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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중계

의정활동 1년을 맞아

반갑습니다. 인동동, 진미동에서 선출되었던 구미시의원 무소속 김수민입니다. 어느덧 의정활동 1년을 맞습니다. 몇달 전에 이어 어제 다시 일어난 단수사태, KEC 직장폐쇄, 4대강공사 30공구의 구미보 상판 균열 의혹,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 반대운동, 대형마트 입점 저지 실패, 웃음거리가 된 박정희 '탄신제', 시설관리공단 특채 논란, 신공항-과학벨트 활극, 시립노인요양병원 간병사 투쟁... 의정활동 첫 1년동안 겪은 일입니다. 제 고향 구미에서 이렇게 많은 일이 터질 줄은 미처 알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예감하는 건 앞으로 더 많고 더 큰 일들이 일어나리라는 겁니다.

또한 이제는 좋은 일도 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테면 영유아 무상예방접종을 경북도내에서 구미가 최초로 실시했던 것과 같은, 그런 일들 말입니다. 설령 지금까지의 나쁜 일들이 피할 수 없이 다가온 것들이라고 해도, 앞으로 생겨날 좋은 일들만큼은 제 손으로 꼭 이뤄내고 싶습니다. 현재 보류되어 있는 학교무상급식, 반드시 시행하겠습니다. 요즘 대세라는 주민참여예산제 역시 전국에서 귀감이 될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르신과 어린이가 행복하고 돈 놓고 돈 먹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 있는 구미를 위한 여러 정책들을 하나씩 지켜가려 합니다.    

저를 두고 구미시의회 사상 첫 진보 시의원이라고들 하십니다. 초창기에는 '진보'가 아니라 '시의원'에 방점이 찍혀 너무 어색했습니다. 제가 무소속이고 나이가 젊은 탓인지 기득권층은 자기네들이 저를 움직일 수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 사로 잡혀 있기도 했습니다. 지난 1년은 그것들을 깨트려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거리낌 없이 무상교육과 혁신교육의 기조를 세웠습니다. 대다수 힘있는 자들이 신경쓰지 않았던 보육과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얼마간의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노동자와 중소상인을 위한 발언과 행보에 나섰습니다. 기성 정치인들이 건드릴 엄두도 내지 못하는 기업권력에게 각을 세웠습니다. 박정희 광신도들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예산 심사 때 관변단체 눈치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분노하기도 했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아직 여러가지로 부족하지만, 이제 그들은 최소한 제가 '길들이기가 통하지 않는 시의원'이라는 것쯤은 알것입니다.   

이제는 조금 더 크게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얕은 몇가지 조치들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주민들과 이야기하며 움직이려면, 제가 지금 사는 세상 그리고 제가 열어가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이 펼쳐지고 그려져야 합니다. 지난 선거 당시 저는 제가 가입한 정당, 가입할 만한 정당이 없어서 부득이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이제는 '녹색사회당'이 됐든 '새로운 노동자 정당'이 됐든 진보정당활동을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내년으로 다가온 구미 국회의원 선거에서 범한나라당(한나라당 권력투쟁에서 탈락한 철새들을 포함)을 꺾고, 진보정치가 승리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여기에 걸맞은 국회의원 후보를 찾아내어 구미정치를 갈아엎고자 합니다.  

동시에 더 살뜰하고 세심한 시의원이 되어야 합니다. '동의원이 되면 안 된다'는 말을 곧잘 하며 또 듣습니다. 동단위에 갇히면 오히려 동네를 보지 못합니다. 좀 더 살피면 그 뜻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시의원'으로서 시를 바꿈으로써 동네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네단위로 뭉뜽그려 생각하면 골목골목을 헤아리지 못한다는 겁니다. 망원경과 현미경 모두를 들고, 우리 동네의 치안, 위생, 정주여건, 문화여가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저는 요즘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경북과 구미에서의 교육희망네트워크를 준비하며 '차별에서 지원으로, 경쟁에서 협동으로'를 모색합니다. 청년유니온과 민주노총 경북지역일반노조에서 활동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원으로서 자본이 독재하는 세상에 맞서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매주 하루씩 마을 자율방범대원과 함께 방범활동을 하면서 밤길 안전을 같이 고민합니다. 의정활동이 제게 대중과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쳤다면, 이 활동들은 의정활동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 것입니다.    

빈민운동가 고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동네로 들어갈 때, 그분들이 세운 원칙은 간명했습니다. '그냥 산다'. 제게도 이것이 첫째가 되고 있습니다. 내가 나답게 나대로 그냥 산다면, 지난 1년간 지켜왔던 원칙이 변치 않을 것입니다. 물론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유능하고 더 강직해져야 합니다. 이 역시 답은 간단합니다. '그냥 산다.' 삶 자체가 목적이 될 때, 시의원이기 이전에 주민이라는 걸 잊지 않을 때, 저는 특별한 욕심을 갖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웃과 자신의 바람에 따라 더 유능해지고 강직해지리라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그냥 삶으로써 아름다운 시민 여러분께 고합니다. 훌륭한 시의원은 시의원 혼자의 역량과 도덕성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시민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지방정치에 참여하시고, 불만과 기쁨 모두 공공으로 쏘아올리고 나눠주십시오. 투표장을 찾아가 지지 후보를 찍는 선거는 자주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순간순간 여러분들의 행복에 한표 던지는 선거는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 함께합시다. 건강하십시오.      


2011년 7월 1일 
김수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