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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 먼저다

430 경북노동자 결의대회 (노동절 맞이)

작년 경북 메이데이(노동절) 행사는 포항에서 치러졌다.
선거 운동 중인 나는 참석하지 못했다. 농담으로 "포항에 꿀 발라놨어요?" 했다.
올해는 구미에서 진행되었다. 구미에 꿀을 발라놓은 것은 아니다.
아직도 금속노조 KEC 지회는 농성하며 투쟁 중이다.

이번 집회는 노동절 당일이 아닌 4월 30일에 치러졌다. 누군가는
"크리스마스보다 이브 아니냐"고 싱긋 웃었다.

사실 대학 시절엔 430, 메이데이를 잘 가지 않았다.
학생정파의 사업달력 속 하루인 것이 싫었고, 그날만 기분내는 동아리들도 마뜩찮았다.

졸업하고 나서는 마음이 편하다.

4월 30일 오후 3시 김성조 국회의원 사무실이 보이는 광평동 거리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초반에 나는 '진보 의원들'이라는 소개를 들으며 호명되었고,
민주노동당 소속의 김성현 구미시의원과 서로 멋쩍게 웃으며 올라갔다.
또 한번 나에게 자문한다. 지금 내게 있어 '진보'와 '의원'이 분리되고 있지 않은지...
포항, 경산, 구미의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기초의원들 속에 나 홀로 무소속이다. 잠깐 뻘쭘했다.
별 중요한 일도 아닌데, 경북일반노조 조합원이라 소개해달라고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나,싶었다.

무대 위에서 <인터내셔널가>를 제창했다. 술자리가 아닌 집회 장소에서 불러보기는 오랫만이다. 
신 모 동지의 '동학 버전' 아지가 그립다. '아지'란 노래 부르기 전에 '뜨는'(?) 대사들이다.
구미에 놀러온다더니 소식이 없다.

구미역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지역의 어느 사이비 언론인은 "집회 없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집회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그자는 집회 없는 세상이 생산과 경영에 노사가 화합하여 몰두한다고 했다, 불만 없이.
불만 없는 세상은 없다. 불만을 나쁜경영으로 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로 인해 불만이 쌓이는 사람도 있다.
그자가 갈구하는 세상이든 내가 지향하는 사회든 불만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화합은 누구를 위한 화합인가. 생산과 경영은 삶의 우위에 서 있는가. 
싸워보고 싶어도 싸울 수 없는 분들은 물론이고
자신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도 모른 채 살아나가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말하고 모이고 외치고 움직인다.
정치는 바로 이런 기반에 딛고 서 있는 것이다.
가두행렬의 선두에서 '최저임금 현실화'가 적힌 카드를 들었다.  

한참 걷고 있는데 송정-원평 철로변쯤에서 <반격>이 흘러 나온다.
"반격!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우리의 행복을 위해"
나는 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창한 적이 없다.
언제나 목이 메고 가슴이 벅차 군데군데 목소리가 막혀버린다.
조대희 선배가 홍콩WTO반대투쟁을 찍어 뮤직비디오로 만들었다.





구미역 마무리집회에서는 KEC동지들의 율동이 대미를 장식했다. 
 
KEC동지들은 자신들의 힘겨운 처지를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
구미공단에서 노조 미조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에 뛰어들었다.

그런가 하면 며칠 전 현대차노조의 세습채용안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런 노조가 어떤 노조인지 아는가?

노조 선거에서 당선되면 수구 언론에서 그토록 침바르며 상찬했던

중도실용
실리주의
온건파
노사협조주의

이런 데 해당하는 노조일수록 정규직 이기주의가 심각하다.
똑바로 알아야 한다.

기업별노조는 이익집단화된다.
산별노조로도 한계가 있다.
자신이 노동자인 사람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그런 노조,
노조 없던 사업장의 여러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지역의 실업자, 도시빈민, 농민, 영세상인들, 사회적 약자와
함께할 수 있는 그런 노조로 가야 한다.

집회가 끝나고 다들 어디론가 흩어졌지만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는 헌법의 약속
그리고 우리 스스로의 약속을 위해
또다시 모두 분투하자는
그런 약속 깊게 마음에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