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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 진보의 진보

이 소선거구 혹은 저 대선거구 (지방선거 개혁방안1)

지방선거 개혁방안 1. 선거구제도

1) 구역을 더 쪼개 의원 수 대폭 늘리는 소선거구제
혹은
2) 정당득표와 후보자득표를 배합한 스웨덴식 대선거구제

 


현행 중선거구제도(1선거구당 2~4명 당선)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 소선거구제(1선거구당 1명 당선)보다 더 많은 유권자의 의견이 반영된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오히려 따져봐야 할 것은 '중선거구제의 효과가 얼마나 발생했는가' 이다. 주민들도, 지방정치인도 다소 어정쩡해진 느낌이다. 지역구가 넓어졌다고 해서 의원들의 스케일이 더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 지역구에 여러 의원들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혼란과 불편을 느끼기도 한다.

 

또 한가지 문제는 현행 중선거구제에서는 한 정당이 몇몇의 후보를 공천해야 할지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다수 정당은 당선자수만큼 냈다가 그 절반에 못 미치는 당선자를 배출하기도 한다. 소수정당은 일단 1명의 후보를 내 당선시키는 전략을 펴지만, 나중에 지지도가 올라가더라도 1명만 내야 하는지 고민에 빠진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최악의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선거구 면적은 현행대로 두고 1명만 뽑는 소선거구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지역분할이며 지방의원은 호족, 봉건영주처럼 된다. 물론 이 경우 의원정수가 대폭 줄기에 지방의원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므로 실현가능성은 낮다.

 

최선의 방안은 지방의원이 지역에 낮게 임할 수 있는 동시에 지역 전체를 디자인하고 그에 따라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 두가지는, 따지자면 하나다. 지자체 차원의 관점이 없이 동네에만 집중했을 때 빠지는 길은 무분별한 지역개발밖에 없다. 그리고 지역별로 경계를 그어버리면 지방의원이 난개발을 견제할 파워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1)안: 의원정수 2~3배 늘리며 소선거구제로

 

소선거구제의 장점은 구역대표성이다. 구역대표성을 살리려면 구역을 더 세분해야 한다. 가령 구미시는 인구 2만명당 1명의 지방의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정도로는 불충분하다. 이른바 큐브 룰을 잣대로, 의원정수를 지역인구의 세제곱근으로 계산했을 때, 구미시의회 의석수는 75가 된다.

 

선거구의 수(의석수)를 대폭 늘리게 되면 의원은 좀 더 구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구역을 잘게 쪼갰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지역이기주의의 힘은 약화되며, 의원들이 다른 구역의 일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는 토대는 강화된다.

 

이때 유의할 점은 무급제로 전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지방의원 급여가 없으면, 돈 많고 시간 많은 사람만으로 의회가 가득찰 것이다.

 

의석수가 대폭 늘면 의원1인당 급여는 줄 수밖에 없지만, 어쨌든 의회에 드는 총비용은 크게 증가한다. 이를 주민들이 찬성할까? 소선거구가 옳다는 분들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게 되면 나는 앞의 조건을 같춘 소선거구제에 찬성할 수 있다.

 

 

2)안: 대선거구에서의 정당비례의석 배분 (스웨덴식)

 

의원정수를 2~3배 늘리는 것이 찜찜하거나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는 분은 2)안에 주목하기 바란다. 현재 의석수를 유지하는 전제하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집행부 견제감시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동네개발에 함몰되는 구조적 문제들이 자주 지적돼 왔고 이에 따라 중선거구를 넘어 아예 대선거구로 가자는 주장이 있다. 대선거구제는 한 선거구에서 5인 이상을 선출하는 제도를 뜻하는데, 기초의원을 기초단체장과 같은 면적의 선거구에서 선출해 위상을 높여야 행정을 제대로 견제감시한다는 과감한 주장도 있다. (이 경우 구미시는 기초의원 20명을 뽑는 1개 선거구가 된다)

 

대선거구를 몇인 선거구로 하느냐는 일단 논외로 돌린다(5~10인이면 괜찮지 않을까?). 일단 중요한 대목은, 어떻게 선출하냐이다. 후보로 출바한 사람들을 쭉 득표순대로 늘어놓고 n위까지 당선? 하지만 이는 위에서 이야기한 현행 중선거구제의 문제를 그대로 강화하며, 주민들이 표출한 당파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 복불복이 될 수도 있다. 가당이 나당보다 지지도가 더 높음에도 불구, 가당은 후보를 2명 냈다가 모두 낙선하고 나당은 1명을 내서 당선될 수도 있다.

 

이에 스웨덴식 선출제도를 제안한다. 이 방식은 설명하자면 상당히 길고, 수학자가 설계한 제도답게 조금 복잡하지만, 대충 이렇다. 한 선거구의 의석을 그 정당 후보자들의 득표율에 맞게 의석을 각 정당에 배분한다. 그리고 그 정당의 의석은 득표를 많이 한 후보에게 배분한다.

 

기존 비례대표제는 유권자가 정당의석을 결정하지만 당선자와 낙선자는 각 정당이 설정한 순위에 달려 있어 일반 유권자의 개입이 힘들었다. 그러나 스웨덴식 비례대표제는 당선 인물까지 유권자가 투표장에서 정할 수 있다. 물론 다음의 경우도 가능하다. 어떤 정당이 좋고, 그 정당의 후보들이 다 좋아서 누구 하나를 고르기 힘들다면, 후보자 이름이 아닌 정당명 옆에 기표할 수도 있다.

 

이상 제시한 의견들은 두가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째, 바람직한 지방의원을 만드는 선거구제는 무엇인가? 둘째, 주민들의 다양한 성향이 지방의회에 반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음 순서에는 이를 척도로, 정당공천제를 유지해야 할지 폐지해야 할지를 논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