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동이 먼저다

건강한일터 인증과 삼성전자 사업장 의혹에 대해

12월 5일 구미보건소 행정사무감사 시
'건강한 일터' '나비 인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습니다.
여기에 나온 내용 가운데 구미 삼성전자 사업장에 관한
산업재해 제보 소개가 있어 화제가 되는 모양입니다.

나비 인증이란 작업환경과 직원건강자원 등의 요건을 충족시킨 사업장에 대해
'건강한 일터' 인증을 하는 제도입니다.
조례 심사 때도 언급했지만 건강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공단도시에서는 특히나 중요한 조례안이었습니다.

그리고 조례 내용에 불법경영, 인권 침해, 부당노동행위, 산업재해, 환경파괴 기업은
인증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조항을 추가하여 수정 가결했었습니다.

얼마 전 6개기업, 8개사업장에 대해 인증 수여식이 있었습니다.
일단 전부 대기업이라는 데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있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추적60분>에도 방영되었지만 삼성계열 업체를 비롯한
전자 및 반도체 관련 사업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백혈병 등 여러 질병을 겪고 있어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는 특정 사업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전자 관련 작업장의 노동자 건강권과 환경정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파헤치며 얼마 전 고 황유미 씨의 직업병을 인정받는 판결을 받아내는 일에 일조한
'반올림'에서는 구미 삼성전자 사업자의 피해제보사례 3건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올림에서 공개하고 있는 자료나 얼마 전 출간된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에 수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11월 초 제가 시정질문에서 제기한 '고압선의 유해성'처럼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석면이 발암물질이라고 확언되기까지도 오랜 세월이 걸렸듯, 고압선이나 광우병에 대해서도 규명은 미진한 상황입니다. 
다만 여러 모로 유해성에 대한 인과 관계가 꾸준히 설득력을 얻어온 것입니다. 
또한 "밝혀진 게 없다"며 함구하는 게 아니라 이에 사회적으로 어떻게 대처하며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라는 과제는
분명하게 다가와 있는 상태입니다. 

삼성계열 작업장의 피해의심사례 같은 경우는 산재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맡기는 현실의 형편
그리고 진실 규명에 소극적이거나 이를 훼방하는 기업측의 태도 때문에 아직까지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건강한 일터 인증'을 해줬어야 하는지 안타까우며 
성급한 인증이었다고 봅니다.  

모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저의 문제제기에 대해 삼성 관계자가 반발했다고 전해집니다.
글쎄요, 책임 있게 사태를 해결하려면 다시 한번 신실하고 섬세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며
논란을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극단적 사태랄 수도 있는 질병 환자 발생 뿐만 아니라
다른 근무 여건이나 노동의 시간과 패턴은 적정한지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시설(예컨대, 앉아서 일하거나 쉴 수 있는 의자)은 구비되어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작업장 환경의 건강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청 및 중소기업, 영세사업장은 더욱 심각할 소지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말끔함에 몰입하거나 문제제기를 하찮게 내던지는 자세로는 안됩니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정작 일하는 도중에 
건강과 행복이 침해당하는 현상을 진지하게 고뇌하고 해법을 만들어나가는 게
사회적인 도리이며 책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