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에서는 정책 대안을 제시해 몇몇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기계약직 공무원 복지포인트였다. 과천에서 만난 장시원 의원이 건네준 아이디어였다. 무기계약직은 정년은 보장되어 있지만 여러 노동조건에서 정규직 공무원에 뒤처지는 중규직이었다. 구미시는 그때만 해도 무기계약직에는 복지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지 않았다. 공무원이 아닌 지방의원도 받는 복지포인트를 명백한 구미시의 식구인 그들도 받아야 했다. 공공부문 노동정책 제1호로 이 사안을 찍어두고 감사에서 총무과장에게 강력히 요구했다. 건강검진 등 무기계약직 대상 혜택을 늘리고 있던 총무과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결국 실현하게 된다.

 

구미시설관리공단 채용 특혜 문제를 놓친 안타까운 기억도 있다. 나는 공무원 자녀는 물론 모 정치인들의 조카들이 특별채용으로 시설공단에 들어갔다는 제보를 입수한 바 있었다. 그냥 최근 취업자의 명단을 달라고 하면 될 일인데, 조사 의도를 들킬까봐 우려되어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구미 경실련에 행감 기간 막바지에 이 사건을 터트린 것이다. 감사 마지막날 내가 시설관리공단을 상대로 공무원 자녀가 있냐고 질의하자 관계자는 순순히 있다고 대답해버렸다. 나는 그로부터 얼마 전 발생한 외교부 채용 특혜 논란을 거론하며 공채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명단을 요청해 건네받았는데 조사 결과 모 정치인의 조카가 있는지는 끝내 파악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설관리공단은 신입사원 모집을 공채로 바꾸게 된다.

 

행감 기간 막바지에는 인동 지역에서 수돗물 파동이 터진다. 특히 진평동, 구평동 일대에서 누런 수돗물이 공급된 것이다. 나도 제보를 받고 인의동 사무실에서 수도를 틀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물이 누랬다. 인의동 지역 중에서는 번지수가 6백번대인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 행정사무감사는 상임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는 기획행정위가 아닌 산업건설위 소관의 상하수도사업소 심사에 참여하지 못해 이를 집요하게 따져물을 기회가 없었다. 처음 주민들은 4대강공사를 의심했다. 공사 도중 발생한 흙탕물이 가정으로 유입되었다는 추측이었다. 그런데 그 수돗물은 누렇기는 했지만 흙탕물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상하수도사업소 해명처럼 녹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저수조를 청소하는 과정에서 녹물이 생겼고 또 동네에서 공사를 하던 도중 중장비가 관을 때리면서 관에 붙은 물질이 물에 섞여 들어간 것이다. 얼마 지나 물이 회복되었지만 이 녹물은 며칠 뒤 다시 등장해 구평동, 진평동 주민들이 몹시 분노했다. 어떤 아줌마들은 사정도 모르고 아이들과 남편들에게 왜 오줌 누고 물을 내리지 않느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공무원들은 색깔은 안 좋지만 이게 유해한 물질은 아니다라며 직접 물을 마셔보이기까지 했으나 주민들은 오히려 그런 태도에 더욱 분개했다. 나도 상하수도사업소에 유해 성분이 아니더라도 육안으로 봐도 혐오감이 드는 것 자체로 이 물은 유해하다고 반발했다.

 

행정사무감사가 끝나고 2011년도 본예산 심의에 돌입했다. 당시 의회는 집행부를 상대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구미시 선산출장소에 시장 집무실이 별도로 크게 마련되어 있고 별로 사용도 않은 채 먼지가 쌓여 있었던 것이 대립에 더욱 불을 붙였다. 선산출장소 시장실 문제는 해결해야 마땅했지만 내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고조되어 있었다. 나중에 돌아보면 의원들 몇몇이 집행부로부터 언짢은 일을 겪고 껀수를 잡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예산 심사에서는 일단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와 각종 행사 비용이 문제가 되었다. 의회 분위기가 양쪽에서 다 대체로 일괄 삭감을 선택하면서 의회 안팎이 더욱 뜨거워졌다. 업무추진비야 일괄 삭감이 정당한데, 행사들이 왜 분별 없이 일거에 일괄적으로, 같은 비율로 삭감을 당해야 하는지는 설득력이 부족했다.

 

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포함되지 못했다. 어떤 의원은 김수민 의원이 고의로 배제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나는 흥분하지 않았다. 4년 임기 동안 2회 정도 본예산 예결특위에 들어간다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었다. 2010년이 아니면 2011년에는 반드시 들어가면 되었다.

 

2010년 연말의 2011년도 본예산안 심사에서, 의원 사이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된 것은 낙동강변 수상비행장 설계용역비와 한국노총 지원 예산이었다. 내가 예결특위에 없었으므로 김성현 의원이 싸웠다. 수상비행장 건설은 온 국토를 유린해놓은 4대강공사의 후속 작업이었고 경제적으로 아무런 효용성이 없었으며 난개발로 강을 추가로 훼손할 사업이었다. 한국노총 지원 예산은 크게 보면 노동조합의 자주성 훼손이었고, 해외벤치마킹을 비롯한 연수 사업들은 외유성 예산이자 특혜성 사업이었다.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김성현 의원은 자정을 넘어서까지 결사항전했다. 표결을 실시하지 않고 합의를 중시하는 의회 관행이 오히려 마지막 보루가 되었고, 한국노총 지원 예산 중 해외 벤치마킹 사업과 수상비행장 설계용역비는 전액 삭감되었다.

 

내게도 예산 심의는 순조롭지 않았다. 초창기에 공약을 달성하게 된 영유아 무상예방접종과 장난감도서관에 태클이 걸렸다. 연말 국회의 예산 전쟁에서 한나라당은 예방접종예산을 통째로 날려버렸다. 구미시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의 30퍼센트 정도는 국비 사업이었다. 황급히 보건소에 알아보니 시 예산을 더 들여서라도 2011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안심했건만 시 본예산안에는 필요 비용의 절반쯤만 올라왔다. 사업 부서인 보건소의 바람과는 달리 기획예산담당관이 예산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라버린 것이다. 나머지는 2011년도 추경예산에서 덧붙이겠다는 심산이었다. 나는 상임위 예산 심사에서 중요한 사업인데 왜 예산 전액을 책정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아마 보건소장은 내심 내 비판을 반겼을 것이다.

 

장난감도서관 관련 예산은 아예 한 푼도 예산안에 올라오지 않았다. 원래 이 도서관은 경북도와 구미시가 공동으로 기획했는데, 경북도가 2011년도 예산 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자 구미시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이었다. 경북도는 뒤늦게 지원 계획을 마련해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구미시는 늦장이었다. 울산 북구청장이 벤치마킹하러 찾아올 만큼 구미시 보육정책의 자랑거리였던 장난감도서관이었다. 아이들과 부모들을 상대로, 장난감도서관으로 장난을 치겠다는 것인가? 수탁기관인 구미YMCA 쪽도 난리가 났다. 결국 지원 계획을 세워 예산을 마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한편 연말 정례회에서 나는 조례개정안의 수정을 주도해 주목받았다. 베트남전 참전유공자들은 지자체로부터 명예수당을 받고 있었는데 만65세 이하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구미시가 수당을 인상하는 조례를 올리자 나는 연령 제한을 폐지하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베트남전은 미국의 침략과 베트남인들의 민족해방운동이 충돌한 전쟁이었고 과거 식민지 시대를 경험한 한국이 여기에 파병을 한 것은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였다. 그러나 참전유공자들도 피해자인 측면이 있고 국가의 지원과 보상이 필요했다. 이런 일에 연령을 가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수정안은 상임위에서 아무 반대 없이 수용되었다. 소식을 들은 참전유공자들이 기뻐했다. 나는 이를 보편적 복지사례로 적극적으로 규정하며 학교무상급식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미시는 초등학교 1~3학년을 상대로 보편적 무상급식을 시행하겠다고 확정 짓고 예산안에 이를 반영했다. 몇몇 의원들이 반대에 가담해 있었지만 예산 심사에서는 아무 탈 없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예산 심의 후 올라온 무상급식 조례안을 두고 김정곤 의원이 또다시 반대 의사를 밝히자 의결이 보류되고 말았다. 예산은 통과되고 조례안은 보류라니, 앞뒤가 안 맞았다. 일단은 예산이 잡혀 있었으니 안도할 뿐이었다. 그러나 비보가 전해졌다. 경북도의회에서 구미시 무상급식 지원금을 포함한 무상급식 예산안을 전액 삭감해 버린 것이다. 이로써 구미시 학교무상급식은 무산되었다.

Posted by 김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