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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진보의 진보

연합정당론과 미국식 양당제를 반대함

이번 지방선거 종반께부터 연합정당론이 논의되고 있다. 요컨대 진보정당과 자유주의 정치세력 일부가 연합해서 당을 창당하자는 요지다. 민주당을 대체하는 진영이 되어 한나라당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나는 그런 흐름을 애써 막을 생각은 없다. 그렇게 하겠다는 이들끼리 모여 그렇게 하겠다는데. 그러나 나는 절대 거기에 가담할 의사가 없다.

현재 야권에는 민주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제각기 강한 정체성을 띠고 있으며, 단순히 '야권'이나 '범민주'라는 단어로 묶일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 현 정부여당의 독선에 맞설 요량으로 사안에 따라 연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연합을 정당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명백히 퇴행적이다. 현 시대는 권위주의 대 민주화뿐만 아니라 민생과 관련된 여러가지 이슈를 품고 있으며, 정당과 정당 사이를 가르는 전선도 다양하다. 이 경향이 하나의 정당으로 수렴될 때, 다양한 욕구와 민의를 대변하는 통로는 끊기는 것이다. 게다가 비투표층, 그중에서도 서민 및 빈민층에게는 친절하지 못한 정치적 선택지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식 양당제에서 두 정당은 선수 대 선수로서 맞붙는 게 아니라 주전과 후보를 오가는 처지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은 두루뭉술하게 온국민을 포괄하겠다고 떠드는 정당에 지나지 않고, 결국은 정책과 이념보다는 '관직 추구'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보험개혁을 하면서 중산층 지지자들의 비토를 받았다. 그 이전까지 민주당 정권이 의보개혁에 나서지 못했던 비결을 엿볼 수 있는 사례였다. 양당제 하의 정당은 여러 계층을 대변하지 못하고, 명망가와 유력자, 지지층 가운데서 좀 더 힘있는 사람 중심으로 흘러가고 마는 것이다.

양당제를 옹호하는 이들은 다당제가 지나치게 분열적이라는 근거를 들고 있지만, 다당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념을 지닌 정당끼리 연합하여 정권을 창출하는 전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정치는 어느 정당이 자신과 가까운 정당이 어디인지 모색해나가며 어떤 정책으로 공조를 해나갈지조차 확립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러 있다. 다분히 선거공학적인 연대 연합이나 이합집산만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정당이 결성되면 강기갑, 심상정 씨 같은 정치엘리트들이야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다. 그러나 강기갑의 농민수호와 심상정의 한미FTA반대에 호응한 보통의 시민들은 양자택일의 선택지를 강요받게 된다. 나는 이를 거부한다. 가겠다면 말리지 않는다. 가서도 열심히 하시길 빈다. 다만 그런 날이 오면, 정체성 확립을 요구하며 경고와 항의삼아 이탈했던 나는, 외로이 독자적 진보정당에 남은 분들과 다시 만날 것이다. 물론 시기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시기가 오더라도 무소속 의원으로서 유권자들과 논의가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