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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 행정개혁

구미-칠곡 통합에 대한 김수민 의원 입장

 

 

 

안녕하십니까. 김수민입니다. 
구미-칠곡 통합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입장을 가지고 있었으나
답변을 좀 더 다듬다 보니 시일이 걸렸습니다. 
기다리시느라 불편하셨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1) 구미-칠곡간 연계는 중요한 문제이며 다각도로 풀어나가야 한다. 
(2) 그러나 시군통합론이 갖는 지방자치에 대한 역행에  반대하며
(3) 구미 강동 지역과 칠곡 석적을 새로운 기초지자체로 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지상주의의 논리는 정치와 행정에도 스며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본질이 쉽게 망각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국내외 정치학, 행정학자들이 지적하는대로 규모가 큰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주민 근거리에서, 주민참여에 기초를 두고 행정을 수행하는 역할을 다하기 매우 힘듭니다. 선진국 기초지자체의 평균 인구는 많아 봐야 한국 기초지자체 인구의 1/10~1/120이라고도 합니다. 20만명을 넘으면 그게 무슨 기초지자체냐,는 국내외 학자들의 의견도 많습니다. 

저는 이와 같은 풀뿌리자치중심의 논리에 따라 전국 행정구역을 재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로 현재 논의되는 시군통합에 반대합니다. 

2.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가 받는 특혜가 있지만, 앞에서 거론한 원리원칙에 따르자면 이 특혜는 없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없어져 버린다면 시군통합론의 논거도 상당히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지방자치를 살리기 위해 지향해야 할 것은 현행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조정하는 등 지방의 자주적 재정을 확충하는 것이지 중앙정부에게 특별용돈을 타내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 
현재 창원과 마산이 통합 이후 지역갈등을 겪고 있는 형국이며, 시군통합의 모티브가 된 일본에서도 통합에 대한 반발과 후회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구미는 예전 선산과 이미 통합하였으며, 이후 선산 지역민 상당수는 불만에 가득차 있고 칠곡군과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칠곡에서도 석적, 북삼 외의 지역에서는 반대 분위기가 강한 것이 주지의 사실입니다. 행정구역의 통합이 사회통합으로 연결될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4. 
시군통합으로 도시를 크고 강하게 한다는 발상은 다른 여러 견해를 낳기도 합니다. 칠곡 뿐만이 아니라 구미와의 통합 대상으로 김천, 상주, 군위 등이 거론되었습니다. 이 지역들도 또 각기 연접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그냥 경북 전체를 시로 묶지 그러냐', '전국을 서울특별시로 만들자'는 야유나 풍자 섞인 반응도 있습니다. 

5. 
시군통합은 기존 광역지자체의 해체와 연관이 있습니다. 하지만 광역지자체가 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여러 기초지자체들이 과도한 인센티브를 예산으로 지급하거나 저자세를 취해가며 진행하는 '기업 유치'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시군통합론은 지방정부에 준하는 광역지자체의 힘을 빼거나 해체시켜, 통합된 시군들을 곧바로 중앙정부앞에 노출시킵니다. 이는 강력한 중앙집중을 주장하는 셈입니다. 

6. 
통합추진 주체측이 고민하는대로 구미와 칠곡, 특히 양지역 경계에 있는 공간에서 연계가 이뤄져야 할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저도 인동, 진미 지역 주민이자 기초의원으로서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지역에서 막 피어나는 풀뿌리역량이 석적 등지로 주민이 이주함에 따르는 걱정도 있습니다. 바로 옆동네인데 행정구역상으로 달라 심리적 실질적 경계가 그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다만 이것이 행정구역통합 이외에는 다른 해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통합한다고 해도 구미 전체와 칠곡 전체를 통합하는 것은 답이 아니고요. 경북도와 구미시 및 칠곡군의 역할과 기능의 분담을 재조정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고, 문화교류나 행정협의 등의 다양한 해법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방안에 대해 아직 제대로 추진한 바가 없습니다. 

7. 
시군통합의 불합리성을 전제하는 동시에, 그래도 어쨌든 구미 강동 지역과 칠곡 석적의 친밀성을 살려야 하는 방안을 그간 고심해 왔습니다. 저는 구미시의 인동동, 진미동, 양포동과 칠곡군 석적읍을 합쳐 새로운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일단 검토해야 한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것은 전국적인 지방자치 혁신과도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지만, 사실 이 지역 인구만 합쳐도 적지 않은 편이라서 전국적 행정구역 재편 여부와 별개로, 주장해볼 만한 대안이 아닐까 합니다. 

이상 공개질의에 대한 저의 답변이었습니다. 
노고가 많으실 텐데 시군통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말씀드리게 되어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견해차를 떠나 구미-칠곡 통합론에 깔린 합리적 핵심, '경계 지역끼리의 연계' 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하여 접점을 만들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건강과 건승을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