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주민들이 구평초등학교에서 투표를 하게 되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구평초등학교에 차를 대놓고 신동 노인정까지 걸었습니다.
제 걸음으로 20분이니까 어르신들께 만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구평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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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장까지 오시려면 이 험난한 길로 어르신들이 걸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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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정까지 걸어가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신동에 접어들면 마음이 다시 환해집니다.
제주도 등지에서 올레길이 생겨나면서 관광객들의 호응을 받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신동에서 선거운동을 할 때면 저희도 올레를 하게 됩니다.^^
제 첫 선거운동 장소이기도 했던 신동은 300여명 정도의 주민들이 모여 사시는 농촌 지역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인동동에 속해 있습니다.
지역구인 인동동, 진미동이 그저 신도심 번화가가 아니라
이런 마을을 끼고 있음을 많이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노인정에 들렀더니 첫 선거운동을 할 때 뵈었던 분들을 다시 뵙게 되었습니다.
당시 신동에 들른 직후 "2,3년 뒤에 신동으로 옮겨서 살고 싶다"는 바람을 부모님께 피력했는데,
그 말씀을 드렸더니 할머님들이 웃으십니다.
"여는 인심도 좋고 공기도 좋아요."
또 지난번 선거운동 때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마을 인구는 얼마 안 되지만
"신동에서 꼭 1등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또 웃으십니다.
그러나 지난번에도 그랬듯 교통 불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습니다.
- 마을버스 시행을 해야 됩니다.
"좋긴 좋다마는... 거 돈이 마이 들 낀데."
- 심심하면 도로 파헤치는 거.. 도로 위로 다니는 버스 운영비로 돌릴 게요.
그리고 천연가스나 전기로 움직이게 하면 매연도 안 납니다.
보건의료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주십니다.
"정기적으로 안 와요. 왔다가 안 왔다가..."
-진찰 방문은 당연히 정기적으로 해야 되고, 또 보건은 완전히 무상화로 해야 됩니다.
"지금도 잘해주기는 잘해주는 편이라요."
-보건을 무상으로 하는 건 국가의 임무입니다. 그동안 그렇게 못해서 죄송합니다.
마을 한편에서는 하수도 공사가 진행중이었는데 할아버님 두분이 그 옆 그늘에 앉아 계셨습니다.
"무소속이네?"
-네 그렇습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주민 분들 등에 업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무소속도 있고 야당도 있어야 돼. 다양하게 있어야 되는데..."
-그럼요. 서로 경쟁하고 싸우기도 해야 좋은 게 나옵니다.
"그러게 말이오. 이 당 저 당이 때로는 싸우고 다투고 해야 발전을 위한 뭔가가 나올 거 아니오."
국민들 가운데는 정치인이 싸우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신데
'국민을 위한 정치 경쟁'을 잘 이해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를 지지하시는 젊은 유권자들은 때때로 "나이 드신 분이 뭐라 그래도 기분 나빠하지 말고
예 예 하면서 일단 잘 들으세요"라고 조언해주십니다.
하지만 그 견해가 우리 어르신 유권자들을 우습게 본 탓은 아닌지 뒤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번 신동 선거운동 때도 그랬지요. 평생동안 한나라당을 한번도 찍어본 적 없다는 분도 뵈었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옳습니다. 꽃밭에 파란 꽃도 있고 노란 꽃, 빨간 꽃도 있어야 보기가 좋습니다.
"그래요. 젊은이에 대해서 잘했다 못했다 평할 건 없지만서도... 여하튼 간에 무소속으로 젊은 나이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오. 열심히 하이소."
-요새는 국민이 정치인을 가르치는 시대입니다. 제가 젊고 부족한 게 많으니까 가르쳐주십시오.
점심을 못 먹은 마당에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마을 안에 있는 백숙집에 들렀습니다.
걸어다니며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땀이 많이 납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등산하다 오셨냐"고 물었습니다.
일단 선거운동 도중임을 알려드리지 않은 채, "아 좀 많이 걸었습니다"했습니다.
저는 식당에 들어갈 때 명함을 드리지 않고 나올 때 드립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아... 젊으신 분이 나오셨네"하시며 선거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뭐, 정치, 잘은 모르지만~ 한나라당이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이번엔 바뀌어야 할 텐데..."
다음엔 길을 건너, 지난번 깨져 있었던 논둑 길 쪽으로 가봤습니다. 그대로였습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길바닥을 파헤치던데 이것은 왜 이리 방치되는지... 신동 주민들이 다른 도심지 주민들보다 수가 적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 분노가 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에서도 농촌 소외는 없어져야 합니다.
논둑길을 지나 한창 페인트칠을 하며 일하시는 주민 분들을 만났습니다.
"후보자 처음 본다."
"이쪽엔 와야 말이지."
-저 말고 아무도 안 왔습니까?
"그래요. 처음 보는 거라니까."
-저도 몇번 들렀는데 그때 인적이 없어서 이제서야 뵙습니다.
바쁘게 일하셔서 오래 말씀 나눌 여유는 없었지만 짧은 순간에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변화가 있어야 되는데. 사람들이 그걸 몰라요."
-점차 점차 알게 될 겁니다.
"그래요... 사람들이 다 할 수가 있는 건데... 아직 몰라요."
-우리 안에 있는 거니까, 머지 않은 나날 안에 끄집어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 걸어서 구평초등학교로 향했습니다. 새로 짓고 있는 아파트단지 공사현장이 눈앞에 다가옵니다.
구미시에 점차 미분양사태가 번지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듭니다.
이곳을 기점으로 전 농촌과 도시를 드나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구미가 농촌과 도시의 복합지역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