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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기, 의정활동 4년

(10) 풀뿌리사랑방 도둑 들다

7월 10일 풀뿌리사랑방에서 조촐한 개소식을 열었다. 옆집 카센타 아저씨도 잠시 모셨다. 그날 몇몇 참석자 분들이 ‘사람사는세상’ 소속이라고 소개하자 카센타 아저씨는 “저는 짐승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농담이지만 뼈아픈 현실을 찌르는 소개를 하셨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난 13일 사랑방에 출근했더니 뭔가 횅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노트북과 엑스박스 게임기가 사라졌다. 가족들에게 “누가 치웠냐”고 물었더니 “오늘 안 보였다”는 답만 돌아왔다. 도둑 맞은 것이다! 여름이라 사무실 뒷쪽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그쪽으로 도둑이 들어왔다. 사무실 뒤의 작은 뒷마당에 가보니 담장 밑 나무 심는 화단에 사람 발자욱이 있었다. 노트북은 대학 졸업 선물로 어머니께 받은 것이고, 엑스박스는 집에 있던 걸 사무실에 옮겨 설치한 것이다. 바로 얼마 전 카센타집 아들에게 “가끔 놀러와서 게임하라”고 했건만.

 

인동동, 진미동은 원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동네고 평소 치안이 아주 불안했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은 “여기 시의원 사무실입니까? 시의원 사무실도 털리나. 나 이것 참...”하며 황당해 했다.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고쳐야 했다. 뒤쪽 창문에 방범용 창살을 달았다. 건물주 아저씨는 그날 마침 이사를 가고 있는 2층 입주자가 수상하다고 했다. 평소에도 행실이 좋지 않았다며 2층 복도에 놔둔 물건들도 몇 차례 없어졌다는 것이었다. 2층 입주자들은 이삿짐을 거의 트럭에 싣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 물건이 없어졌다. 짐 좀 살펴봐야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듬해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 내가 그때 이삿짐 트럭을 뒤질 위인도 아니었지만 의심하는 기색을 꺼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2011년 가을 어느날 경찰서 강력반에서 연락이 왔다. 범인도 찾고 물건도 찾았다는 것이었다. 가보니 노트북과 게임기가 모두 있었다. 다만 게임기는 보관중 고장이 나서 다시 사용할 수 없었다. 범인은 인동에 살던 다른 사람으로, 생활고를 겪던 장애인이었다. 훔친 물건을 팔지는 않은 채 집안에 모아두고 있었다가 발각되어 체포되었다.

 

7월 14일,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선언’에 참여했다. 오후 2시 해평면 구미보 옆이었다. 내가 구미에 내려온 것이 2010년 전후였고 그 이후 선거를 뛰느라 해평면에는 간 적이 없었으므로 그날 처음 구미보를 봤다. YMCA 활동가가 “덥다. 누가 기자회견 시각을 오후 2시로 잡았느냐”며 불평했다. 구미YMCA, 구미경실련, 구미시 농민회, 구미 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시협의회, 전교조 구미지회 등이 동참했고 신부님, 수녀님, 목사님, 스님 등 종교계에서도 참여했다. 환경운동으로 유명한 지율 스님도 함께했다. 제도권 정치인으로는 김성현 의원과 내가 참석했다. 아직까지도 구미 지역 사정에 밝지 않던 나는 민주당이 불참하는 것이 의아했다. 구미 민주당은 시민사회단체와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즈음 나는 주민자문회의 위원 모집에 나섰다. 위원들에게 나의 의정활동을 고정적으로 자문하는 역할을 맡기려 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해 보였는지 한 지역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응하는 주민들은 극소수였다. 틈만 나면 사람을 잡고 부탁을 해도 “나는 잘 모른다”고 손을 휘젓기 일쑤였다. 늘 기득권세력의 간섭이 아닌 주민으로부터의 민주적 통제를 원했다. 하지만 지방정치는 많은 시민들에게, 특히 젊고 개혁적인 사람들에게 관심 밖이었다. 그들이 비운 자리를 토호를 비롯한 일부 주민들이 채웠다.

 

7월 16일과 19일 21일에는 상임위원장단 선출 이후 첫 상임위 활동이 있었다. 집행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보고용 책자를 받아든 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에 문의해가며 쟁점이 될 만한 사항과 질문 내용을 챙겼다. 집행부와 질의, 응답을 펼치는 첫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