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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로

'반신반인'의 근대화는 실패했다

어제 남유진 구미시장은 박정희 탄신제에서 '반신반인'이라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 심학봉 국회의원이 얼마 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써서 북한의 지도자 숭배를 연상케 했는데, 현대판 왕조국가 북한에서도 김일성, 김정일을 향해 '반신반인' 수준의 발언을 하는지 궁금해질 지경이었다.

 

사실 '반신반인'이라는 말은 본 의원이 알기로 4년 전부터 등장한 것으로, 듣기 좋은 노래도 자꾸 들으면 질리건만 해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반복되니 이것은 구미시장의 '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직 공직자들은 청문회에서 최소한 "5.16은 쿠데타이며 유신은 국민 기본권 침해"라는 멘트는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친독재 성향을 가진 국사편찬위원장은 나날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행사에서 찬양 발언으로 일관하는 김관용 도지사, 남유진 시장, 심학봉, 김태환 국회의원 등이 만일 장관직에 임명된다면(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는 듯하지만) 태도를 조금은 바꿀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새누리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는 경상북도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고, 현재권력에 대한 아부와 충성으로 그 안정된 길을 확보하려고 할 뿐이다. '반신반인' 따위의 발언은 대구경북의 부끄러운 정치적 낙후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박정희 시대는 부동산 가격이 세계에 유례가 없을 만큼 폭등하고, 산업화 일꾼인 노동자들은 저임금으로 고통받던, 불로소득이 근로소득의 2.5배에 달하는 암흑의 시대였다. 이런 시대를 견디며 우리 국민들이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모두 이뤄냈음에도 불구, 시민의 표를 받아 당선된 사람들이 특정 인물을 버젓이 신격화하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고 있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신'이란 '괴물'을 의미한다. 남 시장이 되레 박 전 대통령을 욕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신화적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근대화에 실패했거나 혹은 우리가 근대화라고 여기던 것이 생각보다 새롭지 않다는 의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런 후계자들을 두었다는 것은 그 자신 또한 역사적으로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나폴레옹 3세 때문에 오히려 나폴레옹의 위상이 후퇴했다는 아이러니가 이 땅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2013년 11월 15일

구미시의회 김수민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