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도시에서 열리는 독립예술제
젊은 노동자들이 많은 구미시에서 독립영화제가 열린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예술이 공단도시의 청사진 아니겠는가.
기사입력시간 [256호] 2012.08.17 09:51:56 조회수 234 김수민 (경북 구미시의회 의원)
7월31일은 프랑스 정치사에 길이 남을 장 조레스의 기일이다. 조레스는 기득권 세력에 부딪혀 국회의원 재선에 실패한 후 잠시 툴루즈 시의원을 지냈는데, 당시의 의정 활동은 여느 진보 성향 의원과 사뭇 달랐다. 막스 갈로가 쓰고 노서경이 옮긴 <장 조레스, 그의 삶>에 따르면, 그는 보조금을 실업자 지원으로 돌리기보다는 문화단체 지원에 쓰기로 했고, 시청의 한 별관에 노동자를 위한 무료 박물관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젊은 노동자들이 많은 ‘기회의 도시’ 구미에는 아직 이런 문화정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 전시행정으로 나타난 축제는 전시효과를 의심받으며 사라지기 일쑤고, 특정 단체가 차지하는 예산 비중이 너무 높았다. 시민사회 단체도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축제에는 곧잘 선심성 또는 일회성이라는 딱지가 들러붙으니 의회도 예산안에 끼어드는 신규 축제에 부정적이었다. 창의적인 축제는 고사하고, 시민 눈높이에 맞는 축제가 드물다. 나는 요구하기 시작했다. “금오산에서 영화제를, 강변공원에서 록 페스티벌을!”(꼭 록이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는 내 공약이었다. 기초의원이 되기 전부터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스승으로 삼았고, 선거 시기에는 KBS <TOP 밴드>와 비슷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신인’과 ‘데뷔’라는 콘셉트로 다른 지역의 영화제, 음악 페스티벌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었다. 도시 규모와 인구 구성상 테마가 뚜렷한 중규모 영화제를 열어 신인 감독들의 패기를 모으는 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또, 인디밴드 10cm의 멤버들은 지금보다도 더 문화 인프라가 열악했던 시절 구미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기타 메고 다니는 행인들이 급증하는 요즘 구미에 인디밴드의 등용문을 못 세우랴 싶었다.
그런데 내가 이런 뜻을 밝힌 시점에 뜻밖에도 담당 부서가 영화제를 기획 중이라 답했다. 지리멸렬한 축제 기획에서, 악수 끝에 나온 묘수인가? 저예산(5000만원)이라 부담도 덜한 독립영화제였다. 포부와 불 안을 동시에 안은 독립영화인들은 구미에서 일자리를 찾은 청년들과 닮았다. 그리고 자본과 이윤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예술 자체가 공단도시의 청사진 아니겠는가. 나는 상임위 회의에서, 의원 사무실에서, 담당자를 대면할 때마다 이 영화제 추진을 독려했고, 예산이 통과돼 올해 첫 개최를 하게 된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으니 좋은 축제가 정착하면 잘못된 축제는 피어날 수 없다. 나는 첫 추진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이 영화제의 성공을 도움으로써 달래려 한다.
인디밴드 페스티벌도 추진할 것
록 페스티벌은? 나는 7월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다른 의원들과 함께 주제가 불분명하고 내용이 난삽한 한 강변축제 예산 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잘못된 축제는 좋은 축제를 가로막는 법이니까. 집행부는 행사 순서에 록 페스티벌을 넣겠다고 나를 설득했지만, 과녁을 그리기 전에 쏘는 화살을 승인할 수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시내 아마추어 밴드가 출전하는 구미예스록페스티벌을 확장한 인디밴드 페스티벌을 만들어, 독립영화제에 결합시키는 게 실현 가능성 높은 대안일 듯하다.
구미독립영화제는 8월22~26일 금오산 분수광장에서 열린다. 개막작 <혜화, 동>을 시작으로 <다슬이> <오래된 인력거> <플레이> 등의 장편과 <그 집 앞> <비둘기는 날지 않는다> <사과> <잔소리> 등의 단편이 상영되며, 각종 음악 공연과 ‘우리가족 애니메이션 체험’과 같은 부대행사도 이어진다. 금오산은 구미역에서 가까워 방문하기 편리하다. 구미 바깥에 사는 사람도 금오산에 들러 구미를 만끽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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