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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회로

구미시와 어울리는 영화제는...?

2005년 5월, 군을 제대한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전주를 방문했다. 국제영화제 관람을 위해서였다. 두차례 들락거리며 한 10편쯤 관람했다. 그리고 석달 뒤에는 제천에도 갔다. 이번에도 10편. 전주, 제천... 그리고 구미. 구미가 고향이라서가 아니었다. 전국적 관점으로도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전주나 부산에도 있는 종합적인 국제영화제를 또 개최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렇다면 특화된 영화제가 남은 길이었다. 음악영화제는 제천에서 하고 있었다. 환경영화제, 인권영화제, 독립영화제, 다큐영화제 등도 꽤 많고, 그것들을 굳이 구미에서 개최해야 할 이유를 찾기도 힘들었다. 판타스틱영화제는 부천에서 하고 있었다.

굳이 영화제가 아니라 다른 문화예술축제라도 괜찮았지만, 영화제 아이디어를 놓치기 싫었던 것은 구미에도 한창 극장이 들어서고,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관람객도 증가하고 있었다. 고교 시절만 해도 한달에 한번 정도 영화를 챙겨보는 내가 친구들에게 '영화팬'으로 일컬어질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더구나 구미는 평균연령 30세의 젊은 도시였다. 물론, 중노년층의 영화 선호도 역시 올라가고 있었고.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코미디 영화제'였다. 이는 '음악영화제'와 함께 폭넓고 수많은 영화들을 포괄할 수 있는 영화제로 꼽을 만하다. 쉽게 말해서 '만만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를 5년 가까이 갖고 있었다. 학업과 여러 활동으로 공개적인 제안을 할 여유는 없었지만.

그런데 문득 다소 짧은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코미디영화제를 하면 구미시민들은 많이 올 것이다. 지역주민의 참여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시외의 방문자 규모도 고려해야 했다. 영화제를 둘러싼 분위기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는 내외의 호응으로만 충족될 수 있었다. 웃기는 영화는 세상에 많다. 굳이 타지에서 구미로 코미디 영화를 보러 올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떤 코미디영화제를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방법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다른 부류, 색다른 컨셉트로 방향을 틀어서 사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어떤 영화제가 좋을까? 시청 당국의 의지와 상관없이 질문을 던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