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된지 두달쯤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다. 많은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정활동은 시민사회운동할 적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내가 동의하지 않는 관점이 있다. 사회운동을 할 때는 강력하게 하고 정치는 그 거꾸로 해야 한다는 거. 오히려 사회운동을 하더라도 타협을 할 때가 많고, 정치를 하면서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때도 있다. 축구에 비유하자면, 사회운동은 수비수, 미드필더에 가깝고, 정치는 최전방 공격수다. 미드필더나 수비수일 때는 공을 앞으로 잘 패스하고 골 먹을 위기를 잘 벗어나면 되지만, 정치에서는 성과내지 못하면 "똥볼차는" 것이다. 뒷짐지고 물러나 있는 게 아니라, 골을 넣어야 한다. 더 공격적으로 해야 할 때 그래야 하는 것이 그래서다.
-두달동안 활동하면서 재미있거나 헤프닝이 있었나?
=제6대 구미시의회가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이전 의회와 구성부터 다르다. 한나라당 10명, 친박연합 4명, 민주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무소속 7명이다. 시의원이 되기 전부터 의장단 구성을 놓고 각축과 경쟁이 있었다. 이 자체는 나쁜 게 아니다. 하지만 이 구도에 끼어 있는 사람으로서 좀 힘들었다.(웃음) 어쨌든 의장단 구성은 잘 끝났다. 지나놓고 나니 별 일 아니다. 의원 분들 재미있는 것 같다. 지역언론에서 잘 포착하면 구미판 <돌발영상>이 나올 수도 있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곳곳에 재밌는 요소들이 정치에 있을 것 같다. 9월 1일이 되면 회기에 들어간다. 이번에는 어떤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싶나?
=2009년도 세입세출 결산안, 제2회 추경예산, 그리고 몇몇 조례를 심사한다. 요즘 책을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하나. 이 책은 다른 의원 분께 안 보여드리고 싶다.(웃음) 난 묻고 싶다. 세자리수마다 쉼표 찍는 표기는 도대체 누가 도입했나! 한국식 표기법은 네자리로 끊는 게 맞다.
5분자유발언 계획도 잡고 있다. 얼마 전 임수동에 들어오려는 대형마트가 구미시의 건축허가반려에 대해 소송을 걸고 8월 18일에 구미시가 패소를 했다. 대형마트의 편리함은 있지만 중소상인들의 큰 손실은 뻔한 일이다. 기업형 슈퍼마켓은 더 문제다. 골목으로 구석구석 들어가 상권을 절단낼 수 있다. 영업시간이나 노동자들의 처우, 지역에서의 상생과 공헌 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이걸 촉구하기 위해 5분자유발언을 쓰려 한다. 더구나 대형마트 문제는 내 지역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인 동시에, 보편적인 문제다.
-구미시의회 의원들 중에 가장 젊다. 그런 사람답게 온라인을 통한 소통을 블로그나 트위터, 카페로써 하려고 하던데.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
=주민들을 많이 만나기보다 다양하게 만나려고 한다. 활동을 자칫 잘못하면 특정한 사람을 여러번 만나는 걸로 그치고 잘못하면 '후견주의'에 휩쓸려 간다.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없다면 여러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 안타까운 것은 인터넷 활용도가 높지는 않다. 사실 내가 예전에 칼럼니스트하며 운영했던 블로그는 하루에 수천수백명이 방문했다. 지금은 그게 100분의 1, 50분의 1로 줄었다. 결국 발로 뛰어서 블로그를 알려야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신경쓸 일도 많은데 우리동네 시의원이 뭐하는지 신경쓰시긴 힘들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관심을 키워야 한다. 주민 분께 관심을 촉구하기 전에 내가 잘해야 한다.
-4대강사업이 구미에서 진행중이고, KEC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시의원이 나서기에는 너무 커다란 사안이라는 지적이 가끔 나온다.
=시의원이 다루면 안되는 사안인 게 아니라, 시의원 권력이 부족할 뿐이다. 폐기하기 힘들겠지만, 전국의 반대 시의원이 뭉쳐본다면 가까워지지 않을까. 지역구에도 낙동강26공구 공사 중이다. 시의원으로서 두가지 할 수 있다. 하나는 공사현황을 감시하는 것이다. 예산낭비나 부실시공 같은 것들. 4대강사업 폐기를 대비해서라도 미리 부작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두번째는 이 사업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안하면 조건부 찬성처럼 되어 버린다.
KEC파업도 다른 지역도 아닌 우리 지역의 문제다. 권력이 시장에 넘어갔다는 말도 있지만 팔짱끼고 보고 있을 순 없다. 수도권규제완화 같은 사안도 그렇다. 의회에서 결의안을 낼 수도 있다.
저를 지지했던 분들은 "힘드시겠지만 4대강사업 막아주세요" 한다. 반면 "노동자 편에 설 줄 몰랐다. 괜히 찍었다" 이러는 분은 못 봤다. 정치는 지지기반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전부 다른 어딘가로 수렴되어 버리면 대변할 이를 잃은 이들, 다시 말해 유권자 전체가 불행해진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란이 많다. 시민단체에서는 하지 말자고 한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휩쓸려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의견인가?
=예전엔 거꾸로 보수에서 반대하고 진보에서 찬성했다. 나는 진보정당활동을 할 때도 공천제를 하면 안된다고 했다. 진보에서 공천제를 지지하는 분들은 해외 진보정당의 풀뿌리운동 사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멋진 야자수라도 낙동강변에 심으면 안 큰다. 한국에서 정당조직은 철저하게 중앙차원에서 편성되었다. 당원 수도 매우 적다. 공천제를 한다고 마을에서 진성당원 수가 느는 것도 아니다. 기초의원선거, 나아가 기초단체장선거에서 정당공천은 폐지돼야 한다.
의정활동에서도 공천제는 문제다. 한국의 여러 정당에선 진성당원의 힘이 강하지 않다. 중앙정치 쪽의 공천권이 굉장히 크다. 기초의원들이 이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야 한다는 편견을 깨고 캐쥬얼 차림으로 올라가 지역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신선하단 평가도 있었다. 정장 차림으로 등원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도 보도를 며칠 지나서야 봤다. 따지고 보면 그날 똑같은 옷을 입고 온 분은 아무도 없다. 별 의미 없는 일이다. 주목받으려고 한 쇼라고 본 분들이 있다면 '돼지 눈엔 돼지만 보인다'는 무학대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웃음) 이제 정장을 입고가도 입고 온 적있는지 모르시는 분도 있다.(웃음) 정장을 입었는데 캐쥬얼한 신발을 신은 적 있다. 근데 의원 분은 아니고 다른 어떤 분이 그 신발을 두고 뭐라하더라. 그럴 에너지가 있다면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시는 게...(웃음) 캐쥬얼 차림은 어떤 도전이라든가 이런 의미도 아니다. 입고 가다 보니 그리 됐다. 단병호 의원은 작업복 입고 강기갑 의원은 한복 입고. 그땐 별 말 없었다.
-신문기사를 보니까 우리나라가 OECD가입국 중에 양복을 입는 빈도가 매우 높다고 한다.
서울에서 진보정당운동을 했다. 지금은 무소속이다. 기존 진보정당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은?
=민주노동당은 2006년도 북한핵실험 때 진보정당으로서 반전반핵을 펴지 못했다. 북핵실험에 미국의 책임이 크다고 북한의 책임이 면죄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 북핵반대 성명이 부결되고 유감으로 됐다. 2002년도에 조지 부시가 중학생 장갑차 압살 사건 때 '유감 표명'을 해서 촛불시위 시민들의 분노를 더 부추겼다. '유감'이란 게 그런 수준이다. 물론 통일지상주의가 아니라 노동자적 관점을 가지고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 주류의 입장은 위험하다. 최근에서는 무책임한 선거단일화를 했다. 한미FTA 밀어붙인 송영길씨를 어떻게 민주노동당이 밀 수 있나. 당원 한분이 한미FTA에 항거해서 분신자결까지 했었다.
진보신당도 선거연합에서 도대체 원칙이 뭔가. 사퇴를 하든, 완주를 하든, 정책적 조건과 원칙이 뭐냐. 답이 없다. 답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지금껏 그걸 이끌어내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2등일 때 단일화하고 3등일 때 버티는 건가? 원래 표방한 가치에 따르면 민주노동당보다 진보적이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나는 경력을 표기할 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당활동 경력이 아니라, '새로운 진보정당운동' 회원이었다고 적고 있다. 이 조직은 민주노동당 선도탈당파들이 2008년 1월 결성한 모임이다. '안에서 말라죽느니 밖에서 얼어죽겠다'. '보다 적색으로(진보적으로), 보다 녹색으로(생태적으로)'. 그때의 각오를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진보정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민주당 등 정치연합이 최대쟁점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하나 같이 30대 고학력 중소득층이라는 주요 지지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투표하지 않았던 계층은 극빈층, 서민층이다. 이 층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상인, 그밖에 매우 힘든 처지의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10년, 20년, 50년 내다보면서 가야 한다. 무분별한 연합정치로 휩쓸려가는 현 상황은 결기 없이 두루뭉술하게 업혀가겠다는 걸로 보인다. 죽을 각오해야 한다. 이러면 또 "정치는 현실"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이야기도 어느 정도 지지율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안되면 죽자는 각오로 해야 한다. 볕들고 빛나는 자리로 가서 연합정치로 자리 나눠먹을 생각하지 말자. 어차피 쉬운 길은 아니었다. 대한민국에 진보정당이 가능하리라 본 사람은 진보운동 내에서도 많지 않았다. 왜 이제 와서 휩쓸려가나. 많은 사람들에게 죽을 각오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게 인간적으로 마음아프긴 하지만, 적어도 죽을 각오한 사람을 배척하진 말자. 진보세력내에서도 그러면 어떡하느냐.
-정책에 대해서 몇가지 물어보고 싶다. 공보물이나 예비홍보물을 보면 정책이 굉장히 많다. 그런 것을 다 이룰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실행해나갈 것인가?
=인동동, 진미동 특성하고도 연관이 있다. 젊은 사람도 굉장히 많고, 원룸도 많고, 임산부 분들도 아주 많다. 주거환경, 교통, 문화예술까지 많은 대책이 필요하다.
정책 가운데서 자그마한 것들, 놀이터나 공원에 손 좀 씻게 개수대를 놓자, 우범지대에 파란색 가로등을 설치하자, 이런 것들은 어렵지 않을 거다. 시 차원에서의 정책은 다른 시의원이나 시장과의 공통점을 찾아서 우선 해결할 수 있다. 시장님 공약하고 겹치는 것도 적지 않다. 작은도서관 만들기, 보육교사 처우개선, 사회적 기업 지원.
비전이 큰 것은 작은 단계라도 차차 해결하려고 로드맵을 짜고 있다.
-지역구를 돌다보면 어떤 일이 있는가?
=대개 나를 모른다. 이 사람이 시의원일 거라고 예측 못하겠지. 민원은 이래저래 접수받는데. 이런 민원도 있다. 학교 교사들이 너무 때린다는 건 후보 시절부터 들었다. 교육지원청 소관이라도 모른체하기 힘들다. 상징적으로라도 아동청소년인권조례가 필요하다. 지역에서 교육상담도 병행한다. 아직까지 상담 건수가 많진 않다.
주로 들어오는 건 길거리 더러운 거. (웃음) 자전거길에 가로등이 미개설되어 있다는 민원도 오고. 어떤 분은 시의원보단 변호사가 필요한 억울한 사연, 사기피해를 들고 찾아오시기도 한다. 해결을 바라고 오신 게 아니고, 속이 답답해서 하소연이라도 하시려고 오신 분이다.
-공약에서 시민운동의 영역이라고 보이는 게 있다. 마을도서관이나 협동교육이나.
=그걸 직접 들고 제기하면 시민운동이지만, 공공영역에서 독려하고 지원하는 건 지방자치다.
-앞으로 계획은 어떤가? 결혼적령기인데 결혼계획이나, 집 장만 계획이나. 또 4년 뒤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선할 것인지, 목표를 다르게 잡아볼 것인지, 다른 발칙한 도전 계획은 없는지.
=결혼을 굳이 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그렇다고 독신주의자는 아닌데. 아직은 결혼을 전제하지 않은 만남이 더 편하다. 결혼 계획 있는지, 여자친구 있는지 많이들 물어본다. 나는 여자친구 있어도 없다고 둘러댈 거다. 혹시 지금도 있는 거 아니냐고?(웃음) 여자친구를 부모님 집에 데리고 가는 것도 이상하다. 데리고 간 적 없다고 연애 안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여친을 왜 집에 데리고 가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웃음) 나도 상대방 부모님하고 만난 적이 없다. 결혼할 것도 아닌데. 헤어지면 어떡할 건가.(웃음) 길 가다 누가 보는 건 상관 없다.
나는 지금 원룸에 산다. 아마 시의원 중에 유일할 거다. 전국시의원 중에는... 잘 모르겠다. 원룸대표자로서의 의식도 갖고 있다. 원룸생활 6년째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가고 싶다. 근데 진평동을 벗어나면 섭섭해하실 분들이 많다.
다음 선거라. 4년 임기가 군대 두번 같이 느껴진다. 차기 계획은 없다. 최선의 목표는 저보다 훌륭한 시민들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선거기간 때 주민 분들 일부가 오해했던 것처럼 다음을 내다보고 나온, 그런 게 아니다.
-그런데 권력이라는 게...(웃음) 한번 잡고 나면 손놓기 매우 힘들다고 하더라. 한번 되고 나면 계속해서 하려는 의지가 생기지 않을까. 나중에는 마음이 바뀔 수도 있지 않을까.
=권력은 자기가 아무리 놓지 않으려고 해도 다른 누군가가 놓게 해줄 수 있다. 임기가 정해진 기간제노동자라는 걸 자각해야 한다.
-그러면 시의원을 그만둔 다음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글쓰는 일을 더 깊게 하고 싶다. 의정활동도 문학수업이다. 그것도 출마 동기였다. 시의원이 끝나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비정규직 노동자나 영세상인을 위한 민생관련 운동도 하고 싶다. 문화운동, 교육운동, 평화운동도 그렇다. 통일운동과 구별되는 평화운동은 특히 하고 싶다. 현재 진보정당의 상황을 비판하지만, 제 요구가 또다시 묵살되거나 밟히지 않는 조건이 된다면 다시 진보정당운동을 하고 싶다. 그럴 경우 서울로 가는 게 아니라 영남권에서 활동하고 싶다.
-순탄치 않은 삶을 선택하는 것 같다.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다. 다음에 또 더 인터뷰하기를 바란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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