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인의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한

직업진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심도 하고 현장에서도 만만치는 않았지만

초등학교 5, 6학년 학생 분들은 크게 어려워 하지 않고

시종 진지하고 활력 있는 태도로 강의를 들어주셨습니다.

 

강의 내용과 똑같지는 않지만

강의를 준비하면서 작성한 원고를 올립니다.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인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김수민 구미시의회의원

 


저보다 더 젊은 어떤 청년에게 정치를 하고 싶다는 문의를 받았습니다. 그분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열심히 하는 데는 자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의 열정에 감동 받기는 했지만 조금 답답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을 열심히 할 것인가?’

 


정치는 정해져 있는 것을 열심히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저 열심히만 하겠다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 또는 주변에서 자주 보는 사람이 요구하는 것을 열심히 하게 될 뿐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열심히 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싸우지 말자”는 말을 밥 먹듯이 듣지만 초등학생인 분들도 알고 있습니다. 친구끼리, 형제끼리, 심지어 어른과의 사이에서도, 싸움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사람마다 개성이 있고 다양한 사람이 살아갑니다. 그 사람들은 함께 사는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같이 고민하면서도 의견이 다릅니다.

 


정치는 바로 이런 ‘갈등’을 겪는 일이며 정치인은 갈등을 다루는 직업입니다. 거꾸로 말해서, 갈등을 회피하거나 무조건적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사람은 자기가 사는 공동체가 어떤지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어떤 특별한 특기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만, 이런 사람은 정치인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고 봅니다.

 


‘공공 장소’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겁니다. ‘사사롭다’는 말도 있지요? ‘공공화(公共化

)’와 ‘사사화(私事化)’라는 것이 있습니다. 골목길에서 중학생이 초등학생의 돈을 빼앗게 될 때, 중학생은 어떻게 처신할까요? 사람이 별로 지나가지 않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방 초등학생에게 조용히 하라고 겁을 준 다음 나중에는 “주변에 이르면 큰일날 줄 알라”고 협박하겠죠. 그는 최대한 은밀하고 조용하게 이익을 취하고자 할 겁니다.

 


반대로 돈을 빼앗긴 초등학생은 상대방이 처벌받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것입니다. 물론 중학생이 협박을 했기 때문에 남에게 알린다는 게 겁이 나기도 하겠지만, 선생님과 부모님과 친구들과 함께 의논하면서 안전해지려고 하는 건 충분히 가능합니다.

 


여기서, 중학생은 사건을 사사화시키는 사람이고, 초등학생은 공공화시키는 사람에 해당합니다. 문제를 공공화시키려는 사람은 새로운 사람을 문제에 끌어 들이고 보다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구경할 수 있도록 합니다. 누가 어디서 돈을 뺏는지 사람들이 알게 되고 또 지켜보게 된다면, 그 중학생은 돈 뺏기가 힘들어지겠지요? 이런 중학생 같은 사람은 문제를 지켜보지 못하도록 만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합니다.

 

정치인은 문제를 ‘공공화’시키는 사람입니다. 물론 정치인이라면 그래야 한다는 것이지, 모든 정치인이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정치를 하는가 하면,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힘 있는 사람들의 이익을 챙겨주려는 정치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정치인은 공개적인 곳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발언을 하기보다는 몰래 숨어서 일을 벌입니다. 돈 뺏는 사람이 으슥한 곳을 찾듯이 말이지요.

 


정치인을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어떤 일을 잘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곧잘 받습니다. 정치인은 사실 특기가 절실히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다 잘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정치는 공공의 일이므로 여러 사람에게 열려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특징과 개성을 바탕으로 정치를 하면 됩니다. 그러나 단 하나, 정치인은 공공성을 따라야 합니다. 그걸 명심하면 해야 할 일도 분명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치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합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 없어.’ ‘정치인은 다 썩었어.’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듯 골목길에서 누가 돈을 뺏고 빼앗기고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끼어들어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특히나 약자나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반면 불의를 저지르고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끼는 걸 막으려 합니다.

 


훌륭한 정치인은 문제와 사건이 터진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킵니다. 갈등을 피하지 않고 그 갈등 한복판으로 뛰어듭니다. 싸우기도 하고 양보하기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공부를 잘하거나 뛰어난 개인기가 있어야 좋은 정치인이 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평소부터 노력하는 사람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달리 말해 ‘정치’가 어떤 특정분야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주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따라서 분야별로 전문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란 분야를 따지지 않고 전반적으로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일입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였던 사람이 정치를 할 수도 있고, 정치를 하면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정치인은 ‘전문가’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가 하는 이야기가 맞는지 틀린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내놓는 의견들을 모으고 섞고 추릴 줄 알아야 합니다.

 

또 정치인은 혼자서 일을 해결하거나 혼자서 칭찬을 받지 않습니다. ‘정당’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TV에서 서로 싸우는 정당들을 보며 사람들은 신물을 냅니다. 하지만 정당은 없어지지 않지요. 사람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지만, 똑같지는 않고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 정당을 만듭니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른 편으로 흩어진다면 토론해서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겠지요? 투표를 해도 모두 1표씩만 나올 겁니다. 정치의 질서를 잡아주고 토론하기 편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정당입니다. 정당에 속하지 않은 정치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도 정당과 비슷한 어떤 집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그리고 저 같은 지방의원만 정치인인 것은 아닙니다. 스포츠 경기의 해설자처럼 국민들에게 정치를 설명하는 정치평론가나 기자도 있고, 정당에서 일하며 정당으로부터 월급을 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지만, 선거에 후보로 나가거나 국회의원 같은 걸 하고 싶지는 않다’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런 분은 정당의 당원으로 참여해서, 정당이 어떤 일을 할지, 또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들이 어떻게 일하도록 할지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정당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정치인은 이런 정당과 같은 집단을 통해 자기 지지자를 우선 대변해야 합니다. 싸움이 전혀 없는 세상은 절대로 없고, 모든 사람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정치는 없습니다. 어차피 정치인은 여러 명입니다. 한 명의 정치인이 모든 사람을 대표하지 않으며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인은 ‘나는 누구를 가장 먼저 살펴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자기 생각을 다져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아이들이 길에서 안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떤 정치인을 선출했는데, 그 정치인이 도로만 열심히 만들어 차타고 다니는 사람만 즐겁게 만들고, 걷는 사람에게 그 도로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신경쓰지 않으면 그 정치인을 뽑은 시민들은 허탈하고 서글플 것입니다.

    

저 같은 지방의원을 포함한 ‘직업 정치인’들은 월급을 받습니다. 일을 안 해도 월급이 나온다는 게 사실이냐고 묻는 학생이 있더군요. 맞습니다. 이상하지요? 그런데 옛날 옛적 프랑스에서 어느 가난한 광부가 동료들의 지지를 얻어서 시장이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려 당선되었겠지요. 그러나 그 시장은 살림살이가 어려워졌답니다. 광부 일을 그만둬서 월급이 안 나오는데 그때는 시장도 월급이 없을 때였기 때문이죠. 결국 월급을 안 주면 가난한 사람은 정치를 할 수 없게 되니 정치인에게 월급을 주게 된 것입니다.

 


정치인은 학생이나 회사원과 달라서 학교나 직장처럼 어딘가에 나가서 꼬박꼬박 출석체크를 하기 힘듭니다.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일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나는 시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 있는 정치인은 열심히 일을 하겠지요. 그리고 그런 정치인을 만들어내는 건 여러분들이 할 몫이고, 또 여러분이 그러한 정치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Posted by 김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