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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선거운동

문방구에서 만난 아주머님들

어제 밤, 선거운동을 마치고 용품을 구입하러 진평동의 한 문방구에 들렀습니다.
거기서 아주머님들을 만나뵙게 되었습니다.

명함을 보시더니 어떤 정책이 준비되어 있느냐고 관심을 표하셨습니다.
사실 현재 쓰고 있는 첫판 명함에는 정책 인쇄가 안 되어 있습니다. 기획사측(JYP? SM? ^^)에서
'무소속 후보고 젊기 때문에 이름과 경력부터 알려야 한다'는 권고를 해서 그리 되었는데
20대나 30대 여성층 앞에서 뻘쭘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안 그래도 정책을 박은 명함을 새로 주문한 차였습니다.

저는 일단 협동교육네트워크의 취지를 설명 드렸습니다.
-사실 저도 뭐 학벌이 있다고 하는 그런 사람인데... 진짜 청소년 시절로는 다시는 안 돌아가고 싶거든요.
경쟁교육에서는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지금 학교교육과 학원교육은 있어도
동네교육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학교 울타리를 뛰어넘어 서로 만나고 활동하는 것부터 지원을 해야 됩니다.
그리고 요즘 화제가 되는 친환경무상급식은 기본이고요...

말씀을 들으신 어머님들이 한가지 고충을 털어놓으셨습니다.
"XX초등학교에 새로운 교장 선생님이 부임을 하셨는데... 공부를 너무 시켜요. 숙제가 너무 많고,
학원도 다니다 보면... 애가 12시에 자요."
-거 참, 핀란드에서는 학생들 불면치료프로그램도 운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머리에 들어오는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결국 운동 다니는 걸 그만뒀어요."
-아... 운동 다니는 건, 그런 건 그만두면 안 되는데...

(요 대목을 곰곰이 곱씹어보니까 '머리에 알 배긴다'라는 표현이 떠올랐습니다.) 

-국제적으로 교육측정 평가를 해서 핀란드가 1등, 한국이 2등이 나왔었거든요.
그래서 뭐 이런 일설도 있어요.

한국 사람이 핀란드 사람한테 '야 우리가 1,2등이네요"하니까 핀란드 사람이 하는 말이
'우리는 놀면서 1등했지만 당신들은 생지옥에서 1등한 게 아니냐'.

고개를 끄덕이시는 어머님들. 그래도 제가 다행스러웠던 게 뭐냐면,
어제 뵌 분들이 경쟁교육에 무비판적으로
자녀를 밀어넣기보다는
그래도 더 인간다운 교육, 함께하는 교육에 대한 고민이 깊으셨다는 겁니다.

그래서 조금 더 깊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보수적이거나 수구적인 사고가 강한 분들은 복지나 교육 공약에 대해 '예산이 어딨냐'고 반박을 합니다.
이거야말로 정치가 행정에 끌려다니고, 행정은 경영에 잡아먹힌 오늘날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지요.

어제 뵌 어머님들은 그런 말씀은 안하셨습니다. 자녀들이 좀 더 편하고 즐겁게 살아가기만을 바랐고
그것이 피부에 와닿게 실현되기를 바라셨습니다.

-깐 데 또 깔고, 판 데 또 파는 그런 예산만 아껴도 교육예산을 충분히 늘릴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들은 절대 공감하셨습니다. 사실 "깐 데 또 까는" 정책을 비판하는 제 주요 레파토리는
책에서 나온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제가 경험을 통해 주민들로부터 듣고 배운 것입니다.

이야기는 조금씩 더 옮아갔고 구미공단을 위협하는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파헤치기까지 진행되었습니다.

-한나라당이 영남당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자랑은 아니지만, 이제는 영남당조차 아닙니다.
"수도권의..."
-네, 맞습니다. 수도권 부자당이 되었어요.

마지막에 어머님들은 6월 2일에 투표를 몇장하느냐고 물으셨고 다른 선거의 후보가 누군지도
궁금해 하셨습니다.

정치비평가도 아니고, 동네를 주름잡는 지역 유지도 아니지만
건강하게 살아가시는 아주머님들이었습니다.

정말 풀뿌리정치에 뛰어들길 잘했습니다.

끝으로 아주머님들의 말씀을 옮깁니다.

"요새는 잘사는 사람이 공부 잘하고 못사는 사람은 힘들고... 옛날에는 개천에서 용이라도 났는데.
에이, 나도 우리 00이 판검사될 정도로 공부 잘하는 게 아니면 걍 공부 안 시킬라꼬. ㅋㅋㅋ"

"우리 &&는 이거 문방구 물려주고... @@는 저거 아버지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되고... 뭐 그렇게 하지.
나는 밖에서 막걸리 마시면서 문방구 잘하는지 감시하고~"

"그라믄 문방구 좀 더 키워야 하는 거 아이가? ㅎㅎㅎ"


아이들의 성적이 어떻든, 뒤돌아볼 때 행복한 어린시절이 되고
어떤 직업을 가지든 당당한 시민이 되어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응당 누리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