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탑을 지나 공단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는 공장의 하나. KEC입니다. '향토 기업'으로 불려지기도 하죠. 9월 9일이 창사 41주년인가 봅니다. 하지만 창사 기념일을 맞이하는 KEC의 얼굴은 천막농성장과 용역 직원들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노사 사이의 대화가 단절된 채 오늘도 농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해소 등 여러 이슈들을 제치고, KEC 사측은 타임오프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타임오프제도도,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자율로 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액면의 법대로 하더라도 교섭을 통해 상세한 시행방안을 결정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여타 임금 및 복지 문제부터 교섭테이블에 올려놓고, 타임오프처럼 논쟁이 더 뜨거운 사안은 그 다음에 교섭을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C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 건 민주노동조합의 와해가 목적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한 회사의 노무관리에 대해 소상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KEC의 노무관리가 타기업에 비해 강경하지는 않았고 노사 양쪽이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온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은 것인지요?
사측에게 경고하면서 퀴즈 하나 내지요. 노동자의 비율이 적고 노동운동의 전통이 얕은 한국에서, 노조의 파업이 시민적인 지지를 받은 선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 KEC사측은 그점을 노리고 있겠지요.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1997년의 민주노총 총파업은 길거리에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2009년 쌍용차 파업은 현재의 KEC와 비교가 안될 만큼 강경한 투쟁을 했지만, 다수 국민은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고 상하이차 먹튀 자본을 비난했습니다. 이 두 투쟁과 KEC파업은 '정세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2006년 KTX 승무원 투쟁, 2007년 이랜드투쟁도 정세적 열악함을 뛰어넘는 관심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두 투쟁하고도 KEC투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뭘까요? 이 퀴즈도 못 풀어낼 정도라면 어디가서 노무관리 했다고 명함내밀지 마십시오.
근래에는 경찰까지 한술 같이 뜨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7월에 경찰에 용역직원에 의한 폭력사태를 방지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8월 초순 용역직원의 난동 직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노사양측에 폭력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나 했더니,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지나 봅니다. 검찰도 마찬가집니다.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하다가 법원에 기각당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마구잡이 연행은 멈추지 않더군요. 웬 이상한 사람이 경찰청장에 내정되나 본데, 그러면 더 심해질까요? 걱정이 드는군요. 공정성을 잃은 공권력은 공폭력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정부 기관은 자본독재의 끄나풀이 아닙니다.
7월 한달간 저는 우회적인 경로로 농성현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전해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부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종류의 부탁이 먹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만 확인해주었을 뿐입니다. 만일 더이상 그러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심각성이 한층 높아지면 '압력'으로 간주하고, 저는 저대로 또하나의 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판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으면, 그쪽이 자제해야 할 겁니다.
미디어활동을 하면서, 200개 분량의 쌍용차 파업 촬영 테이프를 일일이 보고, 올 초 한진중공업 투쟁 시 부산을 방문해 김진숙 지도위원을 취재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정작 시의원이 되었지만 한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단식16일째'라고 붙여놓은 김진숙 님의 단식텐트 앞에서 느꼈던 그 기분입니다. 친구들은 "방문해서 응원하는 것으로도 우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위로하지만, 면목이 없고 최근엔 현장 방문도 잘 못해서 부끄럽습니다. 용역 직원이 난동을 부렸던 그날 밤, 저는 '지금 타이밍에서 저들이 장난을 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새벽에 농성장에 있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 현장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일이 터지더군요. 참으로 예측가능한 탄압이었습니다.
직장폐쇄에 이어 노조원 회유하고, 다른 인력 투입해서 공장 돌리고... 사측도 참 뻔하디 뻔한 전술을 쓰는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수준으로 이윤은 얼마나 낼 것이며, 과연 사회 공헌은 얼마나 할지. 노조와의 대화실력도 엄연한 경영역량임을 깨달아야 할 겁니다. 이것이 제가 KEC 창사기념일에 주는 '축사'입니다.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해소 등 여러 이슈들을 제치고, KEC 사측은 타임오프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타임오프제도도,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자율로 정하고 있기도 하지만, 액면의 법대로 하더라도 교섭을 통해 상세한 시행방안을 결정해야 합니다. 방법은 간단하지 않습니까? 노동기본권과 고용불안, 여타 임금 및 복지 문제부터 교섭테이블에 올려놓고, 타임오프처럼 논쟁이 더 뜨거운 사안은 그 다음에 교섭을 해도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EC사측이 교섭에 응하지 않는 건 민주노동조합의 와해가 목적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한 회사의 노무관리에 대해 소상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동안 KEC의 노무관리가 타기업에 비해 강경하지는 않았고 노사 양쪽이 비교적 원만하게 지내온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마음을 고쳐먹은 것인지요?
사측에게 경고하면서 퀴즈 하나 내지요. 노동자의 비율이 적고 노동운동의 전통이 얕은 한국에서, 노조의 파업이 시민적인 지지를 받은 선례가 많지는 않습니다. 아마 KEC사측은 그점을 노리고 있겠지요. 하지만 예외도 있습니다. 1997년의 민주노총 총파업은 길거리에서 박수를 받았습니다. 2009년 쌍용차 파업은 현재의 KEC와 비교가 안될 만큼 강경한 투쟁을 했지만, 다수 국민은 공권력 투입을 반대하고 상하이차 먹튀 자본을 비난했습니다. 이 두 투쟁과 KEC파업은 '정세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2006년 KTX 승무원 투쟁, 2007년 이랜드투쟁도 정세적 열악함을 뛰어넘는 관심과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 두 투쟁하고도 KEC투쟁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뭘까요? 이 퀴즈도 못 풀어낼 정도라면 어디가서 노무관리 했다고 명함내밀지 마십시오.
근래에는 경찰까지 한술 같이 뜨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는 7월에 경찰에 용역직원에 의한 폭력사태를 방지해줄 것을 공문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8월 초순 용역직원의 난동 직후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경찰은 처음에 노사양측에 폭력행위를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내나 했더니, 결국 한쪽으로 기울어지나 봅니다. 검찰도 마찬가집니다.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하다가 법원에 기각당하는 수모도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마구잡이 연행은 멈추지 않더군요. 웬 이상한 사람이 경찰청장에 내정되나 본데, 그러면 더 심해질까요? 걱정이 드는군요. 공정성을 잃은 공권력은 공폭력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정부 기관은 자본독재의 끄나풀이 아닙니다.
7월 한달간 저는 우회적인 경로로 농성현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전해들었습니다. 아직까지는 '부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그러한 종류의 부탁이 먹히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만 확인해주었을 뿐입니다. 만일 더이상 그러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심각성이 한층 높아지면 '압력'으로 간주하고, 저는 저대로 또하나의 투쟁을 벌일 것입니다. 판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으면, 그쪽이 자제해야 할 겁니다.
미디어활동을 하면서, 200개 분량의 쌍용차 파업 촬영 테이프를 일일이 보고, 올 초 한진중공업 투쟁 시 부산을 방문해 김진숙 지도위원을 취재했던 기억이 많이 납니다. 정작 시의원이 되었지만 한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단식16일째'라고 붙여놓은 김진숙 님의 단식텐트 앞에서 느꼈던 그 기분입니다. 친구들은 "방문해서 응원하는 것으로도 우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위로하지만, 면목이 없고 최근엔 현장 방문도 잘 못해서 부끄럽습니다. 용역 직원이 난동을 부렸던 그날 밤, 저는 '지금 타이밍에서 저들이 장난을 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고 '새벽에 농성장에 있어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 현장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정말 일이 터지더군요. 참으로 예측가능한 탄압이었습니다.
직장폐쇄에 이어 노조원 회유하고, 다른 인력 투입해서 공장 돌리고... 사측도 참 뻔하디 뻔한 전술을 쓰는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런 수준으로 이윤은 얼마나 낼 것이며, 과연 사회 공헌은 얼마나 할지. 노조와의 대화실력도 엄연한 경영역량임을 깨달아야 할 겁니다. 이것이 제가 KEC 창사기념일에 주는 '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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