은 친박연합 '의원'들과 저의 대결이 아니라, 친박연합이라는 하나의 당을 포함한 박정희 지지세력과 저와의 싸움입니다. 원내외를 포괄하고 있는 구도지요.

박순이 실장은 박정희 대통령을 추켜세우면서 제쪽을 비판하고 있지요. 물론 그러면서도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자는 취지는 계속해서 눈에 띕니다.

저는 지금 벌어지는 이런 모양새를 보면서, "제 의견이 존중받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존중은 차치하고 상대방이 무엇을 말했는지를 똑똑히 들어야 할 것입니다.

박실장의 글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군요.

박정희 대통령의 반대자들은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경제발전이 우연한 시간적 일치고 그 누구라도 그 시절에 지도자가 되었다면 다 해냈을 거라며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을 폄하시키려 하고 있다.

지금 논쟁하는 과정에서 저러한 내용이 골자가 되었습니까?
박순이 실장은 상대방 발언의 주요 요지를 왜곡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 실장을 비롯해 어느 누구도, 사법사상 최대 암흑 사건으로 지목된 사법살인인 인혁당사건을 비롯
극악무도한 반인권 국가범죄에 대해 고개숙이거나, 최소한 변명이라도 하는, 그런 책임있는 태도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본인을 포함해 수많은 논자들이 지목했던 박정희 정권기의 불가해한 부동산폭등과
배보다 배꼽이 2배 반이나 더 큰, 불로소득이 생산소득의 2.5배에 달했던 끔찍한 현실에 대해
그 어떤 반론이나 해명도 내놓고 있지 못합니다.

오히려 박순이 실장님 같은 분들이야말로
"박정희 정권이 없었으면, 인권 탄압이 없었으면, 부동산투기 놔두지 않았으면 경제성장은 안됐다"
라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박실장의 글에 나왔듯, 자신은 마음껏 박정희 대통령을 찬양하는 논리를 펼치고 기념사업에 예산을 지원하자는 논리를 펴면서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거나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아직도 논쟁 중이냐"는 투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상대의 입을 틀어막고 우물에 독을 뿌리기 위하여
자기 스스로의 발밑을 도려내는 자해를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렇게 길잃은 채 견해를 펴는 태도는 이미 박실장 논설의 첫머리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박에 반박을 통해 나오는 논쟁은 본질은 사라지고 한 시대를 이끌고 간 지도자에 대한 개인의 사견을 마치 정론인양 쏟아내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정희 찬양이 됐건 비판이 됐건 그것이 "개인의 사견"이라고 치부되어야 할 근거가 무엇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은 과연 "정론"을 이야기하고 있습니까?
정론이 무엇입니까?
든든한 '빽'을 두고 하면 정론이 됩니까?

저 문장은 박순이 실장의 논설에 그대로 돌려줄 수 있는 말입니다.  
사견이 됐든 공견이 됐든 간에
자신의 의견은 자신의 의견이라고 분명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껏 진행된 경과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은
박정희 옹호 자체보다도
박정희 옹호자들의 태도 자체가 더 문제라는 겁니다.

박정희 옹호자들은 "지역 전체" "지역 정서"라는 금테두리를 두르고
자신의 반대의견에 대해서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면서
"상대방의 의견에 존중하라"는 투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박정희의 유신독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사회는 전체주의로 빠지지 않았지만
지금 살아있는 박정희의 옹호자들은 더없는 전체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이런 분들로 가득한 세상이었다면 우리는 총통체제의 끝에서 이미 파국을 맞이했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이 제게 남긴 교훈은 명확합니다.
'시의원으로서는 4년 임기 끝까지
시민으로서는 죽을 때까지
문제제기하고 맞서 싸우라.'

저를 타이르거나
혹은 협박하려고 하는 사람은
"구미에서 정치하려면..."
이라고들 합니다.
저는 정치하기 위해 정치하지 않습니다.
그런 식으로 살아온 적 없고
그따위로 정치할 생각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