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나누기

오랫만에 찾은 단골 민속주점

김수민 평론가 2011. 8. 4. 16:24
7월 27, 28, 29일 폭우가 내리던 서울에 있었지요.
28일 저녁 벗들과 함께 단골 민속주점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신촌, 제가 대학 시절을 보낸 곳이지요.

동학농민운동 지도자들의 모습이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이날 제 마음은 정말 안락했습니다. 이 술집에 드나들던 때 가운데 가장 말입니다.

돌아보면 정신적으로 굉장히 고된 대학 시절을 보냈습니다.
대학 시절이 전혀 그립지 않을 정도죠. 나중에는 생각이 달라질까요?
글쎄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술집에서 동지들과 함께 썩어가던 속을 달래었습니다.
수구보수 기득권세력과 진보진영 내에서 반목하던 상대 주류 정파에 대한 분노를
가까스로 웃음과 풍자로 달래었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세상과 삶 자체를 헐뜯지 아니하려고 노력했던 것도 같습니다.

앞과 끝이 보이지 않는 낙담과 절망, 환멸, 체념을 술기운으로 씻어내고
인내와 명랑으로 취하려고 안간힘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전 몇줌의 권력을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냉정히 말해 기간제인 불안정노동자라고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전 그 시절만큼 막막하고 아프지는 않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함께할 사람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날 저와 함께 들른 친구들은 서울에서 사귄 동지들이 아니라
고향의 벗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다른 마음으로 마시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서울의 친구들이 구미에 들러서 저를 만날 때 또한 각별한 감정을 가지게 되기도 합니다.

지난날의 많은 울화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것들이 아련한 추억 속에 남아 있지요.
덕분에 제가 옛날보다는 조금 덜 다치며 살아가는 듯합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벗들과 동지들과
좋은 곳에서 술잔 기울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