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의 파업이 어느새 4개월을 넘기고 있습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노동부는 교섭거부 사태에도 불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부 구미지청장은 “그간 6차례 실무협의가 있었고 내일 다시 실무협의가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답니다. 그러나 사측은 부당노동행위를 반복하며 교섭요청을 거부해왔고 실질 교섭과 무관한 간사협의만 형식적으로 진행했을 뿐입니다.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측은 11일 실무협의를 하자고 제안하는 시늉을 했으나 22년동안 사내에서 노사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사내에서 교섭하지 않는다’면서 또 실무협의를 또 무산시켰습니다. 금속노조 KEC 지회가, 그렇다면 노사가 동의하는 다른 장소에서 협의를 진행하자고 했지만, 회사는 일정을 연기하자고 했답니다.
오늘 10월 15일 KEC 노조의 가두 집회를 함께했습니다. KEC에서 시청앞까지였습니다. 지난번 몇차례 있었던 집회와 달랐던 점은 삼보일배라는 것이었습니다. 세걸음 걷고 한번 절하는 삼보일배는, '1인시위'와 함께 2000년대 집회 시위의 새로운 본보기로 꼽힙니다만... 저는 서울에서 운동할 적 삼보일배는 해본 바가 없습니다. 그냥 화를 버럭내고 항의하는 것이 제 적성이었나 봅니다. ^^;;
특별히 몸이 힘들지는 않았지만, 땅에 이마를 대는 중간중간에도 무념무상과 잡념을 오갔습니다. 걸을 때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렇게 절하면서 천천히 앞으로 향하는 그 길이, 마치 파업과 직장폐쇄, 노사교섭의 길 같았습니다.
도보 행진과는 달리 교차로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기에, 몇몇 시민 분들의 항의도 받았습니다. 또다시 올해 초 취재차 방문했던 한진중공업이 떠올랐습니다. 부산 시내까지 노조가 행진을 했는데, 중간 거세게 항의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그중엔 얼굴에 번드르르한 보수색이 써 있는 분도 계셨지만, 야채를 실어나르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트럭 기사도 보였습니다. 그분이 "데모를 하는 건 좋은데!"하면서 화를 내실 때, 안내차량을 운전하던 조합원은 순간 울컥했으나 끝내 잘 참으셨습니다. 그분이 참으셨던 건 스스로가 조직화된 민주노조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조금 더 대범한 관점을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길이 잠시 막혀 조바심난 운전자가 화를 내는 게 그렇듯이 말입니다. 아주 긴 시간동안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가는 차도 두대 보았습니다. 몸이 다소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면 저도 불같이 화가 났을지 모릅니다. 프랑스에서는 청소부 노조가 파업을 하면, 시민들이 일부러 쓰레기를 버립니다. 노동자를 무시하면, 노동이 없으면 세상이 엉망이 된다는 걸, 그래서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걸 시민들이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건 그 나라 사람들이 성격이 좋거나 의식이 빼어나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인 건 '사회연대'의 전통이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가두행진이든 삼보일배든 늘 경적소리를 듣고는 합니다.
시청앞에 드디어 도착해 정리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항상 발언할 준비가 안되어 있을 때 제게 마이크를 주시는 KEC 지회... -_- 임기 첫날 저녁 문화제 때 노래할 적에도 그랬습니다. 마이크를 잡으니 뭐라 할 말이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KEC지회는 9월 29일 남유진 구미시장, 김성조, 김태환 국회의원과의 면담에서 타임오프제도의 법적 한도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참석자들도 사측의 교섭 거부가 잘못이라고 동의했다고 합니다. 남유진 시장이 KEC 관계자에게 지회의 입장을 전해주자, 사측은 "공문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고, 지회는 곧바로 공문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회사는 회신에서 진정성 타령을 하면서 또 입장을 다시 밝혀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도 모자라 교섭에 돌입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금속노조 위원장의 서명이나 직인이 찍힌 문서를 통지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요청까지 합니다. 체결권을 내놓으라는 건데, 법적으로도 그 권한은 위원장에게 있는데도요.이로써 타임오프로 장난을 치고 있는 건 노조가 아니라 사측임이 증명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예전에 흘린 것처럼 분사, 희망퇴직,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심보가 아닌지?
이같은 전개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었습니다. "사측은 삼보일배가 아니라, 일보삼배로 사죄하라"고 말하고, 조합원들을 응원한 다음 마이크를 놨습니다.
구미 김성조 국회의원은 사측의 교섭거부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하나, 납품관계 때문인지 곽정소 회장 증인채택 건 등 국정감사에서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합니다.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기업 사측에게 주눅들어서야 되겠습니까?
걸음 하나에 연대!
걸음 둘에 투쟁!
걸음 셋에 승리!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도시를 위해, 큰절!
결국 시민의 힘이, 노동자의 땀이 불의를 꺾을 것입니다.
한국의 삼보일배 시위문화가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계기가 있습니다.
홍콩 WTO 반대투쟁이지요.
이 투쟁을 배경으로 한 <반격>의 뮤직비디오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조대희 감독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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