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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청소년

구미 청소년,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주장하다!

지난 주말은 선전전으로 보내었습니다.
토요일 구미역앞에서는 풀뿌리희망연대와 함께 학교무상급식 서명을 진행하였고
일요일 같은 장소에서는 '아동 청소년 권리 캠페인'이 있었습니다. (무상급식 서명운동도 병행하였습니다.)

일요일의 캠페인은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가 연 것입니다. 여기에 어른으로서 동참하였는데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광장에서 주장한 초유의 사건이었습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있었는지 모르나, 예전에도 얌전한 형태로 설문조사가 이뤄졌을지 모르나,
이번과 같은 일은 구미에서는 처음이 아닐까요?


'청소년'이든 '아동'이든, '어르신'이든 '청년', '중장년'이든
이러한 세대 구분은 사실 역사 변천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구분에 너무 함몰되어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고 그로 모자라
권리와 책임의 불균등을 만들었습니다.

구미시에서 청소년들을 위해 집행되는 예산에 청소년은 참여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피선거권, 투표권도 없습니다.

요즘 학교에서의 체벌과 두발 규제가 큰 이슈로 떠올라 있고,
몇몇 지역은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제 입장은 체벌에 반대하고 두발규제에 반대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저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하여 걱정되는 게 딱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쟁취한 권리가 아니란 겁니다.

체벌과 두발규제에 대해 어른들끼리 모여서 찬반 논란을 벌이는 것은
반쪽 이하의 의미만 있는, 나아가 무의미한 일입니다.

구미역에 선 청소년들은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불만을 접수하였습니다.
저도 그 과정에서 함께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가진 부분은
1. 보충수업 및 야간학습
2. 두발 복장규제
였습니다.

발언용 마이크를 활용해 즉석 대담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봤더니
"야자 때 딴 생각하고 집중 안되고 잠오면 공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으면,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아니면 차라리 좀 쉬었으면 좋겠다"
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학교에 너무 긴 시간을 얽매여
자신의 세월을 버리고 있는 겁니다.
저도 똑같은 경험을 했고 이에 대해 여전히 분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민감합니다. 이를테면 제가 노동자탄압에 분노하는 것과는 좀 다릅니다.
청소년의 권리가 침해받는 것은 저를 '발끈'하게 만듭니다.
10년, 15년의 세월을 순식간에 거슬러 올라간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그속에서 희망을 품는 건 자신의 권리와 불만을 당당하게 말하고
조금씩 해결에 다가서는 능동적인 청소년들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의 누군가는 "공부를 못한다"고, 또 누군가는 "태도가 불량하다"고 어른들에게 욕을 먹고
잠재적인 낙오자 취급을 받고 있는지 모르지만
자기가 처한 현실이 불합리하다는 걸 모른체하지만 않으며, 경쾌한 짜증과 분노 섞인 웃음으로
살아내고 있는 청소년들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건강했고, 저는 눈물겹게 고마웠습니다.

이런 청소년들과 함께
'아동 청소년 권리 조례 함께쓰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언제 발의될지 모르지만 조급하지 않게 폭넓은 참여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어제 함께한 청소년들이 조례제작단 카페를 만들어놓았더군요.

주소는
http://cafe.daum.net/gumiyouthrights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