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7일 구미고등학교 교지편집부 학생들과 담당 교사께서 풀뿌리 사랑방을 방문하셨습니다. 학교 동문 인터뷰를 위해서였습니다. 불과 서른살에 시의원을 하고 있는 사례가 흔치 않으니 인터뷰이로 선정된 것 같았습니다.
이런저런 질문들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제가 구미고 출신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의 고교 시절은 중학생 시절과 크게 달랐습니다. 여러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중학생 시절과는 달리 고교 시절은 어둡고 침체되었던, 인생의 중세, 'dark age'였기 때문입니다. "문학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했던 과정은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 "밴드를 하려다 실패했다. 음악을 할 수 없으니 음악에 관한 글을 일단 썼다. 그러다가 글이 좀 늘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시의원이 된 것도 비슷한 듯합니다. 안티조선운동, 진보정당운동, 채플자율화, 학술운동, 자치언론 활동을 할 때 저는 한번도 대중적 활동가를 염두하지 않았습니다. 20대의 활동을 정리하고 지역활동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시의원에 출마했는데 당선이 되었던 겁니다. 하고 싶은 일과 '어떻게 사느냐'에 충실했지만 '무엇이 되느냐'라는 부분에서는 자주 예상치 못했던 곳에 닿았던 게 인생이었습니다.
인터뷰어의 특성상 후반부는 대체로 교육과 청소년으로 집중되었습니다. 교복공동구매 시스템 구축과 교복 무상화를 이야기하자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빠져있는데 복장자율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교에서 지정된 교복이 있더라도 반드시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교복과 사복을 병행하고, 입는 건 학생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보죠. 다만 교복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사회적으로 교복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지금 우리네 교육은 맨땅에서 피터지게 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투혼이 길러진다는 이유로요. 다치면 가끔 아카징키를 발라주고 그냥 뛰라고 합니다. 반면 잔디구장에서 연습한 축구선수는 넘어질 걱정없이 유연하게 뜁니다. 교육이 그래야 합니다. 경쟁교육이 아니라 협동교육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직업정치인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정치에 관심이 깊었습니다. 나중에 학교로 불러주면 정치에 관한 특강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막바지에 담당 교사분께서 짧은 연속 질문을 할 때 "정치란?"이라는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부대낌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어울림이다." 교육이 언제 어디서나 이뤄지듯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은 일상이고 생활이었습니다.
누군가 "시의원이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에 너무 자주 나타나면 안됩니다. 여의도에 주로 있어야 할 사람이 그러면 일을 안한다는 거죠. 국회의원이 가끔 동네를 돌아봐야 그건 과외활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의원이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돌면 그게 일입니다. 그 일은 즐겁고 일상적인 일이지요. 다른 정치인이 누릴 수 없는 정치인의 특권입니다."
청소년의 시정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학생들은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청소년 문화존'의 저조한 운영실적의 원인과 해법을 밝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정책에 관해 보고서를 가져다주겠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구축된 자전거도로의 맹점을 지적해주기도 했습니다. 교육경비가 시설비로 너무 많이 나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사 문제에 늘 이목을 쏟으면서도 '지방자치와 우리 학교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얽혀있는지에는 무심했던 저와 제 세대 학생들과는 다르더군요.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며, 이리도 활력있고 재기 넘치는 이들을 묶어놓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저런 계기로 최소한 "청소년들에겐 아직 능력이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협애한 시각을 깨는 대목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시의회 새 슬로건 응모에 걸린 상품이 전통시장 상품권이라는 데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시장에서 국밥먹는 일을 좋아한다는군요. 구미고가 명문고라지만 '고교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도 고교 시절 이미 평준화론에 기울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이 학생 기자들도 꾸준히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청소년과의 공동활동을 모색 중입니다. 구상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 권리 조례'를 함께 쓰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질문들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제가 구미고 출신이기도 해서 자연스레 학창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의 고교 시절은 중학생 시절과 크게 달랐습니다. 여러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중학생 시절과는 달리 고교 시절은 어둡고 침체되었던, 인생의 중세, 'dark age'였기 때문입니다. "문학특기자로 대학에 진학했던 과정은 어떠했는가"라는 질문에 "밴드를 하려다 실패했다. 음악을 할 수 없으니 음악에 관한 글을 일단 썼다. 그러다가 글이 좀 늘었다"고 답변했습니다.
시의원이 된 것도 비슷한 듯합니다. 안티조선운동, 진보정당운동, 채플자율화, 학술운동, 자치언론 활동을 할 때 저는 한번도 대중적 활동가를 염두하지 않았습니다. 20대의 활동을 정리하고 지역활동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시의원에 출마했는데 당선이 되었던 겁니다. 하고 싶은 일과 '어떻게 사느냐'에 충실했지만 '무엇이 되느냐'라는 부분에서는 자주 예상치 못했던 곳에 닿았던 게 인생이었습니다.
인터뷰어의 특성상 후반부는 대체로 교육과 청소년으로 집중되었습니다. 교복공동구매 시스템 구축과 교복 무상화를 이야기하자 제법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교복을 반드시 입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빠져있는데 복장자율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학교에서 지정된 교복이 있더라도 반드시 입을 필요는 없습니다. 교복과 사복을 병행하고, 입는 건 학생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보죠. 다만 교복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사회적으로 교복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 지향하는 방향이 있다면?" "지금 우리네 교육은 맨땅에서 피터지게 뛰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투혼이 길러진다는 이유로요. 다치면 가끔 아카징키를 발라주고 그냥 뛰라고 합니다. 반면 잔디구장에서 연습한 축구선수는 넘어질 걱정없이 유연하게 뜁니다. 교육이 그래야 합니다. 경쟁교육이 아니라 협동교육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입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직업정치인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학생도 정치에 관심이 깊었습니다. 나중에 학교로 불러주면 정치에 관한 특강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막바지에 담당 교사분께서 짧은 연속 질문을 할 때 "정치란?"이라는 화두가 던져졌습니다. "부대낌이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어울림이다." 교육이 언제 어디서나 이뤄지듯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것은 일상이고 생활이었습니다.
누군가 "시의원이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국회의원은 지역에 너무 자주 나타나면 안됩니다. 여의도에 주로 있어야 할 사람이 그러면 일을 안한다는 거죠. 국회의원이 가끔 동네를 돌아봐야 그건 과외활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의원이 산책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동네를 돌면 그게 일입니다. 그 일은 즐겁고 일상적인 일이지요. 다른 정치인이 누릴 수 없는 정치인의 특권입니다."
청소년의 시정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학생들은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청소년 문화존'의 저조한 운영실적의 원인과 해법을 밝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정책에 관해 보고서를 가져다주겠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기존에 구축된 자전거도로의 맹점을 지적해주기도 했습니다. 교육경비가 시설비로 너무 많이 나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사 문제에 늘 이목을 쏟으면서도 '지방자치와 우리 학교 그리고 나의 삶'이 어떻게 얽혀있는지에는 무심했던 저와 제 세대 학생들과는 다르더군요.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 '청소년'에 초점을 맞추며, 이리도 활력있고 재기 넘치는 이들을 묶어놓는 문제들이 무엇인지 의문을 던지고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이런저런 계기로 최소한 "청소년들에겐 아직 능력이 없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청소년들에 대한 협애한 시각을 깨는 대목은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어떤 학생은 시의회 새 슬로건 응모에 걸린 상품이 전통시장 상품권이라는 데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시장에서 국밥먹는 일을 좋아한다는군요. 구미고가 명문고라지만 '고교 평준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저도 고교 시절 이미 평준화론에 기울어져 있기도 했습니다.
인터뷰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네요. 이 학생 기자들도 꾸준히 만나고 싶습니다. 그러잖아도 올해는 청소년과의 공동활동을 모색 중입니다. 구상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 권리 조례'를 함께 쓰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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