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동동, 진미동에는 수많은 원룸 주민들이 삽니다.
합쳐서 18000명은 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원룸이 많아진 이유는 우리 동네가 공단도시이기 때문에
젊은 노동자들의 주거를 받치기 위함이며,
둘째로는 재테크에 눈독 들인 동네 외부 자본이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원룸 밀집구역에서는 오늘날 다양한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일단 치안이 불안합니다.
그리고 쓰레기 불법투거가 기승을 부립니다.
원룸 주인들은 현지에 살지 않기에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원룸의 수많은 젊은이들은 노동조건과 거주환경 양쪽에 갇혀
문화여가 생활도 풍요롭지 못합니다.
얼마 전에는 서울, 경기, 경남 등지 출신 젊은이들이 자살 사이트에서 모인 뒤
원룸으로 들어와 집단자살한 사건도 일어났습니다.
8월 말, 9월 초에 원룸 골목에서 의정보고서 배포했습니다.
이런 골목이 엄청나게 많고 대다수 거주자들의 무관심을 확인했고 돌린 것들이 어찌될지 알 수 없지만,
비효율적 방법을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고양이는 물론이고 야생견 떼와도 마주칩니다.
누군가 쭉지켜보았다면 저야말로 가장 수상한 사람이었겠죠.
어둠 속에서 누군가를 놀래킬까봐 긴장되었습니다.
슬럼의 징후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그러나 인적과 숨결이 희망이었습니다.
층 불켜진 방에서 새어나오는 정겨움도. 이 터널을 빠져나와 만난 네온사인 불빛조차도.
9월 4일 오후 원룸 문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막상 원룸에 현재 거주하시는 주민 분들이 별로 없어 아쉬웠지만
오늘 찾아주신 분들에게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단기적인 묘수가 나올 리는 없었습니다.
늘 그렇듯 CCTV 이야기가 나왔고요.
구평동, 진평동에 파출소 신설,
쓰레기 봉투 구매자에 포인트 적립 등의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문화예술과 도시디자인 측면의 접근도 거론되었습니다.
모두들 "치안이나 쓰레기는 그 문제에만 골몰하면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는 대전제를 세웠습니다.
공동체의 형성과 구조적 변화가 핵심이라는 거지요.
뾰족한 해법은 쉽게 나올 리 없었지만,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보람이 컸습니다. 저도 집에 오는 길에 "원룸 밀집구역의
공원에서 (소리나는 공연은 민폐가 되니) 판토마임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슬럼 직전의 구역을 젊음과 새로운 가능성의 무대로 바꿔놓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많은 원룸 주민들과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