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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진보의 진보

무소속 노동자 후보 김소연을 지지함

1.

김소연 후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날을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바쳐 왔습니다.

대통령 후보인 지금 이 순간에도 고난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심지어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합니다. 유력 야당 후보에 대한 테러가 근절되어온 이래,

사상 이렇게 탄압받는 대선 후보도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굳이 그 탄압을 감내하고

현장을 찾아다닙니다.

 

1970년생이라는 김소연 후보는 얼핏 그보다 나이가 더 들어보기도 합니다.

그녀는 청소년 때부터 교육민주화를 위해 싸워왔습니다.

청소년 김소연은 노동운동가 김소연으로 훌륭히 자라온 셈입니다.

 

뼈빠지게 일하고도 갈취를 당하고 요즘 와선 일할 기회도 없어져 가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하는 일은 굳이 진보주의자가 아니라도 세상이

조금이라도 공정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그리고 그 힘겨운 삶에는 노동자 뿐 아니라 영세한 농민과 자영업자,

장애인, 성소수자, 노인과 아동 청소년, 여성, 인간의 탐욕에 고통받는 뭇생명과

생태자연의 삶이 함께 걸려 있기도 합니다.

 

저는 '이들을 위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들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더 큰 애정과 믿음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지난 5년간의 이명박 정권은 제게 혐오의 대상입니다.

그 내용을 여기서 굳이 구구절절 적어야 할 필요는 못 느낍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들어선 정권들이 하나 같이 심각한 오류를 안고 끝났지만

이렇게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고 안간힘을 쓴 정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명박 정권 하에서도 나아지는 것이 있더구요.

 

하나의 예를 들겠습니다.

오늘날 중앙정부와 각지의 지자체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대형마트 규제,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 진보적 정책은 대세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미진한 지자체가 많지만, 어쨌든 중앙정부가 정책적 변화를 제시하거나

이끌고 있습니다.

극우보수라는 이 정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IMF 이후 작은정부론이 대세가 되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양산한

비정규직이 공공과 민간에 걸쳐 오히려 상당히 많습니다.

그들더러 다들 '진보개혁 정권'이라고 했지만 결과는 말에 훨씬 못 미쳤습니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성과를 몰아주어 상찬하는 것이 아닌, 냉정한 평가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정권의 차이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것이 시대 탓이든 정치인 탓이든 어쨌든 그러했습니다.

시대 탓이라고 돌리더라도,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시대에 밀린 거랑

시대에 적극적으로 영합한 것은 다릅니다.

한미FTA, 노동시장유연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라 불리는 것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그 틀이 잡혔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쁜짓을 하는 놈이 나쁜놈이 아니라

나쁜놈이 하는 짓이 나쁜짓이라고 주장하는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대통령과 정권이 수행하는 일보다는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

누군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광신이나 '빠' 신드롬도 생겨나는 거고요.

 

일례로 이명박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최근 탄압에 맞서는 노동운동에 보여준 그 성원이 정권이 교체되고 나서도 이어질까 크게 의문스럽기도 합니다.

 

박근혜 후보를 지지할 필요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암담하고,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도 무방할 만큼 실은 보수적인 사람들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난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선거는 정책쟁점이 상당히 묻혀져 가는 것 같습니다.  

예전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내놓은 정책들을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앞다퉈

가져갑니다. 좋은 일이라면 좋은 일이겠지만, 한가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후보와 세력인가?  

오지 않을 일을 미리 판단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온 후보와 세력들인가?

 

 

3.

제 소신과 가장 닮은 김소연 후보를 찍어야 할지

당선가능성이 높은 문재인 후보에 투표해야 할지

남 모르는 고민을 해왔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통으로 증명했던 오류와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사람들이

우회나 부패 또는 훼절의 길을 거듭하며 형편 없이 망가져 가고 있는 지금,

새로 힘을 모으기가 너무나 힘들어

저와 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모두 절친했던 친구들도 적지 않은 수는

문재인을 '어쩔 수 없이' 지지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쩌면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 진보적이고

더 성공적일지도 모르겠지요. 그럴 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진보정의당처럼

과거 노무현 정권의 보수화에 반발해 왔던 세력이 이번엔 문재인 쪽에 결합해 있으니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속고 살아서인지 선뜻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아직 저에게는 민주당 후보를 비판적 지지하는 것이 모험인 거 같네요.

 

요 며칠 간 문재인 지지자들과 이런저런 자리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고,

카카오스토리나 트위터, 페이스북으로도 활발한(?) 대화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그분들과 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팬이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후보의 지지자들과 연대 또는 연합하여 하나의 전선을 형성한다는 것이죠.

 

문재인 후보는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그 지지자들은 상당수가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못한 점은 시대 탓이고, 이명박 정권이 못한 점은 이명박 탓이라는

이중 잣대도 자주 보였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박해받는 사람들이 시위를 하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다같이 그 사람들을 욕했습니다. 어떨 땐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더 심했습니다.

"민주화된 세상에 데모를 하나, 그것도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노동자들이 이기적인 거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 그분들이 안 그런다는 보장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굳이 걸라면 그런다는 쪽에 걸겠습니다.

 

그분들 흉이나 탓을 이 수준에서 더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저 자신이니까요.

 

 

4.  

저는 정권교체가 노동자의 시민권을 신장하는 일이나

위험천만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단 한치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급격한 변화는 싫으니 김소연이 싫고 문재인이 좋다는 사람도 계시더군요.

김소연에 투표하여 급격한 변화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진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어떤 이상사회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인류가 앞으로 생존해 나가기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변화입니다.

 

사람이 죽어가면 빨리 응급처치를 해야지

그것을 어떻게 점진적으로 치료하나요?

 

시대와 체제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을 넘어서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교체된 정권은 다시 구 정권으로 교체될 것이며 이 악순환 속에

대안적인 가치들은 짓눌리고 잊혀져 갈 것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수치가 되더라도

그것을 막기 위해 달랑 한표 뿐인 권리를 모두 걸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계산하고 분석해도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을 때 저는

'솔직하게 한다'는 행동강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가 정권을 잡든 바람이 불면 바람에 쓰러지고

비가 오면 비로 눈물졌던 사람들이 있음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남들이 이뤄놓은 것에 얹혀 가기보다는

한미하고 곤궁하여도 처음부터 직접 만들어가는 그 맛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박근혜씨든 문재인씨든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세상을 제가 지향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더 가깝게 가져가고 싶습니다. 

 

이것은 선거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입니다.

생활정치, 운동정치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좌절 없는 재출발을 위하여 김소연을 지지합니다. 

약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손가락질이나 놀림의 대상이 되더라도 

저는 의사와 결심을 확실히 표현하는 쪽을 선택하겠습니다.

 

김소연 후보를 지지하는 표가 사표라는 분에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지면 그 투표는 헛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이중잣대는 적용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건 진보도 아니고 민주주의도 아닙니다.

 

 

5.

글을 읽으신 분은 박근혜 욕보다 문재인 욕을 더 많이 하는 게 아니냐며

따지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박후보가 그렇게 긴 비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후보인지 도저히 알 수 없습니다.

 

 

6.

김소연 후보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별로 도와드린 것이 없네요.

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이어질 탄압의 행렬 속에

함께 두들겨 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조금은 덜 맞지 않겠습니까.

 

몸으로 때워야 할 현실이 서글프지만

그조차 제대로 못했다는 자괴감이 앞섭니다.

 

7.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최병승, 천의봉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 홍종인
쌍용차 해고자 문기주, 복기성, 한상균

 


고공농성 중인 이분들은 투표하실 수 없겠죠?
땅에 발딛고 덕분에 편하게 사는 사람으로서
투표소에서 이분들의 뜻을 세상에 전하겠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 대변하는 김소연과 함께하겠다"

현대차·쌍용차·유성기업 고공농성자들, 김소연 후보 지지선언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5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