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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선거운동

시의원보다 더 하고 싶은 것 (1) 초빙 교장

10시 구평2동 경로당에서 어버이날 잔치가 있었습니다.
도착했더니 음식을 준비하시는 주민 분들이 와 계시고 아직 어르신들은 많이 오시지 않은 상황.
일단 계신 분들과 인사를 나눈 뒤 구평2동 일대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신동에 방문하기 전 잠깐 주차를 했던 곳 부근의 구평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입구에서 아이 둘과 마주쳤습니다. 서로 쭈뼛거리다가..^^
아이가 먼저 인사했습니다.
하나는 4학년 다른 하나는 "2학년, 아니 3학년이오"했습니다.
그 아이가 순간 헷갈린 것은 2학년과 3학년 반이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교생 몇명이고?"
"40명이오."
"어디 살아?"
"도토골요."
도토골은 새뜸과 함께 구평2동 농촌 지역을 이루는 마을입니다.

구평동 하면 대개 부영아파트단지를 떠올립니다. 부근에 부평남부초등학교, 천생초등학교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도 말씀드렸듯 현재 한창 아파트공사가 진행중인 곳으로 넘어오면
농촌인 구평2동, 신동 일대가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가 작은 것이 좋냐고 물었더니 망설임 없이 좋다고 합니다.
"그래? 어떤 게 좋아?"
"무료급식을 해요."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데 학교 건물안에서 누군가가 아이들을 부릅니다.
"누고? 선생님이가?"
"아뇨, 육학년인데요."
"어, 그래..ㅋㅋ"


아이들과 대화한 뒤 시의원 출마 전에 했던 상상이 불현듯 다시 떠올랐습니다.

사실 제가 하고 싶은 건 시의원보다 교장선생님이었습니다. 교사가 되어서 먼훗날 교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초빙된 젊은 교장 말입니다. 해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죠.
한국에도 교장공모제가 발을 떼고는 있지만 교원경력 기준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것 같습니다.

저는 전문가주의를 반대합니다. 행정관료가 시장을 해야 하고 장관은 국장, 차관 출신이 좋다는 생각에
반대합니다. 그런 태도는 하나의 성향이 아니라 민주주의 반대, 정치 혐오에 가깝습니다.
어떤 일이든 종합하고 조정하는 것은 물론, 안팍의 시각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가진 인물이 필요합니다.
아주 뛰어난 엘리트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 어른의 말씀은 여기서는
전적으로 맞습니다.

교장 초빙제도 그러한 취지를 담고 있습니다. '꼭 교원을 해보지는 않아도 교장을 할 수 있다.'
'젊은 사람이든 어르신이든 그들의 관점이 필요하다. 꼭 5,60대여야만 한다는 법은 없다.' 

사랑하는(사랑하는~) 구평(구평~) 초등학교(초등학교~) 어린이(어린이~) 여러분(여러분~). 물론 땡볕에 학생들을 세워놓는 조회는 하면 안 되겠지요^^




2,30대 교장이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거꾸로 우리가 권위의식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한 탓이기도 합니다.
교사 위에 교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20대가 아니라 10대가 교장을 해도 무리는 아니지요. 

예의는 단방향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갖출수록 빛나는 것입니다.
젊은 교장이 나이 지긋한 평교사에게 회식 자리에서 두 손으로 술을 따르고
그 평교사는 젊은 교장에게 수평적으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모습이, 상상만으로 참 좋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국에서는 시행되지 않아 상상에 그치는 것으로 아쉽습니다.

구평초에서 '초빙 교장'이 생각났던 이유는 이 학교가 '작은 학교'였기 때문입니다.
'작은 정치'를 하려고 한 사람이기 때문인지 저는 '작은 학교'를 좋아합니다.

(구평초 교장 선생님 오해 없으시길 그 자리를 탐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저 종을 치면 더 정겨울 듯합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교육감과 교육의원도 뽑습니다. 공교육의 앞날을 맡기는 선택이 됩니다.

저는 일단 '젊은 교장'의 꿈은 잠시 접어두고, 시정 차원에서의 '마을교육', '협동교육'을 모색하고
추진하겠습니다.


 

구평초등학교에서 나와 다시 저는 구평2동 경로당으로 향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좀 더 많이 오셨습니다. 돼지고기도 맛있었지만 미나리가 일품이었습니다. 시의원 예비후보는 '향응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하.
'어데 딴 데 가지 말고 오늘은 여 푹 눌러앉아가 얼굴 도장 찍으라'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선대본부장의 형님이 결혼식을 하셔서 자리를 옮겨야 했습니다. 
어버이날을 축하드리며 어르신들과 다음을 기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