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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th Columnist

첫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역시 '집중 전략과 대안 제시'가 기본이다
[여기는 구미] 구미시 지방의회 첫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김수민
국회가 국정감사를 실시하듯 지방의회에는 행정사무감사가 있다. 행정사무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이라고들 한다. 법원에 계류 중이거나 수사 중인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개인의 사생활과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국회가 직접 감사하기로 한 사무를 뺀 나머지 국가위임사무 그리고 지자체의 사무를 감사할 수 있다. 이때 피감기관은 감사장에서 성실한 자세로 감사에 임하며 위증할 경우 벌을 받는다는 선서를 한다. 구미시의회는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사실 나는 행정사무감사가 ‘의정활동의 꽃’이라는 견해에 이의를 달고 싶다. 뭐니뭐니해도 의회와 의원의 역할은 ‘입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입법기능은 아직 미약하고, 그에 비해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은 두드러진다. 그리고 행정부를 향해 토해낸 으름장에 비해 실질적 성과는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감시 및 견제가 제대로 이뤄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고로 의회라는 나무에 꽃이 피는 시기가 행감 기간임을 인정한다. 

▲ 선서장면. "본인은 구미시의회가 실시하는 행정사무감사와 관련하여, 기획행정위원회에서 증언을 함에 있어 '구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9조의 2의 규정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하고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을 거부하거나 증언을 거부하는 때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이에 서약하고 선서합니다."     © 김수민
 
다만 행감 기간이 7일 이내로 제한되어 있고 토요일과 일요일을 빼면 실제 감사기간은 5일이라는 점, 더욱이 마지막 하루는 감사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이어서 각 부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기간은 4일에 불과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구미시의회의 경우 감사가 끝나자마자 내년도 본예산 심사가 열려 의원들의 부담과 피로는 가중된다. 물론, 행감의 여세를 몰아 예산안을 매섭게 다뤄볼 수는 있지만 말이다. 
 
행감을 제약하는 요인은 수두룩하다. 모든 의정활동에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보좌진이 없는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처럼 본격적이고 치밀하게 감사를 펼치기가 어렵다. 행감을 앞두고 각 부처가 의원에게 제출하는 기본적 자료도 느슨하다. 여기에 별도의 자료를 더 요구하더라도 지극히 형식적으로 작성된 문서에는 자신이 얻고자 했던 정보가 빠져 있기 십상이다. 이 모든 난점을 극복하려면 지방의원이 대단히 전략적으로 감사에 도전해야만 한다. 
 
내가 속한 기획행정위원회는 상임위원장의 의지로 금오공대의 한 회의실을 행감 ‘공부방’으로 빌림에 따라 관심을 모았다. 이번 의회는 역대 구미시의회 가운데 가장 다원적인 구성을 자랑했고, 그만큼이나 의원들의 열기가 드높았던 게 사실이다. 또 그런 만큼 시민들과 언론에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나나 다른 의원들이나 성과를 방에서 뽑아내지는 않았다.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방의원이 모든 세부분야에 일일이 몰입하여 전방위적인 감사를 진행하는 것은 요원하므로 전략적인 집중을 필요로 한다. 본인이 한몫에 소화하기 힘든 부분은 동료 의원들과 분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선택과 집중은 어디서부터 이뤄지는가? 평소에 포착한 문제에서 출발한다. 행감 기간에 새로 문제점을 짚어내는 것은 기말고사를 앞두고 벼락치기하는 이상으로 어리석다. 
 
예컨대 나는 사회단체보조금 심의위원회에 보조금을 받는 사회단체 임원이 시민 할당 심의위원으로 들어왔던 일을 문제삼았다. 나는 그 위원회의 한 구성원이었고 회의 직후 이와 같은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나 만일 내가 각종 위원회의 명단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구성상의 오류를 발견하려고 했다면?  
 
나는 영남대 박정희리더십 연구원이 주최한 독후감 공모에서 구미시와 함께 조갑제닷컴이 후원명의로 올라온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 부서에서 제출한 자료는 부실했고, 영남대의 박정희리더십 연구원은 홈페이지도 마련해두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박정희리더십 연구원이 과거사에 대한 잘못된 평가 뿐 아니라 오늘날의 반헌법적 행위를 양산해내고 있지 않은지 예의주시하고 있던 나는 언론보도를 통해 ‘구미시가 조갑제닷컴과 같은 반열에 올라버린’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기에 행정사무감사의 도마 위에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의정활동을 시작한지 반년도 안 되는 초선 의원의 입장에서 미리 포착해둔 문제가 많을 순 없었다. 만에 하나 부패와 비리에 관련한 것이 있다면 행정부내의 감사기관이나 국정감사에서 밝혀졌을 것이다. 따라서 시의회에서의 행감은 자연스레 ‘집중 전략’과 ‘대안 제시’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이번 행감사무감사, 초점은 '청소년'

나는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주요 화제를 ‘청소년’으로 잡았다. 일단 홍보담당관실 감사에서 ‘학생블로그 기자단’이 초등학교 5, 6학년으로 국한되어 있는 이유를 질의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저학년은 기자를 하기가 어렵고, 중·고교생은 진학관계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이에 나는 “‘초등학교 저학년은 할 수 없고, 중·고교생은 공부하느라 바쁘다’는 식의 편견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편견과의 싸움은 교육지원 부서를 감사하면서도 계속되었다. 전문계 고교생의 인문학적 소양, 예체능활동, 입시준비를 지원하는 내역이 부재하거나 너무 부실했기 때문이었다. 내 지역구에는 두 개의 전문계고교가 있고, 그래서인지 그들 고교생들에게 늘 관심을 가지면서, “전문계고교생은 기술 잘 배워 취업 잘하면 그만”이라는 사회적 인식에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차였다. 
 
청소년수련관과 연계된 특성화시설이 수영장과 숙박시설로 채워지는 것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청소년수련관이 인근 지역 주민들의 편의시설에 그쳐 청소년 시설로서의 특징을 잃어갈까 항상 우려했었다. ‘문화의 집’이나 ‘상담지원센터’의 저조한 이용률을 꼬집기도 했다. 지난 7월 청소년정책포럼이 발표한 ‘청소년 생활세계 실태조사’가 도움이 되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2/3 이상이 청소년수련시설 이용 경험이 전무하고, 그중 30퍼센트 이상이 ‘정보 부족’을 이유로 꼽았었다.  
 
청소년에 관한 관심은 문화예술회관 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시정’보다는 ‘건의’를 하는 형태로, 소년소녀합창단의 공연 기회 증대, 형일초등학교 관악합주단 학생들의 졸업 후 음악활동 연장에 관한 시 차원의 대책, 청소년 및 지역 신인급 밴드들이 주도하는 예스락 페스티벌의 지속적 발전 등을 주문한 것이다.  
 
한편, 내가 ‘청소년’ 다음으로 초점을 맞춘 부분은 ‘조례의 준수 여부’였다. 대개 행감의 과정은 자료요구, 보충자료요구, 시민들의 제보, 회의에서의 질의·응답, 회의에서의 보충자료요구 등으로 이뤄지는데, 자치법규와 시책 현황을 잘 견줘보는 것도 감사분야의 광범위함과 부족한 자료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다. 나는 이를 통해 ‘명예읍·면동장 제도’와 ‘동번영회 제도’가 사문화되었음을 입증하고 폐지 혹은 시정을 촉구할 수 있었다. 또 되도록이면 각종 위원회의 위촉직 위원의 40% 이상을 할당해야 한다는 조항이 실제로 지켜진 경우는 전체 위원회의 40%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노력이 허탈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어떤 지역언론들은 감사장에서의 주요 발언을 상세히 보도했음에도, 수십분동안 했던 내 몇몇 발언은 통째로 날려보냈다. 그러나 행감은 언론에서 도저히 받아적지 않을 수가 없는 사안을 발굴하는 요령도 필요로 한다. 가령 이번에 내가 언급했던 ‘의원들에게 들어오는 불필요한 기념품 단절’, ‘새로 조명된 독립운동가 즉시 홍보’, ‘시설관리공단의 특채 문제’ 등은 지역언론에서 독립된 하나의 기사로 취급되었다. 그것들은 행감 이전 지역언론에서 제기된 문제들이었고, 언론으로서는 자신의 문제제기가 반영된 의원 발언을 외면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특히 ‘불필요한 기념품 단절’에 관해 나는 모 행사의 복장을 직접 입고 감사를 벌여, ‘보시라, 이 옷은 평상시에 입고 다닐 수가 없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그밖에도 도표나 지도, 신문스크랩 등은 카메라의 주목을 이끌 만한 기본적인 재료들이다.   

▲ 의회운영위원회의 의회사무국 감사 장면. "앞으로 불필요한 기념품은 의회사무국에서 끊어주십시오." 평상시 착용하기 힘들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 옷을 입고 감사를 실시했다.     © 김수민
 
이번 행감에서는 특정 몇몇 의원들이 아니라 구미시의회 자체가 호평을 받았다. 주민의 대표자라는 자신감과 부족한 부분은 치열하게 공부해 만회하겠다는 열의가 어우러진 결과다. 나 자신이 동료의원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동료의원들의 치열한 자세도 내게 좋은 자극이었다. 내년 감사는 분명 올해 감사를 능가할 것이다. 1년동안 포착한 문제들, 터득한 요령이 결코 만만할 리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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