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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순환 착한도시 /녹색순환 착한도시

'보'가 아니라 '댐', '4대강'이 아니라 '4대운하'

오늘 구미 올림픽체육관에서 최병성 목사의 강연회, <4대강사업의 진실과 거짓>이 열렸습니다. 요즘은 정말이지 다른 도시의 문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구미는 4대강사업의 요지입니다. 시의원으로서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구미가 요지가 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미는 공업단지이고 운하가 건설될 경우 구미부터 부산까지가 주요 구간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이던 시절 행해진 한강 공사와 댐 건설이 최악의 사례로 남은 것을 비롯, 한창 파괴되어가는 낙동강의 사진이 강연회와 함께하였습니다. 최 목사가 눈시울을 몇번이나 붉혔는지 모릅니다. 구미보를 비롯한 낙동강 보의 높이와 길이 그리고 저수량은 국제대댐회 기준으로 분명히 '댐'에 해당합니다. 낙동강은 흐르지 못하고 댐의 연결구간에 지나지 않게 된 겁니다. 이런 식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건 운하가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생명이 사는 물이 맑은 물이며, 다양한 생명은 다양한 환경으로만 가능합니다. 강물의 경우 '소'와 '여울'의 기능이 중요한 것이지요. 아, '기능'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인간의 폭력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인간의 관점을 가져야하지 않겠습니까? 공사중장비가 아니라요. 제대로 흐르지 못하고 깊이만 깊어진 강에서는 호수성 어류를 제외하고는 죽음의 공간에 처할 수밖에 없음을, 최 목사의 설명과 사진으로 충분히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도표가 잘 안 보인다며 앞으로 나간 어린이



아도르노가 그랬나요? 미적으로 그른 것은 정치적으로도 그르다고. 저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지금도 구미대교를 건너 출근하고 있기 때문에 낙동강의 여러 진면목을 잘은 모릅니다. 하지만 자연 그대로 살아숨쉬는 공간은 아름답고, 우리네의 세속적 내지 속물적 관점에서 봐도 그 자체로 훌륭한 조경이자 관광자원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로 뜯어고쳐지는 오늘의 낙동강은 흉물이었고, 그것이 목표로 한다는 한강의 실상도 끔찍했습니다.

당초 한반도 대운하에서 조령터널을 뚫지 않을 뿐 4대강사업의 본류 준설은 홍수방지나 수질개선과는 상관 없는, 명백한 운하 대비작업입니다. 이렇게 다 파헤쳐놓고 나중에 조령터널을 뚫으면 경부대운하가 되겠죠. 그러나 조령터널을 뚫지 않더라도 이것은 운하 사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보'도 '댐'이라고 부르고 이걸 '4대운하'라고 고쳐 불러야 한다는 생각을 집에 오면서 했습니다. 말을 바로잡아야 세상이 바로섭니다.  

현재 구미시내의 하천 문제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섬세하게 접근해야겠습니다. 4대강공사로 확보한 본류 물을 전기로 퍼올리는 것은 우선 예산지출의 부담이 있습니다. 오염원 제거에 매달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하천 바로 옆에 자전거 도로를 깔 필요가 있을까요? 그 위 도로라면 몰라도. 하고자 하는 것이 생태하천입니까, 아니면 거대한 분수 혹은 어항인가요?

청계천 운운하면서 하천사업 계획을 말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 한심합니다. 청계천에 한번 가보고나 하는 말인지 궁금하지만, 가보고 그런 말을 했다면 더 심각합니다. 그 사람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기계를 자연으로 착각하는 중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하천 위로 부는 바람이 좋아 청계천을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조경물이 아니라 개울과 하천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온 행동이겠죠.

한강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철을 타고 한강 철교 위를 지날 때면 기분이 시원합니다. 그러나 이는 한강 그 자체가 준 선물이지, 한강변에 공구리질을 해서 나온 혜택이 아닙니다. 이런 얘긴 많이 듣습니다. "옛날의 한강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불쌍하다. 모래 강변에서 얼마나 즐겁게 놀았는 줄 아느냐"고.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더니, '강'이 참 많이 변하게 되는군요. 더 늦기 전에 막을 것은 막고, 되돌릴 것은 되돌려야 합니다. 총선과 대선까지는 2년이나 남았으니, 이걸 선거의제로 올려놓는 걸로는 안 됩니다. 국민투표 요구운동을 하자는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비록 국민투표의 부의권은 대통령이 독점하고 있으나, 서명받는 과정에서의 대중운동만으로도 민주주의의 가치는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