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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순환 착한도시

낙동강 둔치활용 기본설계용역비 전액 삭감의 이유

구미시의회는 2012년도 본예산 심의에서 토론 끝에 '낙동강 둔치활용 타당성조사 및 기본설계용역'에 관한 비용 12억을 삭감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이 용역이 낙동강 둔치활용 전반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기에 둔치 활용에 관한 모든 사업이 물거품이 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예산심사 중간중간에 둔치를 어떠한 목적으로 활용할지를 확정하기 전에 “일단은 이 용역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밝혀온 집행부의 태도와 동일하다.

 

하지만 이 기본설계용역비 ‘12억원’이 어떠한 방법으로 계상되었는지를 살핀다면 목적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용역비 12억원은 총사업비 600억원의 2퍼센트에 해당한다. 600억은 최근 연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수상비행장과 골프장을 포함한 각종 사업비를 모두 합한 액수다. 시는 단 한번도 수상비행장과 골프장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그러면서 ‘낙동강 둔치활용’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다.

 

 

진평동 낙동강 유역에 건설하려는 수상비행장에 관해서는 이미 2011년도 본예산 심사에서 용역비가 전액삭감된 바 있다. 극소수의 인원만이 이용하는 25만평방미터의 수상비행장을 보면서 구미대교와 남구미대교를 건너는 시민들, 강변을 거니는 시민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 구미시는 두려워해야 한다. 구미시는 또 사업비 160억원 중에 민간자본 120억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과연 그럴지도 미지수다. 민간자본은 공적 지원과는 다르게 철저히 영리성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시 집행부는 지난해 수상비행장 용역비 전액삭감에 담겨진 경고의 의미를 무시하고, 더욱 덩치를 부풀린 수변복합레저타운 조성을 올해 밀어붙여 좌초를 자초했다.

 

골프장 건설계획도 여론의 반대에 부딪힌 바 있으나, 시는 이를 수긍하고 철회하기는커녕 ‘친환경’, ‘친서민’ 따위의 수식어만 들어놓았다. 그러나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의령의 친환경골프장은 비료와 영양제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골프장 자체의 특성상 건설과정에서의 환경파괴는 피할 수 없으며, 강변을 ‘닫힌 공간’으로 만든다는 본질적 문제점은 해소될 수 없다. 또 시는 싼 가격으로 이용하는 ‘친서민’ 골프장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것은 다음의 이유에서 나쁜 발상이다. 첫째, 친서민 공간이라면 골프장 아니라도 여러 가지 이용방안이 가능하다. 둘째, “서민은 돈이 없어서 골프를 못 치며, 골프치는 사람을 부러워할 것”이라는 고약한 편견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 구미시의 낙동강변 개발이 깔고 있는 문제는 정치 일정을 앞질러나가는 성급함에 있다. 낙동강변 개발사업이 부상한 것은 정부의 4대강사업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4대강사업은 안착하고 있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으며, 4대강사업의 상징인 ‘보’의 여러 곳에서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구미시가 추진하는 낙동강변 개발은 관계 법령의 정비를 필요로 하지만 18대 국회 종반과 19대 국회 초반에 이 법령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낙동강변 개발에는 보를 이용해 강물을 채운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만 물이 제대로 흐르지 않아 벌써부터 조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시민들의 적절한 여가 환경이 조성될지도 지켜보아야 안다.

 

현재 구미 시민사회에서 생태공원 또는 축제공원에 관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환경을 해치지 않고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어주는 이러한 개발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허나 이런 대안들은 시에서 추진하던 개발방안과는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시는 모두를 묶어서 검토할 테니까 용역비부터 통과시켜달라는 시의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덜 익은 고기라도 신선한 깻잎에 싸먹으면 괜찮으니까 입을 벌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구미시의회의 이번 예산 삭감에 깔린 의미를 명확히 읽기 바란다. 낙동강변에 좋은 사업을 하기 바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 이전에 나쁜 사업들을 걸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낙동강변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은 낙동강변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강변은 왜 오랜 세월동안 비어 있었는가? 수상비행장 지을 생각을 못 해서가 아니다. 강변은 강변대로, 산기슭은 산기슭대로, 벌판은 벌판대로 자연스러운 용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4대문명은 모두 몰락했고 황폐화되었다. 처음에는 강을 낀 덕분에 문명을 건설하였지만, 나중에는 무리하게 강을 건드리고 강변을 손상시켰다. 낙동강은 구미의 소중한 유산이며 우리의 자연과 문명을 모두 대변한다. 하지만 낙동강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극소수 위주의 난개발을 일삼으면 자해 행위가 될 것이다.

 

 

시에서 하겠다던 ‘타당성 조사’는 가치에 관한 조사가 아니라 그저 기술적 타당성에 대한 조사일 뿐이다. 여기에서 ‘타당하다’는 결론이 난다고 해서 올바른 사업인 것은 아니란 뜻이다.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 시민여론을 수렴하여 낙동강변에 대한 관점부터 설계해야 한다. 시는 지금껏 시민 여론에 귀를 닫은 것은 물론이고 시의회를 경시해오며 오늘에 이르렀다. 의회 예산심사는 이에 제동을 건 것이며, 이를 기회로 민주적이고 다수 시민의 관점에 따른 낙동강변 활용방안들이 쏟아질 것이다. 시는 오히려 이번 예산삭감으로 인해 시민들과의 소통폭을 넓히고,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얻었다. 그런데도 만일 시가 추경예산에서 또다시 수상비행장, 골프장 등을 강행한다면, 시민 여론 및 의회와의 강경 충돌, 그리고 이로 인해 입을 시의 타격은 현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