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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Columnist

<대물>의 주인공은 여자 김두관?

<대물>이 처음 나왔을 적 한나라당, 그중에서도 친박계에서 호응이 있었답니다.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민우당'은 '민주당+열린우리당'이고, 주인공인 서혜림(고현정)은 박근혜 의원이라는 풀이였는데요.

민우당 선거 장면을 보아하니 온통 푸른 물결이던데 그저 민주당으로만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조배호 대표(박근형)도 전형적인 보수기득권 정치인이구요.

민우당이 어디어디 당이라고 제가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드라마 제작진이 그 정도로 허술하지 않습니다. 어느 당이라고, 혹은 어느 당도 아니라고
갖다 붙이기 쉬울 설정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니
좋아했을 한나라당이나 당황한 민주당이나 다 어리석다는 겁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주인공인 서혜림은 박근혜 의원하고는 너무 거리가 멀다 싶습니다.
공통점이라면 여자라는 거? 이외에는 잘 안 보이네요.
오히려 드라마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다른 인물이 떠오릅니다.

극중 서혜림은 남해도에서 활동을 하다가 남해도지사가 됩니다.
공교롭게도 남해군에서 농민운동, 지역언론을 거쳐서 군수가 되고
현재 경남도지사에 오른 김두관 지사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는 일부분입니다.

서혜림은 간척지 개발 반대를 통해 대중적으로 부상하게 되는데
이는 현재 4대강을 놓고 정부여당과 갈등하는 김 지사의 현황과 비슷합니다.
무소속이자 야권 단일후보로 도지사에 오르는 과정도 닮았습니다.

극중 대통령(이순재)이 피력하는 당정분리, 권력기관 민주화의 원칙 등이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일설도 있습니다.
대통령과 서혜림은 돈독한 신뢰를 유지하는데, 노대통령과 김지사의 관계도 그러하지요.

더구나 서혜림은 당선되자마자 언론사 기자들에게 촌지 대신 식권을 줌으로써
직원에게 "지역언론과 대립각을 세워서 어떻게 하겠느냐"는 반문을 듣습니다.
김두관 지사가 군수에 당선된 후 지역의 기득권언론과 일전을 벌이는 풍경이 비쳐집니다.
여기까지 보면 서혜림은 가히 '여자 김두관'이라고 할 만합니다.

김두관이든, 초창기 작가가 좋아한다는 박영선 의원이든
누구든 사실 별 문제는 아닙니다.
작가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와야 할 정치인상이니까요.
김두관 지사의 앞날에 나름의 기대는 하고 있지만,
참여정부의 각료 겸 당료로서 그가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지, 노대통령을 뛰어넘을지 의심스러운 저도
특별히 이 드라마를 계기로 김두관 대망론을 펴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피력하고 있는 가치들,
친환경적인 개발 혹은 개발 반대, 무분별한 개발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재정건전성 등은
눈여겨 볼 만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 드라마는 박근혜 의원 띄우기와는 거리가 멀고,
엉뚱한 쪽에서 희희락락하는 게 참 우습다는 것이지요.


행정사무감사를 준비하느라 요즘 뚝 끊기기는 했지만
몇주 전 <웨스트 윙>이라는 미국 드라마 DVD를 구입해서 짬짬이 보고 있었습니다.

<웨스트 윙>은 정교하고 본격적인 정치 드라마입니다.
심지어 시즌7의 한 에피소드는 미국 대통령후보 토론회와 똑같은 양상으로 벌어집니다.
(다른 시청자 분들도 가장 인상깊은 에피소드로 이것을 꼽고는 하더군요.)

<웨스트 윙>은 "주인공이 누구다", "이 당은 실제로 저 당이다"는 논란을 허용치 않습니다.
주인공은 민주당 인사들로 설정되어 있으니까요.
드라마에 나오는 첫 대통령은 클린턴을, 두번째 대통령은 오바마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기는 합니다.
아주 틀린 반응은 아니지요. 명확한 관점과 이념을 가지고 제작된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이렇게 깊이 있게 정치 깊숙한 곳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그런 드라마가 나왔으면 합니다.
의원 임기가 끝나면 지방정치를 배경으로 제가 써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