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진보적 가치란
내게 팔을 뻗을 자유가 있는데, 다만 상대방의 몸을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또 일개인의 사유재산권이 다수의 생존권보다 소중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서민만을 대변하고자 하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서민이나 사회적 약자를 우선으로 대변하게 되는 것이 진보정치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사회에서 진보정치를 지지하는 주요 구성원들은
30대 고학력 중소득자, 즉 중산층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소득자의 투표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제가 이번 선거에서 가장 걱정했던 점이 이거였습니다.
그러나 선거를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주요 지지층의 캐릭터로 '30대 회사원'을 잡고 있었는데 물론 이분들의 호응이 있었지만
그 한계가 있었고
오히려 40대 이상, 영세상인, 저소득층 주부들의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냥 호감이나 관심을 표시하는 정도가 아니라
'나는 니가 우리 편이란 걸 알고 있다'는 격려도 느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은 단일화를 둘러싸고 이런저런 지리한 공방을 벌이며
같은 정당끼리도 지역별로 다른 결정을 내리는 등 혼선을 거듭했습니다.
저는 이것이 '반-한나라당'의 기반인 고학력 중소득층이라는 기반에 여러 야당들이
기대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라고 풀이하고
그동안 투표하지 않았거나 보수정당을 찍었던 서민층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집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의도가 예년보다 큰 성과를 거두리라는 믿음이 솟아났습니다.
그동안 마음을 다친 유권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쪽에 일편단심 투표했지만 살림살이는 나아진 게 없고,
애초부터 다른 쪽을 선택하거나 마음을 바꿔본 분들도
별다른 보람을 느낄 기회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제가 후보자니까 포기해서는 안될 것이며
앞으로도 일반 시민으로서 절대 포기할 수 없습니다.
백만원 가진 사람은 백억원 가진 사람을 당해내기 힘듭니다.
그러나 투표는 다릅니다.
"제가 찍어주면... 달라질까요?"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모두가 한표씩입니다.
일요시장 유세 때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선거 인동동의 한나라당 당선자 두명이 거둔 득표율은 45%가 안 되며
전체 주민 대비 17%에 불과합니다.
며칠 전 어느 시장상인께서 "한나라당 떨어트리려고 야당이나 무소속 찍어줘도 자꾸 떨어진다"며
한숨을 쉬셨습니다
밀면 밀립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표를 던지십시오. 꿈쩍도 하지 않던 소수특권층 위주의 세상에
종이돌을 던져 주십시오.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닙니다.
한나라당은 바위가 아니고
우리의 한표는 바위보다 작아도 더 단단합니다.
너무나 어렵고 힘든 출마 결정이었습니다. 오만가지 일을 다 겪었습니다.
제 선거를 돕는 분들이 차례로 앓아 눕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제 전동 자전거에서 잠깐 연기가 솟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느 기자가 제게 "혹시 후회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온통 파란 물결인 이 선거에서, 제가 비록 잘난 건 별로 없지만,
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불만과 분노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