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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 의정활동 4년

(23) 최초로 대표발의한 조례안이 의결 보류되다 2011년을 맞으며 나는 지난 반 년의 의정활동을 돌아보았다. 학교무상급식과 같은 사안을 추진하며, 또 박정희 기념사업에 맞서면서 “앞서 나간다”는둥 “너무 진보적이다”라는둥의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진보성에서든 담대함에서든 너무 미진했다는 자평을 내렸다. 구미시는 경북도의 예산 삭감에 흔들리면서 초등학교 1~3학년 무상급식 실시를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반면 예산이 비교적 작은 편인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은 계획대로 2011년 1월부터 민간병의원에서도 시행했다. 대상은 구미시 관내 거주(주민등록상)0세~만 12세까지의 아동이었고, 지원내용은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해당하는 내역이었다. 1월 7일 구미고등학교 교지 의 기자들이 지도 교사와 함께 방문했다. 학생들 가운데는 직업정치인을 희망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 더보기
복기, 의정활동 4년 (22) 구미시 학교무상급식 무산 감사에서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몇몇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기계약직 공무원 복지포인트였다. 과천에서 만난 장시원 의원이 건네준 아이디어였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은 보장되어 있지만 여러 노동조건에서 정규직 공무원에 뒤처지는 ‘중규직’이었다. 구미시는 그때만 해도 무기계약직에는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공무원이 아닌 지방의원도 받는 복지포인트를 명백한 구미시의 식구인 그들도 받아야 했다. 공공부문 노동정책 제1호로 이 사안을 찍어두고 감사에서 총무과장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건강검진 등 무기계약직 대상 혜택을 늘리고 있던 총무과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결국 실현하게 된다. 구미시설관리공단 채용 특혜 문제를 놓친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나는 공무원 자녀는 물론 모 정.. 더보기
(21) 위원회에서 힘 빼지 않기로 하다 해마다 가을은 구미시 산하 각종 위원회가 활발히 열리는 계절이기도 하다. 예산안을 확정지어야 했기 때문에 각 부문별로 위원회들이 일제히 열렸다. 의원들도 여러 위원회의 위원을 맡고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해 중앙정부에서는 이를 부정적으로 보았지만 그들도 현실은 직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위원회는 대체로 공무원,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 그리고 지방의원으로 구성된다. 원론적으로는 시민 위원의 참여 폭이 넓은 것이 옳다. 그러나 우선 인력의 한계와 행정에 남은 폐쇄성으로 시민 참여의 폭이 무척 좁았다. 그리고 대개의 시민 위원들은 시나 시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었고, 노골적으로 집행부 입장을 변호하거나 별 말도 없이 회의 수당만 챙긴 채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나는 지방의원 외의 다른 위원이 적극적으로.. 더보기
(20) "파업 안 하면 노사평화인가?" 남유진 시장의 답변에는 시종일관 두 가지의 논리가 엿보인다. 첫째, 노사 문제는 해당 기업에 맡기는 것이 좋다. 둘째, 산업평화 정착이 중요한데, 그 산업평화는 노사간 갈등이 없는 것을 의미할 뿐이었다. 나는 보충질문 순서에서 말했다. “'노사평화'라는 말이 있는데, 파업만 발생하지 않으면 '노사평화'인지, 파업이 발생하면 '노사평화'가 깨지는 것인지? 노사 이견을 억누르는 상태나 무노조 경영도 노사평화인가? '노사자율'이라고 하지만, 노조는 산별노조, 자본도 경총 등의 기구와 연관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노사자율에만 맡길 수 있는가? 남유진 시장: “어디까지나 기업의 문제는 기업의 문제다. 시장, 경찰서, 고용노동부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산업평화는 시민들이 많이 쓰는 용어다. 옛날 구미가 노사평.. 더보기
(19) 분신으로 내몰린 KEC사태 해외연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정리해야 했다. 내 원칙은 첫째, ‘다녀온다’였다. 둘째, 외유성 연수는 안 된다. 연수를 내실있게 소화한다면 누구에게든 욕 먹을 이유가 없었다. 다른 의원들과 단체로 의회에서 잡아주는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외유성이 아니더라도 관심사가 다르면 연수에서 얻는 성과가 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의회 전체의 프로그램을 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둘째,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연수를 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리고 넷째, 1년이 아닌 2년에 한 번을, 임기내에 2회를 다녀온다. 그런데 기초의원의 연간 해외연수 예산은 1인당 180만원이었다. 이 금액으로는 동북아나 동남아 지역 밖으로는 나가기 어려웠다. 고로 자.. 더보기
(18) 민원 해결과 '재량사업비' 문제 그무렵 일을 주로 만들어서 하던 내게도, 의원으로서 접근할 수 있는 민원들이 가을경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로등 신설 민원이 많았다. 인동동 동쪽 끝, 칠곡군 가산면과의 접경 지대에 있던 농촌 마을 신동에도 있었다. 신동은 크게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나뉘어지고, 북쪽 마을은 솔숲 언덕을 기점으로 동서로 나뉘어진다. 신동 경로당은 솔숲 언덕 서쪽에 있었는데 해가 기울면 솔숲 동쪽에 사는 할머니들이 어두운 숲길을 걸어가야 했다. 나무 옆에 불을 밝히는 것이 다소 반환경적이긴 했지만 어두운 길을 위험하게 걸어가시는 게 마음에 걸렸다. 솔숲은 사유지였고 외지에 사는 땅주인의 허락을 받느라 시일이 좀 지체되었지만 결국 설치를 했다. 전대 의원들에게 건의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며 조금 의구심을 갖고 계셨던 .. 더보기
(17) "어머님, 게임을 한번..." 2010년 10월부터는 인턴 보좌관을 채용했다. 선거를 도왔던 친구 김광일 군이었다. 회의나 여타 일정 소화로 풀뿌리사랑방을 비울 때가 많아 보좌관이 필요했다. 또 보좌관을 두면 능률이 얼마나 오르는지 실험도 해보고 싶었다. 보좌관이라고 하나 지방의회에는 정식 보좌관 제도가 없었고 당연히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다. 나의 사비를 털어야 했고 두둑한 급여를 줄 수가 없었다. 월 50만원쯤부터 출발해서 나중에 70만원까지 올렸다. 근무시간을 따로 정해두지 않고 자율 근무를 시행했다. 많은 월급을 줄 수 없어 공개채용할 수가 없었고, 이 급여로는 아마 공개채용에 응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검증한 바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김광일은 나의 중고등학교 동창이며 인동동 관내의 황상.. 더보기
(16) 무상급식 전선에 이상 징후 나는 박정희 기념사업 예산 논란을 계기로 오히려 지역사회의 관용성을 느꼈다. 나를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일각에 크게 괘념치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양론이 있는 걸 인정해야 한다. 지자체 지원은 신중해야 했다”거나 “시의원이 예산을 다루면서 할 수 있는 말이었다”거나 “저런 시의원도 있어야 된다. 있다고 기념사업 예산이 곧바로 없어지나?”라는 등 한층 여유롭고 관대한 여론도 있었다. 논란은 내 활동을 훼방할 수 없었다. 나는 임시회가 끝나고 편안하게 추석을 맞이했다. 한결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전술적으로 너무 강경하고 섣부르지 않았느냐는 지적은 있었지만, 나는 거꾸로 좀 더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했다는 사후 평가를 내렸다. 박정희 추모제와 탄신제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은 참석을 안 하면 보기 .. 더보기
(15) "자네 뱃심 하나는 구미 최강일세" “임기를 걸고 싸우겠다”는 나에 이어 예결특위에 들어온 민주노동당 김성현 의원이 나보다 조금 온건한 논조로 나를 거들었다. 시가 주최할 행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심사가 끝나고 나서 문화예술담당관실 과장이 찾아왔다. 그는 “저도 70년대 학번이고 유신 반대 시위도 하고 그랬습니다”며 옛날을 회고하더니 “그래도 구미에서는...”을 되풀이했다. 나는 그를 탓할 생각이 없었다. 지역사회 기득권세력과 시장과 의원들이 만든 작품인데 과장급 공무원에게 무슨 죄가 있을까. 동시에 나도 삭감 요망을 철회할 생각이 없었다. 평행선이었다. 그 뒤로도 문화예술담당 과장은 계속해서 나를 찾아왔다. “저한테 이러셔도 소용이 없습니다. 계수조정에서 의원들 뜻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그 이튿날 의회 전문위원실 과장과 이명희 의원이.. 더보기
(14) 박정희 기념예산과의 숙명적 대면 나의 첫 5분자유발언은 일단 동료 의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의원들 대다수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재벌마트를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매한가지였다. 그들도 여러 중소상인 이웃을 두고 있었고 자신이 중소상인 출신인 사례도 많았다. 이것은 중앙 한나라당과 지방 한나라당의 중대한 차이점이었다. 본회의가 끝나고 김상조 의원은 “더 세게 갔어야지! 이마트 불매운동다고.”라고 말했다. 상인 출신인 김재상 의원(선주원남, 도량)은 “내가 해야 할 발언인데 김 의원이 해버렸네”라며 웃었다. 나는 5분자유발언 이전에 각오한 바가 깊었다. 지역 여론은 대형마트 입점 찬성 쪽이 훨씬 우세했다. 더구나 젊은층의 찬성률이 높았다. 젊다고 다 개혁적인 건 아니지만 개혁층을 포함한 젊은층이 대형마트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